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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우울한 인권 자화상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의 절규, 국격에 앞서 인격을!

  • 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한국 사회의 우울한 인권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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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을 마감하며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09 인권상담사례집’을 펴냈다. 2008년 7월1일부터 2009년 6월30일까지 인권상담센터에 접수된 1만5627건의 사례를 추려 총 139건을 담은 책이다.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고통 받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대로 그려낸다.
한국 사회의 우울한 인권 자화상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상담하는 인권위 직원들.

“제 딸(이하 피해자)은 16세입니다. 어제 피아노학원 남녀 공동화장실에서 성기를 노출한 남성(가해자)을 보고 놀라 112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피아노학원 교사는 출동한 경찰에게 동행하겠다고 했으나 피해자만 지구대로 데리고 갔습니다. 피해자에게 거의 협박조로 가해자의 행위를 재연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만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않으냐’며 조사를 하더군요. 또한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부모가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하고 가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의 얼굴을 보게 했습니다. 딸아이는 그 자체로 충격을 받은 데다 가해자 보복이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펴낸 ‘2008~09 인권상담사례집(이하 사례집)’의 ‘형사절차와 자유권 보장’ 항목에 실린 내용이다. 이 사례집에는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차에 실으려 했다는 유사 사례도 소개돼 있다. 사례집 곳곳에서는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라는 경찰이나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공무원이 국민을 상대로 주어진 권한을 오남용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건들이 한국 사회 인권의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여기저기서 작은 예외들이 속속 생겨날 때 최후의 보루인 인권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15개 항목으로 분류

사례집은 2008년 7월1일부터 2009년 6월30일까지 1년 동안 인권위 인권상담센터에 접수된 1만5627건의 상담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주로 전화와 방문 상담이고, 많지는 않지만 인터넷이나 편지 상담도 있다. 인권침해 상담을 대상 기관에 따라 분류하면 2007년까지는 경찰관련 상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다수인 보호시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 기타 국가기관, 검찰, 구금시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차별행위는 개인회사 1위, 검찰과 경찰 2위, 공공기관 3위의 순이었다.

사례집을 편집한 인권상담센터는 상담 유형에 따라 15가지 항목의 분석 틀로 사례를 분류했다. 소환에서 재판까지 형사절차 과정의 인권을 다룬 ‘형사절차와 자유권 보장’과 군대·구금시설·기타 국가기관 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기관과 인권’ 항목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기본권’과 ‘정보인권과 사생활 보호’ 항목도 주요 내용이다. 또한 ‘학생의 권리, 학교의 고민’ ‘폭력과 권위에 찌든 운동선수’ ‘침묵을 강요하는 성희롱’과 같이 특정한 신분이나 조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와 차별 사례도 볼 수 있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사회적 약자’ ‘길을 잃은 코리안 드림’ ‘나이로 줄 세우는 사회’ ‘법보다 현실이 가까운 장애인’ ‘한반도 평화와 북한 인권’ ‘차별의 그늘’ 등의 항목에서는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고 겉모습으로 상대를 재단하는 한국 사회의 낮은 의식 수준이 드러난다. 한편 강제입원, 가혹행위, 기본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병원, 문을 두드리다’ 항목의 상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 등 국가기관의 기본권 침해

“형은 말을 잘 못하고 행동이 늦어 의사소통이 조금 어렵습니다. 어젯밤 8시30분경 ○○경찰서에서 절도가 의심된다며 형을 연행했습니다. 외투, 양말도 못 신고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잡혀가 다음날 새벽 4시 넘어서까지 폭행을 당하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경찰관은 형의 동의도 없이 증거품을 찾겠다며 집에 찾아와 서랍을 뒤지고 펜치와 드라이버 등을 챙겨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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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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