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내 마음속 ‘해동네’와 ‘달동네’를 인정하라

정신병 한방치료 전문가의 자살예방론

  • 황웅근│흰구름한의원장, 심성계발연구소장│

내 마음속 ‘해동네’와 ‘달동네’를 인정하라

2/3
내가 그렇다면 남도 그렇다

내 마음속 ‘해동네’와 ‘달동네’를 인정하라

2009년 11월6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자살하는 사람은 결국 알고 보면, 자신의 삶이 해동네여야만 한다는 생각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해동네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일까? ‘나도 남처럼 잘살아야만 한다’ ‘나도 남처럼 성공해야만 한다’ ‘나도 남처럼 행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남보다 특별나야만 한다’ ‘나는 남보다 고결해야만 한다’ ‘나는 남보다 깨끗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모두가 해동네에 집착한 결과다.

그러나 내가 기준 삼는 남은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 살아가지도 못하고, 성공하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하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들도 나만큼 못살고, 나만큼 실패하고 나만큼 불행하다. 그 겉모습만 보고 오판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특별나거나 고결하거나 깨끗하다는 생각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다. 내가 그렇다면 남도 그렇다. 이 모두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망상일 뿐이다.

한때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이었던 박용오씨 경우를 보자. 그룹의 승계과정에서 내부 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후 자신은 그룹에서 퇴출되었고, 자신과 형제들 모두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후 모 건설사를 인수해 경영해오던 중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72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자살 이유로 형제 간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의 가중, 새로 맡은 건설사의 경영악화 등을 꼽았다. 과연 그랬을까. 물론 어떤 계기는 되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굴지의 그룹 회장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경영실적을 거둔 그였다.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1998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역임할 정도로 인품도 훌륭했고 신망도 있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던 그는 형제 간 갈등과 기업악화로 소외되기 시작했고 혼자가 되었을 때 아마 그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 혼자가 되면 안 되는가. 왜 외로우면 안 되는가.



결국 그는 존재부정, 현실부정의 심리에 사로잡혔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은 엄연히 존재한다. 기업승계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삶의 한 흐름이다. 사업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서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찌 내 삶에 해동네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달동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안 되는 세상도 내가 보기에 안 될 뿐이지, 사실은 되는 세상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이를 흐름으로 인정한다면 어찌 상대를 적대할 수 있으며, 어찌 나 자신을 학대할 수 있겠는가.

해동네여야만 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좀처럼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은 오만불손하다. 그 누가 그런 마음을 받아주겠는가. 결국 현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심리는 나를 공격한다. 그 결과 내 마음은 날로 황폐해지고 극한 고통에 처하게 된다. 결국 극단의 선택을 한다.

그런데 왜 내가 꼭 회장이어야만 하는가. 아주 평범한 평사원이 되면 안 될까. 백수건달이 되면 안 될까.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이러한 사유체계가 없었다. 하나만을 선택하는 마음이 그를 찬란한 삶의 잔치에서 멀어지게 했다.

세상에 비리 없는 사람은 없다

내 마음속 ‘해동네’와 ‘달동네’를 인정하라

대중에게 꿈과 희망을 주던 인기스타의 자살은 많은 사람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1년여 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이자 배우 최진실씨가 자살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고 전성기의 인기를 찾아가던 그녀였다. 스타가 되기 전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난 그녀였기에 많은 이가 그녀를 보고 희망을 얻었다. 그런 그녀의 자살 소식은 우리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우울증도 앓았고, 억울한 누명도 썼고, 과음 후에 충동적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녀의 자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도 좋지만, 비방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지 못한 그녀는 각종 루머와 비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한 관심은 어느새 그녀의 머리 전체를 지배했다. ‘사람들이 왜 그럴까? 왜 이토록 심하게 나를 공격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작았던 이런 생각이 눈덩이처럼 커져 점차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를 사랑하는 눈길은 보이지 않고, 자신을 무시하는 이야기만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환청이 되어 커져만 갔다. 그녀는 견딜 수 없는 심적 고통과 극심한 외로움, 억울함에 시달리다가 그만 생명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A도 좋지만, B도 괜찮다. 해동네도 좋지만, 달동네도 괜찮다. 이런 사고방식은 현실에 대한 인정이요, 믿음이요, 유연함이요, 배짱이다. 그러나 ‘A여야만 한다. 해동네여야만 한다’는 사고에 사로잡히면 부정이요, 불신이요, 강박이요, 나만의 고집이다. 전자는 생명이지만 후자는 죽음이다. 그녀를 지배했던 사고방식은 후자였다.

2/3
황웅근│흰구름한의원장, 심성계발연구소장│
목록 닫기

내 마음속 ‘해동네’와 ‘달동네’를 인정하라

댓글 창 닫기

2022/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