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그를 만난 날은 수도권에 우리나라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설이 내린 지 3일 뒤였다. 지난 며칠 동안 많이 바빴을 것 같다고 첫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의외로 “저야 바쁠 것 없었죠”라고 답했다.
“제가 뭘 했겠습니까. 우리 직원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새해 첫 월요일인 1월4일부터 320여 명이 도로로 나가 제설작업에 앞장섰습니다. 가끔은 우리 직원들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민간기업에 근무하다 2008년 6월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돼 있고 월급 안 나올 걱정 없는 좋은 직장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비해 서비스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공기업 직원들의 능력이나 노력 역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도로
류 사장은 도로공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진 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하기 위해 3가지 경영 방침을 세웠다. 섬김 경영, 숫자 경영, 윤리 경영이 그것이다.
“섬김 경영의 기본은 도로의 고객인 국민을 항상 섬기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경영 활동의 목표를 ‘국민의 쾌적한 도로 이용’으로 삼는 것이지요. 사실 도로공사가 존재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가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국민 덕분 아닙니까. 국민을 섬기는 건 당연한 일이자 공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 경영은 경영 목표 수립부터 업무 추진, 성과 측정,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류 사장은 “평소 공공부문의 업무 목표가 다소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리 경영은 말 그대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을 뜻한다.
류 사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에 따른 조직 운영 효율화와 서비스 효율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직 운영 효율화의 경우 이미 정원 감축, 조직 개편, 휴게소 운영 개선 방안 수립 등 3개 과제를 마쳤다. 앞으로는 민간 위탁 확대, 자산 매각, 출자회사 정리, 직무급 확대 등 4개 과제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고속도로에 기대하는 게 바로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한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많은 분이 정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죠. 제가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 바로 고속도로 정체를 해소하는 일입니다.”
류 사장은 ‘빠른’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하이패스 보급 확대, 갓길 차로제 확대 등을 추진했다. 최첨단 무정차 요금 시스템인 하이패스 제도는 고속도로 통행의 혁명이라 불릴 만큼 정체 해소에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로공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가 고속도로의 일반 차로를 통과할 경우 요금 정산에 14초가 걸린다. 하지만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면 3초 만에 정산이 가능하다. 차량 통행시간이 5분의 1로 단축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