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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병 걸린 4차원 소녀 예지원

“40대의 꿈?…‘생산’이죠, 남편은 시인이나 음악가? ”

  • 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정호재│동아일보 통합뉴스센터 기자 demian@donga.com│

예술병 걸린 4차원 소녀 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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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병 걸린 4차원 소녀 예지원
하필이면,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 15℃ 혹한이었다. 야외가 아닌 게 천만다행. 명품브랜드 본사의 지하카페에 나타난 예지원은 날씨에 아랑곳 않고 당당했다. 자태는 자못 도도한데…, 자리에 앉자마자 매니저 언니와 나누는 수다는 영 딴판이다.

“나 변장 괜찮게 먹었어?”

“응, 오늘 괜찮다, 얘.”

예지원다운 분위기였다. 그녀가 누구던가? 바로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그 예지원이 아닌가. 그녀는 두 얼굴을 지녔다. 한 꺼풀 벗겨보면 더 많은 모습이 나올 것만 같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나이를 잊은 4차원 소녀가 있는가 하면 예의 바르고 배려심 많은, 한없이 이타적인 천사의 모습이 감춰져 있다. 자, 그럼 이제 아이스크림을 얹은 바나나 크레페와 얼그레이 티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대화를 시작해보자.

# 명품



생기 넘치지만 가끔은 거칠고 투박한 연기자라는 이미지도 강한 그녀. 만난 곳이 명품브랜드 본사 사옥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명품’부터 떠올랐다.

▼ 명품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전 세일을 사랑해요. 하지만 비싼 걸 사는 것이 아니라 요령 있는 소비자에 속하죠. 전 예쁜 건 다 좋아해요. 그런데 특히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인데 비싼 것이 질기고 오래가더라고요.(웃음) 무용을 하다보니 가방에 무언가 많이 넣어 무겁게 들고 다니는데 흠이 나도 멋있어요. 그런데 12년 쓴 가방이 드디어 며칠 전에 끈이 끊어졌지 뭐예요.”

그녀는 떠오르는 단상을 정말 구김없이 쏟아냈다. 독특한 말버릇이 있다면, 대화 도중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밀을 알려주듯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명품에 대한 질문에 거침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제스처를 쓰며 갑자기 속삭인다. “그런데 아세요? 이 카페에 있는 모든 제품은 모두 여기 브랜드랍니다. 하나 가져다 쓰셔도 좋겠죠?”라며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웃는다. 물론 농담이다. 인터뷰이는 슬슬 인터뷰어를 녹여버리고 인터뷰이에 녹아드는 인터뷰어는 점점 즐거워진다.

# 프랑스?

▼ 프랑스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방송가에서 유명해졌는데 특별하게 메이킹된 경우도 있지만 제 성향도 반영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기 위해 샹송을 연습했던 거예요. 그런데 누구나 프랑스 좋아하지 않나요? 왠지 공기부터 다르잖아요. 자유로운데다 특히 여성이 당당하잖아요. 어떤 차림을 하고 다녀도 별로 눈길을 받지 않지요. 게이건 레즈비언이건 서로 신경 쓰지 않고 존중하고요. 거리를 오가며 어느 장면을 봐도 그림이 나와요. 그런 거 있죠? 다니는 사람들이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 불어로는 애니마이숑. 한번 다녀오면 눈이 바뀌어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는 좀 다르죠. 전 어릴 때부터 특이한 패션으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자랐어요. 그런데 ‘빠롤레~’만 부르면 제가 4차원이라니. 어, 내가 왜 4차원이지?”

이런, 그녀가 먼저 4차원이라는 말을 꺼내버렸다.

# 4차원

예지원만의 4차원 끼는 대중에게 익숙하다. 그녀가 영화와 방송에서 맡았던 캐릭터들, 예를 들어 ‘생활의 발견’에 등장하는 명숙은 남편이 있으면서도 여행 중인 주인공 경수를 유혹하고, 진심이 모호한 헷갈리는 여인이다. 시트콤과 극장판 영화로 예지원을 가장 널리 알린 ‘올드미스 다이어리(올미다)’에서도 자신만의 판타지에 빠져 사는 노처녀였고, ‘귀여워’의 순이는 아스팔트 위의 집시로 콩가루 삼부자 집 단칸방에 끼어드는 이상한 여자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녀는 노래를 시키면 잔뜩 분위기를 잡으며 샹송을 부르고, 시시때때로 전공인 무용을 펼치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만의 무드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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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일│문화평론가 vicnet2013@gmail.com│정호재│동아일보 통합뉴스센터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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