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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희숙의 에로티시즘 ⑭

상상만으로 충분한 강간

상상만으로 충분한 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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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으로 충분한 강간

<흑인여자의 강간> 1632년, 캔버스에 유채, 104×127cm, 스트라스부르 보자르 박물관 소장

티치아노(1487~1576)는 화면 왼쪽에 커튼을 들치고 엿보는 남자를 그려 넣음으로써 타르퀴니우스가 이 사건으로 몰락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여자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남자의 시선은 욕망을 채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음을 드러낸다.

상상의 최고조는 남들 보는 앞에서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다. 관음증과 욕구 충족 그리고 힘의 과시를 동시에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명 앞에서 강간하고 있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 코벤브르흐의 ‘흑인여자의 강간’이다. 침대에 앉아 있는 남자가 흑인여자를 안고 겁탈하면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다. 흑인여자는 저항하면서 시선을 돌려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옷을 입은 남자는 놀라면서도 흑인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크리스티안 반 코벤브르흐(1604~1667)는 노골적이고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강간하는 남자를 보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성서에 나오는 악마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상상만으로 충분한 강간

<강간> 1868~1869년경, 캔버스에 유채, 81×116cm,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남자는 애정이 없어도 섹스가 가능해 여자를 겁탈하지만, 여자에게는 애정 없는 섹스도 강간일 수 있다. 사랑 없이 섹스를 해야 하는 여성의 심리를 표현한 작품이 드가의 ‘강간’이다. 램프의 희미한 불빛이 방 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속옷 차림의 여자는 몸을 구부린 채 앉아 있고 남자는 다리를 벌린 채 문에 기대 서 있다. 두 사람의 자세는 갈등을 암시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여자의 어깨와 문에 드리운 남자의 거대한 그림자는 두 사람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는 남자가 돈을 치렀으며, 여자는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방까지 남자에게 허락했음을 암시한다. 벽난로 위의 거울은 남자의 욕망과 여인이 겪는 감정을 비춰 보인다. 코르셋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는 붉은색 줄은 강간을 암시한다.

상상만으로 충분한 강간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 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졸업

강릉대 강사 역임

개인전 9회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이 작품에서 남자가 문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남자의 성적 폭력을 암시하며 속옷차림으로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는 여인이 성적 학대를 받고 있음을 표현했다. 그는 ‘강간’이라는 제목을 인정하지 않고 풍속화라고 불렀다. 방 안에 있는 남녀는 서로 소외시키면서 각자 고립돼 있어 에로틱한 분위기보다는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동아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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