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마다 내는 음색이 각기 다르듯, 앙상블에서 연주자들이 맡은 역할이나 연주자들의 성격도 저마다 다르다. 연주자들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주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연주자들은 분노하지 말기를….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겪은 수많은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더블베이시스트가 사오정?

오케스트라는 군대 못지않게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비올라는? 비올라는 연주자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무성한 악기다. 바이올린보다 약간 크고 낮은 음을 내는 이 악기 연주자들은 그들의 양쪽에 있는 바이올린과 첼로 주자들의 농담에 자주 오르내린다. 아주 높은 음도, 낮은 음도 아니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는 둥, 연주자들의 성격이 독특하거나 애매하다는 둥…. 하지만 내가 본 비올라 주자들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더 오해를 살지 모르니 그만 해야겠다). 첼로 주자 중엔 어릴 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사람이 별로 없다느니, 그래서 고집이 세고 이기적이라느니 하는 뒷말이 있는데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 인신공격성 발언에 가깝다. 더블베이스 주자는 말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건 우스갯소리다. 더블베이스 주자는 지휘자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휘자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앞에 있는 첼로 주자에게 자주 물어보는 상황을 희화화한 얘기다.
이제 관악기로 넘어가보자. 오래전부터 현악기 주자와 관악기 주자들은 별로 친하지 않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여성적이거나 내성적인데 반해, 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학창시절 밴드부나 군악대, 경찰 오케스트라를 거친 경우가 많은 만큼 남성적이고 외향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현악기 주자인 나는 어릴 때 관악기 연주자들을 무서워했다.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금관악기 연주자들보다 덜 무서웠다.
예쁜 목관악기들을 보자. 플루트 주자들은 항상 예쁜 음색을 연주하고 오케스트라에서의 역할도 ‘아름다움’에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여러 작품에서 그런 역할을 해왔고, 플루트 연주 중에 격렬한 대목은 드물다는 점을 인정하는 플루트 주자도 많다. 그래서 플루트 주자는 ‘공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클래식 연주에서 클라리넷은 재즈음악에서 흔히 접하는 비브라토(떨림)를 거의 구사하지 않는다. 클라리넷 주자 중엔 매우 절제돼 있으며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이가 많은데, 그런 그들이 바람둥이일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