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이란에서 한류열풍을 주도했던 ‘대장금’의 이영애. (우) 최근 이란을 강마 ‘주몽’의 송일국과 한혜진.
송씨가 이란에 머문 기간은 18일부터 21일까지 3박4일 일정이었다. 이란 언론은 그의 도착 일정을 전하지 않았지만 공항에는 송씨 팬이 150여 명이나 몰려들었다. 그가 머문 기간 내내 호텔 밖에는 팬들이 진을 치고 송씨가 오갈 때마다 길을 막았다.
1500km나 떨어진 지방에서 테헤란으로 무작정 상경한 여성도 있었다. 호텔 경비가 삼엄해 들어갈 수 없자 송씨 얼굴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도록 들어가게 해달라고 우는 여성도 있었다. 일부 여성 팬 중에는 송씨 숙소인 에스테그랄 호텔을 예약해 송씨와의 만남을 요청하는 바람에 송씨가 파자마 바람으로 만나주기도 했다.
한 이란 아이는 주몽을 만나고 싶다며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해 부모가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소년은 결국 김영목 이란 주재 한국대사의 특별 주선으로 송씨를 만났고, 소년 부모는 “아이를 살려줘 고맙다”며 김 대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몽이 이란에서 첫 전파를 탄 것은 2008년 12월9일. 이란 국영방송 3번 채널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8시30분에 ‘전설의 왕자’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주몽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로 고구려 건국 시조인 주몽에 대한 이야기다.
주몽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떠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이란인은 2009년 12월 전세계 누리꾼들이 영어로 자국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 사이트인 글로벌포스트(www.globalpost.com)에 익명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 드라마 주몽은 이란의 안방풍경을 바꿔놓았다. 이란에서 가족들은 보통 밤에 함께 모여 신선한 차를 마시거나 과일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학교가 방학을 하는 여름에는 가족 간의 대화가 밤늦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로 이런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란인은 이제 저녁식사만 끝나면 TV 앞에 모여든다. 주몽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주몽 주인공 사진은 이란 도처에 있다. 심지어 음식을 담는 접시에까지 있을 정도다. 이란 팬은 이제 블로그를 만들어 드라마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몽과 소서노(주몽의 여인으로 한혜진이 역할을 맡았음) 사진을 실은 공책 등 문방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행 요구하며 자살 기도
이란에서 주몽 인기가 치솟자 다소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이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란 남서부 도시인 잔얀에 사는 한 젊은이가 주몽의 여주인공인 소서노에게 푹 빠졌다. 이 젊은이는 한국에 가서 소서노에게 청혼을 해야겠다며 아버지에게 기르고 있던 염소와 양을 팔아 여비를 마련해달라고 몇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천장에 목을 매고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 이란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주몽’으로 개명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목장 경비원은 주몽을 보는 데 정신이 팔려 근무 중에 양 90마리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어떤 부모는 외출했다가 주몽을 보기 위해 서둘러 귀가하면서 어린 아들을 방기해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