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7월13일 광화문 시민광장에서 시위하는 전교조와 시민단체들.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특수학급 학생수를 모두 합해봐야 고작 30명이다. 그나마 특수학급 학생의 특성상 학생에게는 평가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학부모 30명만이 담당 교사를 평가할 수 있다. 일반 학급에 비해 특수학급의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 참여도도 한참 떨어질뿐더러 그나마 대부분은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에게만 한정적으로 점수를 준다.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지 않는 교사를 평가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K교사의 경우 그녀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수를 훨씬 넘긴 학부모 14명이 평가에 참여했다. 더욱이 모두 그녀를 최악의 교사로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대목은 학부모 평가가 아니었다. 특수학급 학생의 특성상 학생에게는 평가권한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학생 3명이 자신을 평가한 것이다. 물론 그 학생 3명의 평가 점수는 학부모들의 평가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우수했다.
학부모 전원이 최하점을 준 것도 충격이었지만 평가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특수학급의 학생들이 자신을 평가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K교사는 평가담당 교사를 찾아가 전산 오류를 문의했다. 그런데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자신을 평가한 3명의 학생은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이 아닌 다른 일반 학급의 학생들에게 권한이 잘못 부여되어 오류가 발생한 것이지만 14명의 학부모는 모두 특수학급 학생 부모가 맞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참여가 저조한 특수학급의 학부모 평가에 14명이나 참여한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K교사는 자신의 수업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아이들에게 엄하게 대하긴 했어도 학부모들과 특별한 마찰이 없었고, 특수학급의 특성상 학생지도를 위해 학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던 그녀로선 정말 뜻밖의 결과였다. 심지어 학교에서 공정한 학생지도와 성실한 수업태도로 모범 교사임을 인정받아 올해는 표창까지 받은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학부모들
사건이 터진 것은 며칠 후였다. K교사의 문의로 자신이 학생들에게 평가 권한을 잘못 부여한 사실을 알게 된 평가담당 교사는 혹시라도 학부모 14명의 전산 처리에도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워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 또 다른 동료교사 P씨가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교원능력개발평가 참여 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평가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 문자나 전화 등으로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사례가 많았던 터라 그녀도 반신반의하면서 독려 차원의 전화를 돌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30명의 학부모 중 단 2명이 평가에 참여했고 그나마 모든 교사가 아닌 자신의 아이를 담당하는 담임교사에게만 평가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되었다. 평가에 참여한 학부모는 없는데 평가 점수는 매겨졌고, 평가에 참여한 것으로 기록된 학부모의 절반 모두가 최하점수를 주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을 알게 된 교사들은 서로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점차 평가 결과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K교사 외에, K교사와 평소 친분이 있던 대부분의 교사가 학부모 평가에서 14명 전원으로부터 최하점을 받은 것이다. K교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일반학급 교사인지라 14명 외에도 평가에 참여한 학부모가 있어 그나마 평균 최하점은 면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