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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불황에도 나가라 세계시장 쪼개고 뒤져라”

맥킨지 서울사무소 첫 한국인 대표 최원식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불황에도 나가라 세계시장 쪼개고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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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상황에서도 “나가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투자하는 게 맞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도 성장의 기회는 존재합니다. 관건은 어떻게 찾느냐는 거죠. 세계시장을 국가 혹은 지역 단위로 정의하는 건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시장을 세분화해 숨은 성장 기회를 족집게같이 뽑아내야 해요. 낟알을 뒤지듯 성장기회를 적극 발굴(granularity of growth)해야죠.”

예를 들어 세계적 식품업체 네슬레(Nestle)는 중국에서 지역마다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항저우(杭州)에서 식품 안전에 초점을 둔다면 광저우(廣州)에서는 맛에 초점을 두는 식이다. ‘안전한 식품을 위해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가 항저우에서는 25%를 웃도는 반면 광저우에서는 2%도 안 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 인구 1억 이상의 국가는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할 것을 조언했다. 그 안에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은 해안 및 내륙지방, 성(省)·현(縣)·진(鎭) 등 행정구역으로 나뉘는데, 맥킨지는 소비자 프로필과 선호도를 기준으로 중국시장을 22개 클러스터(cluster)로 나눈다.

시장 세분화와 관련해 최 대표는 또 ‘평균의 횡포(tyranny of average)’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업들은 보통 성장산업과 사양산업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는데, 성숙한 시장 내에서도 성장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브라질 의류산업은 성장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각 주(州) 단위로 쪼개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두세 배에 달하는 지역이 나온다. 바로 여기서 성공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선도 기업들은 남이 웅크리고 있을 때 시장을 개척하고 과감하게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합니다. 최근 맥킨지 조사에서 한국, 인도 그리고 중국의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들은 거의 1년에 한 번씩 신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매출 규모를 3배 가까이 키워왔고요.”

明 정화가 주는 메시지

정화(鄭和·1371~1433)는 중국 명나라 때인 1405년 대항해를 한 인물이다. 그는 길이 120m의 보선 62척과 함선 330척, 승무원 3만여 명을 이끌고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아프리카를 누볐다. 100년 뒤 250t급 함대 3대와 승무원 88명을 데리고 대서양을 건넜던 콜럼버스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화는 모두 7번이나 대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최 대표는 “어떻게 글로벌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화를 즐겨 언급한다고 했다. 이 역사적 사례가 글로벌화에는 인재, 그리고 조직 전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정화는 윈난(雲南) 소수민족 출신으로 비(非)유교권으로 진출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반면 정화가 7번이나 원정을 한 건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기업은 인재를 꾸준히 양산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만 글로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인재들이 해외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정화의 대항해 이후 쇄국주의로 돌아서면서 그간의 대항해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 지속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텐데요.

“직접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도 항시 직원의 30%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이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곧 한국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지요. 기업은 직원들이 해외 경험을 정기적으로 습득하도록, 그런 인재의 수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 한편으로는 글로벌 M·A나 합작회사 설립 등이 활발한 편입니다.

“M·A든 합작회사든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M·A를 하기 전에 다른 대안들과 비교해 M·A가 최적의 선택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한국기업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경영권까지 통째로 가져오는 걸 선호하는데, 과연 자신이 이전 주인보다 더 능력이 있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또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적은 것도 문제예요. M·A 이후 인수한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자금 유동성이 충분한지 점검해야 합니다.

합작회사란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입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수준의 결혼생활을 할 것인지, 이혼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는지 등을 계획할 필요가 있어요.”

영업-마케팅, 이제 직접 뛰어야

한국 산업은 선진시장과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역으로 해외시장이 한국을 알고 싶어 한다. 최 대표는 “한국시장과 한국기업 둘 다에 매우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시장을 제품 테스트하기에 최적인 ‘파일럿 시장’으로 여깁니다. ‘아줌마 시장’이라고도 하는데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통해 자기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지요.”

▼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은 어떻습니까.

“한국 기업이 비즈니스 스텝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향상시키고 있는 점에 놀라워합니다. 특히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등이 굉장히 빨라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벤치마킹하러 많이들 옵니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관심거리입니다. 신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또 빨리 성공하니 신기한 거죠. 사실 미국에서도 GE를 빼놓고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 드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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