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을 청소년 인성강화와 교육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7월부터 시행됐다. 다양한 숲 체험이 심신 건강과 청소년 문제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 산림청은 올 들어 전국 자연휴양림·수목원·산림공원 등에서
- 숲 해설가 등 전문가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은 매년 7~8월 전국의 중고등학생을 위한 백두대간생태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월 30일 충북 괴산군 백두대간의 일부인 문경새재 조령산을 찾은 중고교생들이 야호를 외치고 있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에 있는 숲 체원. 산림청의 녹색기금 200억 원으로 2007년 조성된 숲 체험 시설이다. 외관이 수려한 청태산의 해발 850m 고지에들어섰으며 교육과 숙박 식사 등이 가능한 ‘공공 리조트’다. 이곳에선 연간 1만여 명의 소외계층 청소년과 장애우, 학교폭력 피해자·가해자 등이 숲 체험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나를 위해’ 일상에 복귀한다. 숲 속에 안락하게 자리 잡은 통나무 숙소, 장애가 있어도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나무 데크 등산로, 그리고 걷기만 해도 심신이 건강해지는 치유의 길이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흠뻑 받을 수 있는 힐링센터도 있다. “몸을 던지고 맡기면 모든 게 최상의 컨디션에 오를 수 있다.” 숲 체원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산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치산녹화사업’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한반도 임야는 벌거숭이였다. 이후 녹화사업이 추진되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로 이어지면서 지난 40년간 한반도 남쪽에는 무려 100억 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이로 인해 국토의 65% 이상이 산림으로 채워졌다.
산림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면서 각종 지원 법률 제정도 이어졌다. 7월부터는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산림을 청소년 인성강화와 교육의 마당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숲 체험이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과 공경심을 키워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인터넷 중독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올부터 전국 자연휴양림·수목원·산림공원 등에서 숲 해설가와 산림치유 지도사 등 전문가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7월 30일 서울지역 10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강원도 횡성군 숲 체원을 찾은 200여 명의 장애우가 산을 올랐다. 녹색문화재단이 2박3일 일정으로 여는 ‘나눔의 숲 캠프’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중증 지체장애우는 산 정상까지 설치된 나무 데크를 이용해 오르면서 바람소리, 새소리를 만끽했다. 시각중복장애인 복지시설인 ‘헬렌 켈러의 집’ 윤미진(46) 시설장은 “숲에 오는 것만으로도 심리 안정 등 치료의 절반은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1인당 필요 경비(2박3일 기준)도 대부분 녹색기금으로 지원된다.
정민호 숲 체원 원장은 “숲 체험을 통해 심신 장애우는 안정을, 비행청소년은 협동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인터넷 중독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게 숲 체험 교육을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강원 홍천군 북방면에 있는 강원대 학술림. 산림청과 공동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를 위한 ‘숲 속 특별교육’이 운영되는 곳이다. 교육대상자는 대부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법원으로부터 5일간 대안교육을 받도록 명령받은 중고교생. 학생들은 ‘생뚱맞은’ 교육을 받는다. 숲 속을 거닐며 맘에 드는 나무를 캐 별도의 화분에 심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한다. 그리고 동료끼리 ‘4인5각’달리기를 한다. 흔히 게임에서 등장하는 ‘2인3각’보다 고난도 게임이다.
“숲 속에 있는 작은 나무를 캐고 화분에 심는 과정 속에서 흙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함께 지내온 친구들(학교폭력 피해자)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지요.”
교육을 담당하는 김효정(30·여) 교사의 얘기다. 4인5각 게임이 동료들과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런 교육은 산림청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 가해학생에 대해 특별이수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교육 중 일부를 숲 속 체험으로 하는 것. 강원대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학술림에서는 올해 말까지 모두 1000여 명에 대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은 변하고 있을까? 이른바 고교에서 ‘일진 중 짱’인 이모(19·고3) 군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눈에 띄고 싶어 말썽을 부렸다. 숲 속에서는 선생님들이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이 끝난 뒤 간단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17명의 학생 중 16명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친구들이 받아준다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전범권 산림청 산림이용국장은 “모든 국민이 쉽게 산림 체험의 기회를 갖도록 산림교육센터 유아 숲 체험원 등 다양한 교육여건을 갖춰나갈 방침”이라며 “2017년까지 산림치유서비스 수혜자를 1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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