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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미국 뉴욕주法 준거법으로 계약할 필요”

유로존 위기 넘는 또 다른 시각

  • 문병순| 선임연구원 psmoon@lgeri.com

“미국 뉴욕주法 준거법으로 계약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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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산부채 일치는 유럽 내 자본 이동을 억제하고 취약국의 신용공급을 감소시켜 유로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부작용에 개별 금융기관과 기업 입장에서는 유로존 붕괴에 대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음으로 취약국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할 때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고, 유로존 해체와 취약국의 유로존 탈퇴 시 특정 통화로 결제할 것을 사전에 지정하고 있다. 물론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더라도 유로존 붕괴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영국 역시 EU 회원국이므로 영국법원은 EU의 향후 결정을 좇아 결제통화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률 서비스가 가장 발달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

유로존 붕괴 시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먼저 결제통화 조항과 준거법 조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로존 붕괴를 상정한다면 독일처럼 통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의 통화를 결제통화로 미리 지정할 필요가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상정해 결제통화를 미리 지정하는 것이 계약상 쉽지는 않지만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동의한다면 계약에 가치유지조항(value maintenance clause9·지급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금과 같은 실물이나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결제금액의 실질 가치를 유지하는 조항)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EU 외 지역인 미국 뉴욕 주법 등을 준거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 EU 회원국인 이상 EU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EU 회원국들 간의 합의에 의해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그 합의가 우리 기업에 불리하다 하더라도 영국법원은 이를 강제할 것이다. 유로존 전체가 해체될 경우에는 영국법이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아예 영국법이 아닌 미국 뉴욕 주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준거법을 미국법으로 선택할 경우 미국은 EU법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결제통화는 일반적인 법리와 준거법 원칙을 따르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보다 우리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현재 무역과 금융계약 관행상 대부분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유로존 위기가 해체 수준으로 심화될 경우 미국 뉴욕 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로존 기업과 거래할 때 EU 역외 지역에 존재하는, 유로화로 표시되지 않은 자산을 담보로 설정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 예치된 달러 예금을 담보로 설정해 유로존 붕괴 시 담보로 설정된 달러 예금으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 물건을 사주는 유럽 기업의 입장에서 굳이 이러한 조항을 도입할 유인이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기존 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계약을 변경해 이런 조항을 도입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향후 체결할 무역 계약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들 조항을 도입해 결제통화 변경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

특별법으로 ‘차별’ 방지

우리 정부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 주는 1997년 7월에 유로화 도입 당시 유럽 각국 통화가 유로로 변경되어도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같은 이유로 유로존이 붕괴한다면 유로존 표시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유효하다면 어느 나라의 통화로 결제되어야 하는지 등을 특별법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않고 유로화 관련 계약을 모두 영국 법원과 미국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면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유로존 기업과 체결한 계약의 준거법을 외국 법으로 지정한다면 우리의 특별법이 효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은 계약에 대해서는 우리의 특별법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유로존 리스크, 과소평가 가능성”

최근 금융당국은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외환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유럽 금융기관 간의 직접적인 거래액이 크지 않아 위험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2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의 외화 차입액 1297억 달러 가운데 유럽에서 차입한 금액은 413억 달러(31.9%)다. 액수만 놓고 본다면 크지만 이 가운데 유로존이 아닌 영국과 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크기 때문에 유로존에 대한 직접 차입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취약국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지역에 대한 노출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유로존에 대한 직접적인 리스크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유로존이 해체될 경우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거래액이 적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 불안과 그에 따른 간접적인 위험도 우려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 금융기관과 미국 부실 금융기관 간의 직접적인 거래는 많지 않았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동성뿐만 아니라 자본 규모가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파산할 경우를 상정한 ‘가상 회사 청산안(living will)’을 2012년 7월 1일 제출했다. 가상 회사 청산안에 근거해, 미국 주요 은행과 금융당국은 자본이 충분하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유로존 해체 시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과소평가했다”면서 자본을 더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존슨 교수의 견해대로 유로존 위기의 간접적인 충격을 포함한 보다 현실적인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그에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로존과 직접 관련된 자산에만 충당금을 적립할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산에도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자본 확충과 관련해 전환사채의 일종인 조건부 자본(contingent capital)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상법상 조건부 자본의 발행이 허용되는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건부 자본의 발행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조건부 자본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아 201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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