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2-08-22 15: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에다 그동안 출마 시기를 저울질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책을 출간한 뒤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부는 등 대선 판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8월 21일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의원이 선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굳건하던 대세론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민주통합당도 안 원장과의 연대 변수를 경계하며 불안한 경선 일정을 앞두고 있다. 공천헌금 파문과 안철수 바람을 맞은 여야 정치권의 대선 전망을 들어본다.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공천 뒷돈 제공 혐의를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

    사람들의 관심은 이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정말 출마할까? 만약 출마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까? 결국, 이길까 질까? 하지만 안철수는 역으로 되묻는다. 날 원하십니까? 어떤 식으로 대통령에 출마해야 할까요? 정말 기존 정당의 도움 없이 해낼 수 있을까요?

    궁금해하는 유권자와 그 유권자에게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안철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안 원장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출마 또는 불출마. 출마한다면 다시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①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한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출마 ②신당 창당 후 독자 출마 ③무소속 후보로 출마가 그것이다. 불출마를 하더라도 다시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④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불출마 ⑤공식 출마 선언을 끝까지 하지 않는 불출마가 그것이다. 결국 5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①‘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한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출마’하는 시나리오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②‘신당 창당 후 독자 출마’ 시나리오도 여전히 점쳐지지만 신당 창당은 이미 때를 놓쳤다. 신당을 창당하려고 했다면 지난 4월 총선 전에 했어야 한다. 당시 창당을 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출마를 시켰다면 적지 않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안철수 원장의 정치권 연착륙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은 창당을 해야 할 동기가 별로 없다. 이제 와서 창당을 한다면 뒷북을 친다는 비난과 더불어 안철수 원장을 대통령으로 출마시키려고 급조한 정당, 안철수의 사당(私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국민은 또 다른 김대중이나 김영삼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더욱이 진보세력은 문국현의 참담한 실패를 이미 목격한 바 있다.



    ③‘무소속 후보로 출마’ 시나리오는 일반 정치인이라면 당선 가능성이 무척 낮은 방법이다. 하지만 안철수라면 선택해볼 만한 대안이긴 하다. 헌정 사상 최초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기존 보수와 진보 구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강 구도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동시다발적으로 대개편 과정에 돌입하는 것을 전제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깨어 있는 국회의원들을 흡수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다면? 유권자는 의외로 안철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매력적이고 극적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잘못하면 수많은 무소속 후보 속에 묻혀버릴 위험이 있다.

    “날 원하십니까?”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7월 27일 열린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경선 합동연설회.

    ⑤‘공식 출마 선언을 끝까지 하지 않는 불출마’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자신에게 쏟아진 국민적 관심을 그렇게 허무하게 허공에 날려버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④‘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불출마’ 시나리오는 안철수에게 아직 유효한 카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지난번 서울시장선거 때에 이미 써먹은 방식이라서 약발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아니 또?”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안철수는 싱거운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고 안철수의 지지율이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그대로 다 옮겨가지도 않을 것이다. 계산에 밝은 안철수가 이런 대안을 택할 것 같지 않다.

    결국 ①‘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한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출마’ 시나리오와 ③‘무소속 후보로 출마’ 시나리오가 안철수의 머릿속에서 경합할 것 같다. 현재까지의 정치상황으로는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미래의 불투명한 정당 지지 기반보다는 현재의 확고한 정당 지지 기반이 그에게는 절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안철수 원장에게 대권 도전의 길을 내주고 비켜날 민주통합당 후보는 누굴까? 아니, 도대체 누구여야 안 원장과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현재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는 5명. 이 가운데 누구냐에 따라 안철수 원장은 날개를 단 격이 될 수도 있고 혹을 붙인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민주통합당 내부 그리고 지지세력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화두이고 경선 과정에 벌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손학규 후보의 추격이 매서운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안철수 원장의 장점은 ①자수성가한 벤처 사업가다 ②도덕적으로 깨끗하다 ③겸손하고 부드럽다 ④사회적 기여도가 높다 ⑤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다 ⑥진보에서 중도까지 지지층이 넓다 ⑦모든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⑧청년층 지지도가 높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반면에 ①국정 경험이 없다 ②정치 경험이 없다 ③정당 기반이 없다 ④권력의지가 부족하다 ⑤우유부단해 보인다 ⑥문제점만 지적한다 ⑦검증된 것이 별로 없다는 등의 단점도 지적된다. 안 원장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단점은 보완해줄 수 있는 민주통합당 내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불출마·독자출마·양보도 어려워

    먼저 문재인 후보. 문 후보의 장점은 의리 있는 사나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친노계의 정통성을 잇고 있고 부산경남 지역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노무현 정부 실패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고 국정 운영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국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출신지역이 겹친다. 그런 점에서 상호보완성이 떨어진다. 당연히 안 원장의 처지에서 문재인 후보는 그렇게 좋은 파트너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다음 김두관 후보. 김 후보의 장점은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고 도지사, 장관 등 국정 운영 경험이 있으며 친노계로서 개혁성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지가 강하고 승부사적 기질이 강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민 이미지가 강한 것도 물론 장점이다. 반면에 도지사직 수행 약속을 파기했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김두관 후보는 장점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안 원장과 상호보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라면 모를까 파트너로서는 너무 강하다는 말이다. 김 후보 본인도 이 점을 아는지 연일 안 원장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출신지역이 같다는 것도 안 원장으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일 것이다.

    정세균 후보는 기업인 출신으로 실물경제를 비교적 잘 안다는 점, 당 대표 등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그리고 조정자로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호남 출신으로 안 원장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점과 구세대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호남 지역 지지를 연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 안 원장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는 순간 이것이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매력 포인트는 아니다. 조정자로서의 이미지와 실물 경제를 잘 안다는 점도 안 원장과 겹친다. 더욱이 구세대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해서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려는 안 원장의 지향과 맞지 않는다.

    박준영 후보는 도지사를 비롯한 국정 경험이 있고 호남지역, 특히 광주전남 지역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관리형 인물이라는 이미지와 구세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단점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정세균 후보와 유사하게 안 원장으로서는 크게 매력을 느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

    손-안 vs 안-손

    마지막으로 손학규 후보. 손 후보는 장점이 많다. 다선 의원이자 당 대표로서 정당 경험이 풍부하고 장관과 도지사를 거쳐 국정 운영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더욱이 그 일을 잘해냈다. 학자 출신으로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국정 운영 역량을 지니고 있다. 진보를 아는 중도라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학자 출신 특유의 우유부단함과 흡인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 점도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더욱이 다른 당내 후보와 달리 영남도 호남도 아닌 수도권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원장에게는 손 후보가 최적의 파트너다. 안 원장의 부족한 점을 상당 부분 메워주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 경험, 정당정치 경험, 탄탄한 이론, 수도권 지지 기반까지. 더욱이 ‘안철수 대통령-손학규 총리’ 또는 그 반대로 ‘손학규 대통령-안철수 총리’, 그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유권자에게는 좋은 조합으로 비칠 수 있다. 아마 이 점은 새누리당도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런 조합이 탄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합이 성사된다면? 새누리당은 아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발 더 나아가 ‘안철수 대통령-손학규 총리’ 또는 ‘손학규 대통령-안철수 총리’ 가운데 어느 쪽이 가능성이 더 높은 지, 더 유력한 대선 승리카드인지 살펴보자. 겉으로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로 봐서는 단일화 경선이 이뤄질 경우 안철수 원장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보의 준비 상태로 봐서는 손학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 직무수행 역량을 기업에서 하듯이 KPI(Key Performance Index)로 산정해 측정한다면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후보가 손학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안 원장은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은 검증이 덜 된 초보자에 해당한다. 아마도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빠르게 역량을 갖춰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모범생 출신 안철수가 대권 행보에 조심스러운 이유는 아마 본인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는 손 대통령-안 총리 카드가 더 파괴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권자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번을 대비해 키워는 놓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 아닐까?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공천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이 8월 3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 5인의 한계와 딜레마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욕설 파문을 빚은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오른쪽)이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낮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온갖 것을 누리다 한나라당을 스스로 탈당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원죄로 인해 손학규는 한계가 뚜렷한 정치인이며 아무리 안철수라도 이런 점까지 보완해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은 서울시장선거와는 다르므로 안철수 본인이 대선주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안철수의 지지율이 손학규의 지지율로 이전하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손학규가 아닌 다른 어떤 민주통합당 경선주자가 안철수의 도움으로 야권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현재 손학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경선주자 5인에 대한 국민 지지는 그리 신통치 않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손학규-안철수 조합도 우리가 내심 원하는 바”라고 말한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가능하지만 야권 단일 후보는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통합당 당원과 지지 세력이 누구를 선택해서 안 원장에게 내놓을지, 안 원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에 앞서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이변이 없는 한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는 박근혜가 아니라 김문수일 수 있다는 점을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이념적 좌표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가장 잘 실행할 후보, 그래서 야권이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가 바로 김문수이기 때문이다. 아마 새누리당 내에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당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만 생각할 뿐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린다. 박근혜 대세론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지적하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새누리 “공천 헌금 홍역” 초상집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공천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의 여파는 길고도 깊을 전망이다. 검찰이 축소 수사하고 새누리당이 덮으려 해도 그리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리더십의 문제, 곧 친박계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이나 조직에 대해 좀처럼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당연히 자금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 모두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왜? 문제가 되면 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박근혜 후보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식의 ‘동지’ 의식을 갖기 어렵다. 모두가 이해관계에 따라 돕겠다고 나서는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책임감도 떨어지고 윤리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조성하고 조직을 확대해서 기여도를 높이고 그것을 인정받아 자신의 이익을 충족하는 것만이 목표가 된다. 이러는 사이에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밀려난다. 현재의 친박계는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정치세력이다. 그래서 노회한 인물의 비중이 크고 진입장벽도 그만큼 높다. 방식도 고루하고 변화도 더디다.

    이제 이런 친박계의 구조적 문제가 새누리당에 그대로 이식된 상태기 때문에 이 당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에게는 이번 공천비리 사고가 충격적이지 않다. 언젠가는 터질 사고가 터진 것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계속 터질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박계를 자임하는 조직과 단체는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자금과 사람을 끌어들이느라 여념이 없다. 대박 로또를 향한 열풍. 가히 골드러시를 연상하게 한다.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그랬다. 이회창 총재는 고고했고 돈에 간여하지 않았지만 조직은 번성했다.

    그러나 더 큰 함정은 이런 것이다. 이회창 학습효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최악의 순간에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려들지 않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기환 전 의원의 경우를 보자. 박근혜 후보를 살리려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사람이다. 그 정도면 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3억 원을 정말 받았다면 개인적으로 착복하려고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 돈을 박 후보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렇다면 3억 원은 어디로 간 걸까.

    친박계는 로또 집단?

    현 전 의원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마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러했듯이.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조직을 위해서 썼다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그런데 윗분이나 조직이 지켜주지 않는다?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끊어내려고 한다? 참기 어려울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함께 죽자고 나설 수도 있다.

    공천헌금 파문 새누리 휘청 ‘새 될라’…안철수 결심 임박 安-孫카드 성사될까
    이종훈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국회도서관 연구관

    前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現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현 전 의원을 보호하려고 친박계 새누리당 지도부가 애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약 실패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모두가 멈칫할 것이다. 위험부담을 안고 몰려들었던 ‘골드 디거(gold digger·돈과 권력을 좇는 사람)’들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것이다. 본래 금에 의존하지 않았던 조직은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지만 금만 좇는 조직은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주변에는 그런 유의 조직이 적지 않기 때문에, 대선 본선에서 조직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박계가 비례대표 공천비리 사건에 긴장하는 이유도 실은 여기에 있다. 스스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과 안철수가 무서운 조합을 만들어내고 새누리당이 조직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다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친박계에 올인한 새누리당 지지 세력에게는 고민이 깊어가는 가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