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부터 미 공군은 장거리 미사일 연구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의 추진 장치는 로켓이 아닌 공기흡입식의 램젯(ramjet) 엔진이었다. 연료의 연소를 돕는 산소를 몸체에 지니고 비행해야 하는 로켓에 비해 주위의 공기를 이용하는 제트엔진은 효율성이 좋아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북미항공(North American Aviation)사의 MX-770, 이른바 ‘나바호(Navaho)’ 프로젝트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개발이 쉽지 않았는데 문제는 램젯이 아닌 로켓엔진에 있음이 발견됐다. 나바호의 램젯 엔진은 마하 3의 환경에서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속도를 내려면 나바호에는 보조 추진장치로 로켓엔진을 붙여야 했다. 이 때문에 나바호를 만들려면 보조 추진장치인 로켓엔진을 먼저 완성해야 했다.
북미항공의 로켓다인 사업부는 V-2 로켓을 토대로 나바호를 위한 여러 로켓엔진을 개발했다. 12년간 계속된 나바호 프로젝트는 1958년 탄도미사일에 밀려 중단됐다. 그러나 보조 추진장치로 개발된 로켓엔진 기술은 다른 로켓 개발에 전용돼 ICBM과 우주발사체 개발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6·25 계기 탄도미사일 개발 박차

미 공군이 최초로 연구한 장거리미사일 나바호. 램젯의 나바호는 개발이 중단됐지만 나바호를 이륙시키기 위해 개발한 액체 로켓엔진은 ICBM에 전용되었다.
V-2의 미국판이라 할 수 있는 레드스톤은 2t의 핵탄두를 사거리 800km까지 운반할 수 있었다. 그러자 원거리 공격을 하는 공군이 반발해 사거리가 320km로 축소되었다. 이 마찰을 계기로 320km 이하는 육군, 이상은 공군이 작전하는 영역으로 정리됐다. 미국에서 ICBM 개발은 공군의 고유 영역이 되었다.
사거리가 짧은 레드스톤으로 소련을 위협하려면 소련과 멀리 떨어진 미국에 배치할 수는 없었다. 유럽에 배치해야만 했다. 그러나 유럽에 배치된 레드스톤은 미국에 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운영할 수 있는 대륙 간 비행 장거리탄도미사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었다.
미 공군은 제트추진을 하는 나바호 사업 외에도 MX-774 계획으로 로켓추진용 장거리탄도미사일의 가능성을 연구하다 1947년 중지한 바 있다. 6·25전쟁 직후 공군은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MX-1593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 사업의 우선순위는 낮았다.
1953년 소련이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인식을 바꿨다. 소련에 맞설 군비 증강을 하려면 최우선으로 ICBM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의 미사일은 유도시스템이 발전하지 못해 명중률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탄두로 달아 발사하면 명중을 시키지 못해도 적의 전략시설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군이 주도한 ICBM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이 주춤하고 있던 1957년 10월 소련이 ICBM인 R-7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1호 인공위성을 쏘아올림으로써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소련과의 ‘미사일 갭(missile gap)’을 메우는 것이 가장 화급한 일이 되었다. 미국은 기존의 로켓 기술을 총 집합하고, 개발하고 있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생산해 긴급 배치했다.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완성한 IRBM이 공군의 ‘토르(Thor·천둥의 신, 전쟁의 신)’와 육군의 ‘주피터(Jupite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