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까지 흔드는 상법 개정…재계는 ‘거부반응’
방향성엔 공감…효과는 “단기에 그칠지도”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 마중물?…2026년 초 가봐야

2025년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가운데)을 비롯한 의원들이 2025년 6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 재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11월 25일 상법 3차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정부를 등에 업은 여당이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해 밀어붙이겠단 심산이었다. 관련 법안은 오기형 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발의됐다.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업이 합병 또는 분할될 때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사주의 법적 성격을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해 회계 일관성을 확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7월 1차(이사의 주주충실의무 확대/감사위원 선출 시 총수 일가 의결권 3% 제한/전자주주총회 도입), 8월 2차(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개정에 이은 마지막 개정안이었다.
‘자사주’까지 흔드는 상법 개정…재계는 ‘거부반응’
기업들은 상법의 3차 격변에 경영환경이 또다시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3차 개정안은 자사주를 겨냥한 것이어서 불안해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주주로부터 사들인 주식을 말한다. 말 그대로 기업이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기 재산’인 셈이다. 소각할지, 처분할지 여부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 이런 권한을 활용해, 기업들은 각종 현안을 자사주로 해결하기도 했다.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자사주는 일종의 ‘히든카드’로 기업들을 살리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하지만 상법이 3차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여기에 제약이 생긴다. 기업이 자의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선 1차, 2차 개정을 통해 회사 경영진과 이사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역이 확대된 것도 자유로운 자사주 처분을 어렵게 하는데, 1년 내로 소각해야 하는 의무 조항까지 더해지면 기업 부담은 자연히 가중된다.
국회는 그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새로운 법안을 입법하고자 할 때, 주로 특별법 제정으로 처리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2025년 상법 개정은 꽤 이례적이다. 상법은 헌법보단 하위지만, 민법·형법과는 동등한 지위에 있는 법으로 통한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민법과 형법 못지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법 개정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바꾸겠단 의지를 국회가 피력한 것으로도 읽히지만, 한편으론 개정에 따라 불러올 파장이 또 너무 클 수 있어서 무리수란 비판도 뒤따른다. 실제 ‘경제 6단체(한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은행협회)’는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논지로, “하위 법령 개정을 통해서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주주 권한 확대 등 효과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들은 상법 3차 개정도 1차, 2차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기업들의 도전적 투자 등에 제동을 걸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각을 강제하는 것도 불편한데, 마지노선을 1년으로 둬 선택의 폭을 더욱 좁혀놨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조합 출연,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주주총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자사주를 원하는 대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예외는 뒀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허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회사 바깥에서 가해질 수 있는 외부 공격에 자사주는 좋은 무기로도 쓰여왔지만, 이젠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돼 경영권 방어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엔 오랜 기간 구축된 자사주에 대한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자사주는 통제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의 범위가 확장돼 온 우리 정치 및 경제사와 맞물려, 그 처분이 유연해졌다. 그래서 기업의 자율 경영 정도를 엿볼 수 있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증권거래법이 개정된 1994년을 기점으로 자사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크게 달랐다. 1994년 이전에 우리 상법은 기업들의 자사주 소유 자체를 금지했다.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이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1994년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상장 법인들은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2011년 상법이 개정된 이후론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자유로워졌다. 자율을 원칙으로 삼고 이를 방해하는 조치에 대해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막아 세웠다.
상법 개정으로 앞으론 이를 제어받을 가능성이 생기자, 재계는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소각의 의미와 향후 효과 등을 분석하며 재계가 우려하는 지점들을 부각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기업 자기주식 운용실태와 제도 변화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상법의 3차 개정이 현실화했을 때 소각 대상이 되는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규모는 약 71조70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의 50%가 넘는 액수다. 기업들이 필요할 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자산이 그만큼 줄어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이 뒤따른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건, 자기주식을 불에 태우듯이 영구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소각 후에 기업들 손에 남는 건 없다.
방향성엔 공감…효과는 “단기에 그칠지도”
1~3차에 걸쳐 상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방향성엔 기업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전보다 기업 경영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최근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중요한 자금조달 통로이면서 가치를 인정받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그에 따라 기업들의 주식에 자산을 투입하는 ‘주주들’의 가치도 높아졌다. 주주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기업의 브랜드가치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우리 기업 대부분이 느끼고 있다. 2025년 유난히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다양한 조치가 기업발(發)로 많이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비롯됐다.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취지에는 공감한다. 상법 3차 개정이 표면화하면서 LG, 기아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 일부가 먼저 자사주를 이른 시점에 소각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계 일각에선 “3차 개정으로 소각이 의무화됐을 경우 받을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움직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론 “3차 개정안의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한 조치”란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스스로 할 수 있음을 보여 법까지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행보”란 시각도 있다.
LG그룹은 2025년 11월 28일 ㈜LG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총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LG는 2025년 9월 약 2500억 원(302만9580주)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고, 2026년 상반기 중으로 남은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겠다고 했다. LG전자는 현재 갖고 있는 약 6000만 주를 내년 주주총회 이후에 전량 소각하겠다고 했고, LG생활건강은 2027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 등도 자사주를 소각한다. 기아는 연내에 3230억 원(337만6272주)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주식 수(3억9378만9270주)의 약 0.86%에 해당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조치란 점에는 틀림이 없다. 자사주가 사라지면서 발행 주식 전체 숫자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을 높인다.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면서 각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올라 영향력이 확대된다. 해당 회사의 주식이 시장 내에서 갖는 가치 역시 오른다. 문제는 이런 긍정 효과가 오래 지속되진 못한다는 데 있다. 시장이 기대감으로 잠깐 들썩이다 조용해지거나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졌느냐에 의문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를 반대했다. 구체적으로 △사업 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로 주가 부양 악영향(15.9%) 등을 우려했다. 특히 소각하지 않고, 자기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만 있어도 이후 1∼5일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포인트, 16.4∼47.91%포인트 높았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단발적 주가 상승만 기대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5000’의 마중물?…2026년 초가 관건
상법 개정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완료되기까진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1, 2차 개정은 확정됐지만,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공포 즉시 시행됐지만,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은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2026년 초중순부터 시행된다.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 내려지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는 단계적으로 시행돼 2026년 완전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아직 3차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은 가운데 구체적 내용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2025년 11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스1
일단은 상법이 개정돼 온 과정에선 시장에 기대감이 생기면서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2025년 11월 3일 기록된 코스피 4221.87은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이후 코스피는 11~12월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12월 초 중순 4000대를 지키고 있다. 과연 3차 상법 개정안이 호재로 작용할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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