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호

“비례대표는 당론 따르라? 당론보다 양심 먼저 챙겨야”

[Interview] 같은 당 대변인 고소한 김예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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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12-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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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탄핵 찬성·3대 특검 동의…“국힘에 도움될 것”

    • 다양한 목소리 듣기 위해 당이 날 비례대표로 앉힌 것

    • “눈 불편한 것 말고 기득권”이란 박민영 발언, 당황스러워

    • 장애인·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굴레 깨려 고소

    • ‘전장연’ 시위 방식은 문제…이동권은 고민해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박해윤 기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박해윤 기자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 의정과 무관한 일로 화제가 돼 당황스럽다.”

    2025년 12월 초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날 김 의원을 만난 것은 그를 둘러싼 말 때문이다. 2025년 11월 12일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은 유튜버 김소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감동란TV’에 출연해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을 두고 “자기가 뭔데 (비례대표 공천을) 두 번 받느냐…(당에)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며 “(김 의원은) 눈이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기득권”이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 콘텐츠가 공개된 지 5일 만인 11월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박 대변인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대변인에게 구두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에 대한 비판과 박 대변인에 대한 옹호가 이어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25년 11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도 김 의원에게 할 말이 있다. 그분이 어떤 경위로 두 번 연속 비례대표가 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박 대변인의 발언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장애인 폄하 목적이 전혀 아니었다”며 “김 의원이 두 번이나 비례라는 특혜를 받았는데 당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당 내부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물었다.



    비례대표, 당이 국민 이야기 듣는 통로

    비례대표를 두 번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례적으로 기회를 받았으니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격이 없는데 받은 특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불편함을 개선하라는 의미에서 당과 국민이 내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안을 많이 발의했고, 그 나름의 성과도 냈다(김 의원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해 2025년 6월 11일 ‘제5회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당이 준 기회에 보답하려면 지금의 의정 활동을 더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이 비례대표 기회를 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등 당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문제 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론보다 양심을 먼저 생각했다. 헌법 4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정당 지지율에 따라 선출되는데…. 

    “우리 당이 군소정당이면 당론을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거대 정당이다.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당도 중요하지만 공익을 생각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도) 민주주의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3대 특검법(내란, 김건희, 채 상병에 대한 특별검사법)에도 동의했다. 해당(害黨) 행위란 비판도 있다.

    “비례대표제의 목적은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목소리를 국회에 담아내는 것이다. 당도 이를 알고 국민 통합을 위해 나를 비례대표로 공천했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는 당이 지지자를 넘어 국민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고 봤다. (내 결정이) 당장은 당론을 어기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내 결정이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 비례대표를 거치며 본의 아니게 장애를 가진 다른 정치인의 기회를 대신 누렸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내가 장애를 가진 정치인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 중에 장애인은 내가 유일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22대 총선을 3개월가량 앞둔 2024년 3월에도 김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두 번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3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연속 두 번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장동혁 대표가 반박했다. 당시 장 대표는 “이미 비례 1번(최보윤 의원)에 장애인을 배려했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다른 장애인을 추천할 몫으로 김 의원을 추천한 게 아니라 그분의 의정 활동을 보며 한 번 더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21대 총선에서도 김 의원은 비례 순번 11번이었고, 비례 순번 4번에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있었다. 

    혐오의 굴레를 깨기 위해 박 대변인 고소

    박 대변인의 발언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당에서 공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았다. 장애인을 단순히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발언이다. 그들도 국민이고 국가 운영의 주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박 대변인의) 발언에 드러난다.”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득권이었으면 좋겠다(웃음). 기득권이라면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 않겠나. 오히려 잘 보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이 나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기득권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박 대변인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정치인보다 비례대표 기회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장애 하나만으로 비례대표가 된 것은 아니다. 나는 장애인 권익 운동만 한 사람이 아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예술인이었고, 전국장애인체전에 참가한 체육인이었다. 21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일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박 대변인을 고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별다른 대응 없이 지나가자는 생각도 있었다. 장애인 관련 입법을 할 때마다 비슷한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으니 익숙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비장애인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지지자들은 ‘이번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 혐오의 굴레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해 줬다. 그들의 주장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소까지 진행하게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관련 단체들이 2025년 1월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요구하며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DB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관련 단체들이 2025년 1월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요구하며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동아DB

    장애인 관련 입법을 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관련 입법 취지를 설명할 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떼를 쓴다’는 표현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이 들어갈 곳이 많은데 장애인을 위해 그런 배려를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이런 표현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니 의견은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실제로 ‘떼를 쓴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이 표현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그 말이 옮겨지고 공론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일부 정치인들은 이 혐오를 이용해 정치를 한다. 장애인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지지세를 모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반대 시위 등 일부 장애인 단체의 행동으로 장애인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 수도 있다. 

    “꽤 많은 장애인이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도 (전장연을) 지지하지 않고, 그들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

    김 의원이 전장연의 대변인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내가 계속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물론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비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충과 이동권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한다.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정치의 목적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 수단은 3선이다. 선거가 2년 정도 남았지만 3선에 대한 계획이 있나.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다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비례대표를 또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재선도 예상치 못했다. 핑계가 아니라 정말 할 일이 많아서 정치적 미래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도 지역구 당선 선례 있었으면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나.

    “최근에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살면서 어떤 불편을 겪는지 알기 어렵다.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일반 법안에 비해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대표적 예가 있다면.

    “단적인 예로 장애인 화장실 문제가 있다. 장애인 화장실을 보면 변기 옆에 금속 구조물을 설치해 뒀는데 대다수 장애인이 이것 때문에 도리어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장애인들은 이 금속 구조물 때문에 오히려 용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고치고자 장애인 화장실 설계를 할 때 장애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려고 한다.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인 만큼 반대 의견이 많다.”

    지역구에 도전할 생각도 있는가.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국회의원이 하는 일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 추후 계획은 전혀 없지만 장애를 가지고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하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비장애인도 지역구 선거운동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장애인도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지 않을까.”

    본인이 해볼 생각은 없나.

    “아직은 없다. 생긴다면 가장 먼저 이야기하겠다(웃음).”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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