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흔들리는 보수 심장, 이번엔 진짜 민주당 기우나

[Special Report | 이대론 ‘16대 0’…선거는 끝났다] 여론 분석 ‘보수 텃밭’에서 여야 각축장된 TK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입력2026-03-20 1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대구·경북, 보수가 위기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

    • 전화 면접 조사와 달리 ARS에선 국민의힘 우세

    • 보수 궤멸 위기감 고조되면 선거 막판 결집할 수도

    • 민주·국민의힘 양당 격차 줄면서 무당층 격차 커져

    •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땐 선거 돌풍 가능성

    대구 앞산에서 바라 본 대구 시내 전경. 동아DB

    대구 앞산에서 바라 본 대구 시내 전경. 동아DB

    대구·경북(TK)의 선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추월하기도 했다. 또 ‘지방선거 결과 기대’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도 긍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이러한 변화는 불과 10개월 전 치러진 21대 대선의 득표율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6·3대선에서 대구의 득표율은 △민주당 이재명 23.2% △국민의힘 김문수 67.6% △개혁신당 이준석 8.3% 등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25.5% △국민의힘 김문수 66.9% △개혁신당 이준석 6.7%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장 이후 1960년대 중반부터 대구·경북은 보수의 최후 보루였다. 이곳은 보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대구·경북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예전 같지 않은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러다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온다. 

    다만 6·3지방선거가 2개월여 남은 시점이라 몇몇 변수는 있다. 우선 전화 면접 여론조사와 달리 ARS에선 아직 국민의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경북지사 후보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민주당에선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수 궤멸의 위기감이 고조되면 선거 막판에 결집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글에선 각종 데이터를 통해 대구·경북 선거 민심을 분석하고 최종 결과를 전망한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메타보이스·리얼미터·전국지표조사·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눈에 띄는 ‘여당 후보 다수 당선’ 상승세

    한국갤럽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지방선거 결과 기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조사에선 지난해 10월 ‘여당 후보 다수 당선’과 ‘야당 후보 다수 당선’ 차이가 3%포인트였다. 그러나 양측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더니 3월엔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대구·경북 조사에선 지난해 10월 ‘야당 후보 다수 당선’이 49%로 ‘여당 후보 다수 당선’(29%)보다 20%포인트 앞섰다. 양측의 격차는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난 2월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다가 3월엔 양측의 격차가 갑자기 2%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여당 후보 다수 당선’은 직전 조사보다 14%포인트 올라 36%였지만 ‘야당 후보 다수 당선’은 직전 조사보다 11%포인트 감소해 38%를 나타냈다. ‘모름·응답 거절’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22%에서 29%까지를 오가며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까 ‘야당 후보 다수 당선’에서 빠진 지지율이 그대로 ‘여당 후보 다수 당선’으로 옮겨간 것이다(<그래프 1> 참조).

    대구·경북은 자포자기 상태?

    보수 결집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으로 잘할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면 결집의 생명력도 약화하기 마련이다. 보수 결집으로 국민의힘을 지탱했던 대구·경북은 데이터로 보면 거의 탈진 상태나 다름없다. ‘지방선거 결과 기대’가 급락한 3월 첫 주는 국민의힘엔 호재가 많았다. 2월 28일 민주당의 사법3법 강행 처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 급등세, 3월 4일 12%나 빠진 사상 최대의 코스피 폭락 등이 그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야당은 상승했을 텐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부·경북의 ‘야당 후보 다수 당선’이 38%대로 주저앉은 건 2월 27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대구 방문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 전 대표의 출마는 국민의힘 분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선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3월 3일 한 전 대표와 동행한 친한동훈계 의원과 당협위원장 8명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이러한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대구·경북의 보수 결집도 한계에 직면한 형국이다.

    대구·경북의 정당 지지율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첫째 주 민주당 지지율은 27%, 국민의힘은 42%로 양당의 격차는 15%포인트에 달했다. 이후 양당의 격차는 11월 10% → 12월 17% → 올해 1월 1% → 2월 7% 등이었다. 그리고 3월 둘째 주엔 민주당 29%, 국민의힘 25%로 역전됐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에 정당 지지율 1위를 내준 3월 둘째 주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8일로 예정됐던 시한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것.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3월 9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비상계엄 사태 사과, 윤(尹) 정치적 복귀 반대’ 의원총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12일 추가로 공천 신청을 연장했지만, 오 시장은 ‘당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여기에 응하지 않았다(<그래프 2> 참조).

    다만 NBS 여론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무당층의 변화 추이다. 양당의 격차가 컸던 지난해 10월엔 무당층이 22%에 그쳤다. 그러나 양당의 격차가 축소되면서 무당층의 격차는 커졌다. 양당의 격차가 1%포인트로 줄어든 지난 1월 무당층은 41%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한 3월 둘째 주 무당층은 38%였다. 이처럼 국민의힘 지지율이 줄어들 때 무당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속에 국민의힘 지지층이 일부 포함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화 면접 여론조사와 달리 일부 ARS에선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무선 자동응답(ARS)방식으로 실시한 리얼미터의 대구·경북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10월 1주 민주당 지지율은 39.1%, 국민의힘은 42.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1월부터는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양당의 격차는 11월 32.4% → 12월 17.7% → 1월 22.3% → 2월 30.4% → 3월 15.5%로 유지됐다. 최근 양당의 격차는 조금씩 축소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ARS에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버텨주는 형국이다(<그래프 3> 참조).

    ARS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우세 유지

    대구·경북은 더는 국민의힘 텃밭이 아니다. 메타보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광역단체장 지지 정당’은 민주당 25.6%, 국민의힘 29.7%로 양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가 없다는 응답도 25.5%나 됐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0.4%였다. 

    메타보이스는 피앰아이와 함께 자체 구축 패널을 통해 2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인터넷 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이는 대구 시민의 속마음을 자세히 파악하는 조사 기법으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어 인용한다. 20대는 민주당 16.2%, 국민의힘 32.9% 등으로 갈렸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은 거의 44%에 달했다. 30대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25.5%, 국민의힘 21.9% 등으로 나뉘었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은 45%를 넘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40대와 50대에서도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거의 40%에 육박했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을 보이는 60대와 70대에선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이 22∼33% 안팎으로 축소됐다(<표 1> 참조).

    메타보이스 여론조사로 보면 대구 전체가 무당층, 유보층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당층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과거의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아도 정치 색채가 짙고 선거엔 적극 참여했다. 비판적이고 참여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20대와 30대에서 무당층이 크게 늘면서 정치 색채가 옅어졌다. 유보층은 특정 후보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유보층은 정치에 무관심해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무당층과 유보층은 과거와 달리 ‘정치 무관심 양상’을 보인다. 메타보이스의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무당층과 유보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따라서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 텃밭에서 민주·국힘 각축장 변한 대구·경북 

    메타보이스의 경북 ‘광역단체장 지지 정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25.5%, 국민의힘 30.5% 등으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22.1%였고, ‘잘 모르겠다’는 비중은 11.2%였다. 대구와 큰 차이가 없는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 여론조사는 2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인터넷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20대는 민주당 17.7%, 국민의힘 24.4% 등으로 갈렸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8%였다. 30대는 민주당 22.8%, 국민의힘 27.2% 등으로 나뉘었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은 40%를 넘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40대와 50대에서도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은 33∼40% 안팎을 오갔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을 보이는 60대와 70대에선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비중이 22∼27%로 감소했다(<표 2> 참조).

    무당층과 유보층은 대구·경북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메타보이스의 여론조사는 이를 방증한다. 전체 선거인의 33%가 넘는 무당층과 유보층은 투표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또 대구·경북은 곧 ‘보수 텃밭’이란 고정관념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무당층과 유보층은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동기부여가 되면 언제든 투표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의 지방선거 결과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선 지금과 선거 환경이 비슷한 2018년 선거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한국당, 국민의힘 전신)은 대구 기초단체장 8곳 중 7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달성군수 선거에선 무소속인 김문오 후보가 당선했다. 현직 군수였던 김 후보가 당선한 이유는 한국당 공천에서 밀리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그해 달성군수 선거는 한국당 조성제 후보와 무소속 김 후보 2파전 구도로 치러졌다. 민주당에선 아예 후보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2018년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실질적인 균열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와 달리 대구시장 선거에선 민주당의 지지세도 상당하다. 대구시장 선거에선 현직 시장이던 권영진 한국당 후보가 53.7%를 득표해 당선했다.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39.8%를 득표했다.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는 6.5%였다. 임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은 아니었다. 만약 민주당이 당시 대구시장 선거에서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춘 인물을 공천했다면 최종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김부겸, 대구시장 선거 돌풍 가능성

    여기서 주목되는 인물은 바로 김부겸 전 총리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구수성갑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김 전 총리의 득표율은 무려 62.3%에 달했다. 김 전 총리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39.3%를 득표했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여줬다. 김 전 총리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출마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와 맞대결을 펼친다면 선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경북도 2018년 선거에서 대구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당시 한국당은 기초단체장 23곳 중 17곳에서 이겼다. 5곳에선 무소속이 당선했다. 민주당은 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김천, 안동, 영천, 봉화, 울진 등이다. 무소속이 당선된 곳은 대체로 한국당 공천 내홍의 여파다. 보수성향의 표가 분산되면서 무소속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미시장 선거에선 대구·경북 중에서 민주당이 유일하게 당선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으로 보수 쪽에선 대구 서문시장에 버금가는 성지다. 구미에서 민주당이 이긴 건 장세용 후보의 득표력(40.8%로 당선)과 보수성향의 후보가 난립한 결과다. 보수성향의 표는 한국당 외에 바른미래당, 무소속 등으로 분산했다.

    경북지사 역시 기초단체장 선거와 달리 민주당 지지세가 분출했다. 국회의원 3선 출신의 이철우 한국당 후보는 절반을 살짝 넘는 52.1%로 당선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낸 오중기 민주당 후보는 34.3%를 득표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임을 고려하면 선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권오을 바른미래당 후보는 10.2%를 득표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민주당은 훨씬 좋은 선거 환경이다. 이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도청이 자리한 안동이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의 고향도 같다. 민주당에선 아직 유력 인물이 부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쟁력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줄 개연성도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