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신동아 만평 ‘안마봉’] 2026년 다시 떠오른 ‘음모론’, 위험한 시대

  • 황승경 예술학 박사·문화칼럼니스트 lunapiena7@naver.com

    입력2026-03-20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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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정승혜

    친여 성향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기된 ‘공소 취소 거래설’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출처 없는 음모론”이라고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며 특검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앞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검찰에 요구하며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한 이후 여권과 정부에서는 강한 반발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장 전 기자는 물론 “특종”이라며 추임새를 넣은 김어준 씨 모두 구체적 물증이나 검증된 사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세월호 고의 침몰설이나 선거 개표 의혹 등 국가적 아픔과 의혹을 ‘음모론’이라는 자극성에 버무려 확증편향을 확산했다는 비판을 받는 김 씨가 “또 한 건 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그는 “나를 고발한다면 모조리 무고로 걸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자극적인 폭로로 진영 간 증오를 일으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음모론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적이다. ‘밀약설’은 국가수반과 헌법기관인 검찰이 ‘뒷거래’를 했다는 초대형 의혹이다. 과거였다면 야당의 거센 공세에 나라가 휘청거렸을 것이다. 전현직 당대표 세력 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은 6·3지방선거 대진표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으니 “이 대통령은 복도 많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불똥은 6·3지방선거로 향하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로 튀고 있다. 그렇잖아도 1월 중순 정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김 씨가 찬성하자 당시 친명계에선 ‘친문(문재인) 진영을 끌어들여 민주당 중심 세력으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온 터. 이번 ‘밀약설’ 이후 민주당 고발 대상에서도 김 씨는 빠져 있다. 급기야 한 시민단체는 18일 더불어민주당 대응 과정에서 장 전 기자만 고발하고 김 씨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정 대표 관여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이 ‘명준(이재명·김어준)대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 

    1933년 
    금비녀 노리는 거리, 위험한 시대

    1933년 ‘신동아’ 1월호 만평은 ‘금비녀 강탈범’들이 속출하면서 ‘여성들의 외출 공포 시대’가 됐다고 꼬집는다. 당시 식민지 경성 거리에서 여성의 금비녀를 노리는 강탈 사건이 잇따랐다. 

    1932년 12월 9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당시 한 달 사이 금비녀 강탈사건이 7~8차례 발생해 여성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다. 12월 8일 오후에는 서울 내자동에서 ‘부랑소년’ 김모 군이 금비녀를 강탈하고 달아나다가 체포됐다는 소식도 다뤘다. 여성이 얼마나 손쉽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사회적 풍경이다. 

    쪽 찐 머리의 조선 부인에게 금비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머리를 고정하는 생활용품이자, 단정함과 체면, 나아가 집안의 형편까지 드러내는 장신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금값이 오르던 1930년대 초 서민에게 금비녀는 결코 가벼운 물건이 아니었다. 쌀 몇 가마 값과 맞먹는 귀중품을 길거리에서 빼앗긴다는 건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생활의 안전과 존엄을 함께 유린당하는 일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외출 자체가 위험이 되는 도시에서 살아야 했다. 길을 걷는 평범한 일상조차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머리 장식 하나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은 식민지 도시의 불안과 빈곤, 그리고 허약한 치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범인은 체포됐지만, 신문과 만평이 보여주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여성의 외출이 곧 위험이 되고, 백주대낮의 거리마저 약자를 지켜주지 못하며, 범죄가 반복돼도 사회 전체는 이를 ‘부녀 외출 공포’로 체념하게 되는 구조적 불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비녀는 식민지 조선 여성의 삶과 불안, 체면과 생계를 함께 상징하는 시대의 물건이었다. 이 만평은 한 건의 사건을 넘어, 불안한 시대가 여성의 몸과 일상을 어떻게 위협했는지를 날카롭게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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