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은 AI가 지휘하는 ‘미래 전쟁’ 이었다

군사 AI 실전 투입에 세계는 대충격

  • 채인택 동행미디어 시대 논설위원 tzschaeit@gmail.com

    입력2026-03-14 13: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1000개 인공위성이 표적 식별한 ‘팔란티어 프로그램’

    • 건물·장비 탐색 AI ‘가스펠’, 3만7000여 명 정보 담은 ‘라벤더’

    • 이란, 미사일로 대응했으나 90% 이상 요격당해

    •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끄떡없는 미국

    • 미국·이스라엘 AI 공격은 냉혹한 국제관계 대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막이 오른 중동전쟁은 경악과 공포 속에 시작됐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 상당수가 전쟁 발발 첫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 폭격 작전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전개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중동전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양상이 잇따라 나타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전쟁의 양상은 물론 중동과 전 세계 정세 전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거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 AP 뉴시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거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 AP 뉴시스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큰 충격은 군사 AI의 실전 투입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AI 기술을 활용해 이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포착하고, 대낮에 벙커버스터로 정밀·신속 타격을 가했다.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오랫동안 AI 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우연이 아닌 ‘AI 전쟁’의 본격적인 개막으로 평가된다.

    핵심에는 미국의 AI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가 있다. 팔란티어는 △고담(Gotham)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TITAN(Tactical Intelligence Targeting Access Node) 등 세 가지 주요 군사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고담’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테러범 식별, 지휘통제, 정보분석 등 군사작전의 중추 역할을 맡는다. ‘AIP’는 국방 기밀 네트워크 내부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지휘관의 질문에 따라 실시간으로 작전 계획과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다. ‘TITAN’은 미 육군 지상 기지국에서 운용되며, 위성·센서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AI, 데이터 분석으로 요인 일거수일투족 감시·추적 

    팔란티어의 프로그램은 주로 표적 식별과 군사작전 시뮬레이션에서 유용성을 보였다. 1000개에 이르는 인공위성이 탐지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표적을 식별한다. 땅굴 속에 있는 목표물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도시의 CCTV와 신호등 제어 기록을 모은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하면 특정 VIP가 경찰 등이 신호를 조작해 열어준 도로를 통해 어떤 시간에,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특성과 반복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신·위성정보 등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타깃의 행동을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2개월 정도의 시간만 주면 지구상의 누구라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팔란티어의 군사작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미래전의 양상을 보여준다. 팔란티어의 프로그램은 생성형 AI 업체인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프로그램과 연동한다. 이를 통해 공격 전 다수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확률이 가장 높은 방식을 인간에게 신속하게 제시한다. 아울러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드론이나 미사일 등 타격 무기체계를 AI로 서로 연결해 적 식별부터 공격 결심과 타격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AI 기반 킬 체인’도 제공하고 있다.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 이스라엘의 AI 기술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가자지구 공세에서 3만 건 이상의 실전을 거치면서 상당한 암살 공작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스라엘의 AI는 이를 바탕으로 다량의 기계학습을 거쳐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 일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건물이 파괴되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 뉴시스

    2025년 8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 일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건물이 파괴되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 뉴시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세에서부터 AI를 적극 활용했다. 실전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AI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건물·장비 탐색과 표적 선정용 AI인 ‘가스펠(Gospel)’이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대원 3만 7000여 명의 인적정보를 담은 ‘라벤더(Lavender)’는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품은 AI다. 여기에 표적 제거 작전에 필요한 수단과 자원을 제안하는 ‘화력공장(Fire Factory)’이 있다. 

    가스펠은 무장단체가 거점으로 사용하거나 대원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건물과 로켓발사대, 작전지휘 본부는 물론 대원들의 개인 주택과 자동차 등 1만3000여 개의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왔다. 라벤더는 위성사진·통신감청·CCTV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표적 인물의 위치·이동·활동 상황을 감시·추적한다. 

    이스라엘군은 수많은 무장대원의 사진·의무기록·감시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라벤더에 입력했다. AI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통해 우선순위로 제거할 표적을 선정해 인간에게 권고한다. 

    이스라엘군은 최종적으로 선정된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AI인 화력공장을 가동한다. 이 AI는 표적 공격과 제거에 필요한 항공기나 드론을 결정하고 작전 일정과 여기에 장착할 탄약의 종류와 양을 제안한다. 

    이들 AI 프로그램은 이스라엘군에서 신호정보 수집과 사이버전 수행 등을 담당해 온 8200부대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8200부대는 이를 개발하기 위해 생성형 AI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AI 업체 앤트로픽과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도구와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대의 전역자들은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8200 동문’을 구성하고 이스라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주축이 돼온 것으로 명성이 높다.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8200부대가 AI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의 ‘생활 패턴’을 감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전화 도청과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포함해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동선을 추적하고 행동과 위치를 예측해 왔다. 

    이란 미사일로 반격했으나 90% 이상 요격당해

    3월까지도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숨진 가자 주민은 8만 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이스라엘군이 라벤더와 가스펠을 이용해 표적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3만~4만 명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 피해자를 합친 숫자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AI를 이용한 무장대원 표적 섬멸전이었던 셈이다. 

    8200부대가 AI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감시하는 행위는 윤리 문제를 일으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9월 8200부대가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앤트로픽도 클로드의 군사적 사용 문제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와 갈등을 빚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 분야에서 퇴출당했다. 애틀랜틱 등은 앤트로픽이 미 국방부와 가장 갈등한 부분의 하나가 8200부대 데이터에 대한 분석 요구였다고 지적한다. 퇴출 시기와 사유를 보면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 8200부대가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란은 미사일로 반격에 나섰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의 제재와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공군력이 빈약했다. 1986년 할리우드 영화 ‘탑건’에 등장한 F-14 톰캣 전투기를 아직도 운용 중일 정도다. 이란은 돌파구를 비대칭 무기체계 개발에서 찾았다. 바로 미사일과 드론이다. 이란은 사거리 2000㎞의 ‘코람샤르-4’와 ‘세질-2’ ‘가드르-110’ 미사일과 1000㎞대의 ‘하즈 거셈’ ‘엠드’ ‘거셈 바시르’ 미사일, 그리고 700㎞의 단거리 ‘졸파가르’ 미사일 등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인 사거리 1400㎞의 ‘파타’도 보유하고 있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공격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자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하늘로 날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란은 3월 초순까지 모두 500~600발의 탄도미사일과 1500~2000기의 드론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 걸프 지역 산유국과 이스라엘에 접경한 요르단, 이란과 접경한 이라크 등 9개국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93%와 드론의 92%가 목표를 타격하지 못했다. 공격을 받은 국가들은 이미 미국산 패트리엇을 비롯한 상당한 미사일 요격용 방공장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UAE의 경우 미국·러시아산 방공 미사일은 물론 한국산 천궁Ⅱ 요격미사일 2개 포대를 미리 운용하고 있었다. UAE는 3월 8일 한국에 대형 수송기를 대구에 보내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실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천궁Ⅱ의 실전 요격률은 9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격과 함께 미국·이스라엘의 발사 원점 파괴가 효력을 발휘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3월 7일까지 이란 미사일 발사대의 75%가 미군과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되면서 발사 건수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란은 전쟁 첫날과 이튿날 각각 350발과 175발의 탄도미사일,  294기와 541기의 드론을 발사했지만 3월 7일에는 탄도미사일 15발과 드론 12발 발사에 그쳤다. 

    호르무즈 진짜 봉쇄는 처음…아시아가 최대 피해

    이번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수송의 조임목인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에 의해 일시 봉쇄됐다. 동서로 167㎞, 남북으로 96~39㎞의 좁은 수로인 호르무즈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 세계 에너지 20%가 지나는 수송로다. 매장이 확인된 원유의 3분의 1과 천연가스의 3분의 2가 매장된 페르시아만에서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이란과 미국의 무력 충돌 12일째인 3월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해역에서 태국 화물선이 피격당해 선체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 태국 해군

    이란과 미국의 무력 충돌 12일째인 3월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해역에서 태국 화물선이 피격당해 선체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 태국 해군

    주목할 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여러 나라가 정치적 이유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있지만 실제 봉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는 이를 통한 에너지 도입이 많은 아시아의 중국·인도·일본·한국 등이라는 사실이다. 산유국인 미국은 타격이 거의 없다. 유럽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영국의 북해유전 등 가까운 지역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사서 쓰면 수급에는 당장 큰 문제가 없다.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와 이렇게 이해관계가 달라진 적은 드물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자국 이익만 생각하는 냉혹한 국제관계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네타냐후 총리가 무리한 행동을 해도 국제 지도자들은 행여나 보복을 당하고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이란의 우방을 자처했던 중국도 이란에 대한 지지만 표명할 뿐 대놓고 지원은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외교가에선 ‘전 세계가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 행동은 없이 말뿐)’라는 자조적 농담도 들린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