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트럼프, 5월 안에 전쟁 끝내야 경제 집중”
박원곤 “휴전 협상 최대 이슈는 ‘우라늄 농축’”
우라늄 제거에 2년 반…2주 내 결론은 장밋빛
무력은 미국이 압도, 심리전은 이란이 선전
美 명쾌하게 승리 못 하면 ‘CRINK 연대’ 노골화할 것
한미동맹 빈틈 노리는 北 도발, 철저히 대비해야
확전 일로를 걷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4월 7일, 극적 합의로 ‘2주 휴전’에 들어갔다. 미-이란 전쟁은 단순한 중동의 비극이 아니라,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부터 식탁 물가까지 직접 연결돼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특히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도 ‘전략적 안보 지형 재조정’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미-이란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이며, 한반도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홍태식 객원기자
신범철 수석연구위원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반출 방안에 양국 간 타협점이 만들어지면 모를까, 만약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욕심을 낸다면 다시 새로운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 위원은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기간이 무한정 늘어지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5월 안에 미-이란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대대적 공격을 통해 이란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질적 농축 중단’ 약속하느냐가 종전의 열쇠
개전 39일 만에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박원곤_ “2주라는 시간 안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종전까지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중요한 것은 2주가 지난 뒤에도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일종의 ‘협상 메커니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휴전 기간 중 상호 자극을 피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공습하는 등 돌발적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 휴전은 순식간에 파기될 수 있다.
이번 휴전 협상에는 크게 네가지 난제가 걸려 있다. 첫째는 군사 분야 이견이다.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시각차가 크다. 둘째는 호르무즈해협 개방이다. 트럼프는 ‘완전한’ 무사 항행과 개방을 요구하지만, 이란은 기술적 문제와 군 당국과의 협의를 이유로 여전히 일정 부분 통제권을 쥐려 한다. 셋째는 경제제재와 배상금 문제다. 이란은 패전국에 요구하는 배상금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배상금을 줄 가능성은 없다. 대신 동결 자금 해제나 경제제재의 일부 해제로 타협할 가능성은 있다. 끝으로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이자 가장 풀기 힘든 문제인 우라늄 농축 문제가 있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최소한의 주권적 권리로서 농축 권한을 갖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 네 가지 문제를 2주 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2주 후에도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신범철_ “앞으로의 몇 주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신뢰가 바닥인 상태에서 시작된 협상이기에 결렬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 휴전은 과열된 군사적 충돌을 식히는 ‘쿨링오프 피리어드(cooling-off period)’로서의 가치가 크다. 휴전협정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우라늄이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반출하고 농축 권리만 명목상으로 가질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의 요구대로 농축 권한 자체를 완전히 포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호르무즈해협 역시 이란이 ‘독점적 지배권’을 주장하며 통행료를 걷겠다고 고집하면 협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과 ‘공동 관리’하는 선에서 타협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도 수용할 여지가 있다. 미사일 보유 한도 역시 이슈가 되겠지만, 결국 이란이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밖으로 빼내고, ‘실질적 농축 중단’을 약속하느냐가 종전의 열쇠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11월과 이란의 ‘시간 끌기’
종전 협상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종전 시점이다. 이에 대해 신범철 수석연구위원은 “이란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시간표와 이란의 시간표가 다르다”고 지적했다.신_ “트럼프 대통령의 시계는 11월 중간선거에 맞춰져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경제를 부양하고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늦어도 5월까지는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기간 경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란은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한두 차례의 휴전 연장은 허용하겠지만,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는 것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5월까지 타협이 안 되면 이란의 하르그섬 등을 초토화하는 대대적 공격을 통해 강제로 전쟁을 끝내려 할 수도 있다.”
박_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종전의 명분’이 필요하다. 개전 당시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핵을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란 내 440㎏에 달하는 60% 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확인하고 이를 제거해야만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2015년 핵 합의(JCPOA) 당시 2년 반이 걸렸다. 2주 안에 결론을 내는 것은 장밋빛 기대에 가깝다.”
미-이란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사드나 패트리엇미사일 같은 주한미군의 핵심 방어 자산이 중동으로 차출돼 우려가 크다.
박_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 과정을 지켜본 결과, 미국이 전쟁을 정교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단기전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란이 결사 항전하며 장기화하자 무기체계가 부족해진 것이다. 결국 전 세계 미군에 배치한 자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드나 패트리엇 포대가 통째로 가지 않았더라도, 핵심인 요격미사일은 중동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시스템들은 전장 환경에 따라 48시간 내 이동 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물론 예비 대대와 순환 전력 개념이 있어 당장 대응 역량이 약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한미 대비 태세가 약해졌다’고 판단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신_ “미군의 지상군 병력 이동까지 가정한다면 이는 곧 이라크전 같은 전면전을 의미하는데, 아직 미국은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주한미군 지상군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가 두 가지 있다. 첫째,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군사적 자산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것은 위기지만, 반대로 한반도 유사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미군 자산이 한반도로 신속하게 올 수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둘째, 이번 전쟁이 미국의 압도적 승리로 빨리 끝나야 우리 국익에도 부합한다. 미국이 협상에서 실패하거나 이란이 시간을 끌면 국제 핵무기 비확산 체제가 붕괴되고,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축소된다. 이는 곧 한미동맹의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이 이란 상황을 조속히 정리해야 북한이 국제적으로 유일한 핵 개발 국가로 남게 돼 더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北 김정은,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 과시 행보
미-이란 전쟁은 북한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박_ “미-이란 전쟁은 북한에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첫째는 ‘핵 보유의 당위성’이다. 이란이 공격받는 것은 핵이 없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핵 보유를 대내외적으로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활발한 군사·경제 현지 지도는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과시용 행보다. 둘째는 ‘극도의 공포’다.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나 이란에서 보여준 HBT(High Value Target·주요 지휘부 제거 작전) 능력은 김정은에게 직접적 위협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타격할 수 있다는 미국의 능력을 확인했기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_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도 침공할까 걱정하지만, 트럼프는 철저히 돈을 계산하는 인물이다. 이란은 중동의 패권을 쥐고 달러 체제를 위협하지만, 북한은 핵을 가져도 동아시아에서 약한 나라에 불과하다. 미국이 굳이 북한과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북한이 한미동맹의 빈틈을 시험하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C(중국), R(러시아), I(이란), NK(북한) 등 이른바 반미 국가들이 결집하는 ‘크링크(CRINK)’에 대한 우려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각각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 명쾌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크링크’ 연대는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제재에 반대하며 외교적 방어막을 쳐주고 있다. 협상에 따라 ‘I(이란)’가 빠지고 동력이 약해질지, 아니면 연대가 완성될지가 관건이다.”
미-이란 전쟁으로 국내 유가와 환율, 물가까지 타격을 입었다. 우리의 경제 안보는 어떻게 지켜야 할까.
박_ “전쟁은 전 세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한 것만 보더라도 이제 ‘남의 나라 전쟁’이란 없다.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다변화다.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것도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국제 규범 수호에 대한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원칙을 강조하며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만들어진 규칙에 뒤늦게 참여하는 수동적 태도로는 우리 경제를 지킬 수 없다.”
신_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교훈이 크다. 이제 지상군 중심의 고전적 전쟁에서 드론과 공중전 중심으로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변했다. 특히 북한군이 러-우 전쟁 등을 통해 실전 경험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쌓은 점은 우리에게 매우 큰 위협이다. 경제적으로는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살리는 등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미-이란 전쟁의 한 달여간 군사적 성과를 평가한다면?
박_ “미국이 보여준 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한 달여 1만 소티(전투기 1만 회 출격)가 넘는 공격을 수행하면서 전투기 손실은 단 2대에 불과했다. 그것도 지상 목표물을 치기 위해 저공 비행을 하다 맞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지 도움 없이 항모 전단만으로 이 정도의 원정 작전 능력을 보였는데, 이는 중국이나 북한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야욕이나 북한의 도발 의지에 강력한 경고가 됐을 것이다.”
신_ “무력은 미국이 압도했지만, 심리전은 이란이 선전했다. 이란은 항공기 2대 격추를 마치 전쟁 전체의 승리처럼 포장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볼모로 트럼프 행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반(反)트럼프 여론을 활용해 미국과 이란이 마치 대등하게 싸우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우리 군도 유사시 북한이 펼칠 고도의 심리전에 대비해 객관적 상황 전파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4월 1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맨 오른쪽)이 미국-이란 간 휴전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의 ‘청구서’와 한미동맹 변화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군함 파병 등을 요구했는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신_ “트럼프가 정말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고 파병을 요청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나중에 내밀 ‘안보 청구서’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전쟁할 때 돕지 않았으니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 혹은 ‘관세 협상에서 양보하라’는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박_ “트럼프의 남은 임기 3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미국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동맹국들이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감당하라는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주한미군이 북한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중국 견제)를 위해 움직이는 ‘전략적 유연성’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여기에 참여하지 않거나 반대만 한다면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미국이 예전처럼 세계 경찰 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들과 힘을 합쳐 스스로 안보 책임을 분담하고, 국제사회의 공공재를 만드는 데 더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신_ “덧붙이자면 북한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억제력을 유지하되, 대중·대러 외교를 통해 북한이 고립된 상태에서 전쟁을 꿈꾸지 못하도록 국제 정세를 조성하는 폭넓은 외교가 병행돼야 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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