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 저작권 둘러싼 12년 법정 공방기…배상액 결정은 숙제

‘창조적 개성’ 인정, 결국 ‘코스 설계자’ 손 들어준 대법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26-04-14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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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라운드 골프코스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 2라운드 골프장 주인과 설계자, 누가 저작권자일까

    • 3라운드 골프존 완승, 골프코스는 창조적 개성 없다

    • 4라운드 스크린과 필드, 보완재냐 대체재냐 논쟁

    • 5라운드 뒤집기, 설계자들 손 들어준 대법원

    • 6라운드 골프업계 살리는 저작권료 산정 묘수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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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우리가 찾는 골프장이 스크린에 없네.”

    각종 골프대회가 개최되던 유명 골프장 30여 곳의 골프코스가 최근 골프존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골프존은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점유율 60%가 넘는 부동의 1위 기업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골프존이 서비스하는 골프코스는 국내외와 가상 코스를 포함해 470여 개나 된다. 골프존 스크린에서 골프장 몇십 군데 빠졌다고 티가 날까. 

    그러나 서비스가 중단된 골프장들의 접속률(각 골프코스 영상의 온라인 서비스 접속 횟수를 전체 골프코스 영상의 온라인서비스 접속 횟수로 나눈 값)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비스 중단 전까지 약 10년간 해당 골프장들의 연평균 접속률을 합치면 전체의 30%가 넘는다. 골프존 고객들이 10번 중 3번 이상 선택하는 인기 코스였던 것. 

    그렇다면 이 코스들은 왜 스크린골프에서 사라졌을까.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골프업계의 법정 공방에 답이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소송전은 마침내 2026년 2월 26일, 대법원이 지난했던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으며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골프코스 설계자들의 창작성을 인정했다. 

    “골프코스 설계자는 골프 규칙 등에 따른 제한이나 조성 부지의 지형에 따른 제약 등을 고려하면서도, 골프코스를 이루는 여러 구성 요소들을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는 등으로 다른 골프코스나 개별 홀과는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하여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 골프코스 설계에 수반되는 실용적·기능적 요소에 따라 골프코스 설계자의 창작적인 표현에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골프코스의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외 골프코스 설계자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골프코스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별건으로 각각 2015년(미국계 골프플랜)과 2018년(국내 오렌지엔지니어링과 송호골프디자인)에 시작됐다. 두 사건 모두 1심 재판부는 골프코스가 창조적 개성이 반영된 저작물임을 인정해 원고인 설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각각 2021년, 2022년 선고). 

    그러나 2024년 2월 2심은 원고 패소를 선고했고, 다시 2년 뒤 대법원은 원고 패소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심 승소, 2심 패소, 3심 승소까지 10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은 설계자들에게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시간이었다.

    이 사건은 국내 설계회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과 송호골프디자인, 미국계 골프플랜이 골프존을 상대로 307억 원이 넘는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손해배상 액수가 아니라, 골프코스 설계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그 저작권이 설계자에게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는 데 있다. 이번 판결은 골프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향후 저작권 분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법정 공방에서 드러난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14년 1라운드 
    골프코스는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물인가

    골프코스는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일까 아닐까. 실존하는 골프장의 코스를 촬영해서 그래픽 영상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골프(스크린골프)는 저작권 침해일까 아닐까. 골프코스의 저작권은 골프장 소유주에게 있을까, 설계자에게 있을까. 이 논쟁이 골프업계를 기나긴 소송전으로 이끌었다. 

    시작은 2014년 인천국제컨트리클럽, 대구컨트리클럽, 몽베르컨트리클럽 등 골프장 3곳의 운영사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 것이다. 당시 원고인 골프장 소유주 측은 2008년경 골프존이 자신들의 골프장 코스를 항공 촬영한 뒤 거의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골프존 측은 골프코스가 “자연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원 제11민사부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연결도로, 홀(티 박스, 페어웨이, 그린, 벙커, 러프 등), 연못과 그 밖의 부대시설 등의 구성요소가 골프장 부지 내에서 배치되고 서로 연결됨에 있어 각각 다른 골프장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창조적인 개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해 골프존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여기서 향후 쟁점이 되는 ‘창조적 개성’이 등장한다. ‘창작성’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의 요건이다. 재판부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이 아니라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고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2011년 8월 25일 대법원 선고(2009다73882 판결)를 근거로 삼았다. 

    이 재판에서 스크린골프에 의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도 처음 등장했다. 해당 시기 스크린골프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에 각 골프장 접속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각 골프장의 기여도를 30%로 산정해 곱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골프존이 3개 골프장에 지급해야 할 총 손해배상액은 14억 원가량이었다. 물론 고객의 선호도(접속률)에 따라 각 골프장의 배상액은 큰 차이를 보였다. 

    경기 양평에 위치한 더스타휴CC의 스타코스6번홀. 홈페이지 캡처

    경기 양평에 위치한 더스타휴CC의 스타코스6번홀. 홈페이지 캡처

     2016년 2라운드 
    골프코스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양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에서 골프코스는 저작권법이 규정한 ‘건축저작물’이며 저작권의 보호 대상임이 재확인됐다(2016년 12월 1일 선고). 다만 “골프코스는 건축저작물에 준하는 것으로 건축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작자는 골프코스를 조성한 건축주가 아니라 그 설계자”라고 판단했다.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에서 ‘설계자’가 당사자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2심 재판부는 저작권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대신, 스크린골프와 필드골프가 일정 부분 ‘대체적 관계’에 있다고 보고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했다. 판결문에서 “실제 골프장을 방문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점과 이용료나 접근성에서 필드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스크린골프가 필드골프의 수요를 대체하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골프존이 경쟁 관계에 있는 원고(골프장)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액은 총 3억3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4년 뒤 대법원은 “허락없이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스크린골프장 영업에 이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4년 골프장 소유주와 골프존 간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2015년 미국계 설계회사인 골프플랜도 골프존을 상대로 11개 골프코스의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약 7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고, 골프존이 설계자의 저작권(복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골프코스 설계도면은 창작성이 없어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골프코스 설계도면과 각 골프코스 영상은 실질적 유사성이 없고, 골프코스는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돼 있는 저작물로 저작권법에 따라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복제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이 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 국내 대표적 골프코스 설계회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은 골프존 측과 골프코스 영상 등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송호골프디자인과 함께 골프존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설계한 19개 골프코스를 무단으로 사용한 골프존에 149억 원가량의 배상액을 청구했다. 

    두 회사는 골프플랜보다 3년 늦게 소송을 시작했지만 1심 판결은 1년 먼저 나왔다. 2021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골프코스는 기능적 저작물이지만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을 경우 창작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골프코스는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기능적 요소 이외의 요소로서 골프코스를 이루는 개개의 구성 요소 자체가 아니라 골프코스가 차지하는 공간 내에서의 개개 구성 요소의 형태, 배치와 조합을 포함한 미적 형상으로서 골프코스의 전체적인 디자인에 다른 골프코스와 구분될 정도로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을 경우, 그 한도 내에서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재판부는 골프존 측에 해당 19개 골프코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하도록 명령하고 설계회사 측에 약 28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설계자들의 기여도를 10%로 계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골프존 스크린골프사업 부분의 연도별 영업이익×골프코스 영상 온라인 서비스 접속비율×0.1로 계산하고, 이미 시효가 소멸된 액수를 제외한 액수가 28억 원이었다. 

    1년 뒤인 2022년 12월 9일 골프플랜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골프존이 골프코스 설계도면에 관한 원고의 저작재산권 중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연도별 각 골프코스 영업이익 중에서 1%만 설계자 측의 기여도로 인정했다(4억2000만 원). 원고와 피고 측 모두 항소했다. 

     2024년 3라운드 
    뒤집어진 판결, 창조적 개성 없는 기능적 저작물

    2024년 2월 1일 골프코스 설계자들과 골프존 간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 사건의 항소심은 모두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에서 진행됐는데 결과는 골프존 측의 완벽한 승리였다. 

    2심 재판부는 “골프코스의 설계도면은 토목·건축 분야의 통상적인 기술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표현 방법과 설계도 작성 방법에 따라 표현된 것으로 누가 작성하더라도 달리 표현될 여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작성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 골프코스의 설계도면에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없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도전적이면서 부드러운 자연미’ ‘자연 그대로의 지형과 천연수림대’ ‘웅장한 호수’ ‘짙은 솔내음의 대자연 정취’ ‘해송과 적송’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의 굴곡, 파도, 해암, 바닷바람 등 천혜의 자연요소와 이를 극대화시키는 조경요소’ ‘하늘과 바다가 창조해 낸 명작,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섬’ ‘한라산의 산세가 가진 웅장함과 남성다운 기운’ 등 각 골프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코스 안내 문구를 하나하나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자연적 요소에 대한 설명이 막연하고 추상적일 뿐 아니라, 각 골프코스 설계자라고 주장하는 원고가 위와 같은 자연물의 조성이나 배치에 어떠한 노력을 가하였다고 볼 수도 없고, 위와 같은 자연적 요소들이 원고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창작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골프코스는 경기 규칙과 규격에 맞게 설계됐고, 티잉 그라운드·페어웨이·러프·벙커·그린 등 구성 요소는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한국 골프장들은 산악 지형이라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개별 홀은 직선, 휘어진 형태 등 몇 가지 유형으로 구별될 수 있으므로 결론적으로 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시민. 뉴시스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시민. 뉴시스

    2심의 파장은 컸다. 원심을 파기했을 뿐 아니라 앞서 골프코스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임을 인정한 2016년 서울고법 판결(2015나2016239)과 골프코스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다는 2020년 대법원 판례(2016다 276467 판결)마저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사)한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는 이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만약 골프장 설계에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골프코스가 경기 규칙과 규격, 국제적인 기준, 획일적인 홀 구성 요소, 부지 지형의 한계 등에 제약을 받아 창작성이 표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면 국내에 운영 중인 500여 개의 골프장은 대표적인 몇 가지 유형의 개별 홀의 형태, 골프코스의 배치 형태, 그리고 홀들을 잇는 조합 등이 정형화돼 있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개별 홀이나 골프코스가 정형화돼 있거나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골프장은 전 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평면적 도형 유사성만을 가지고 골프장이 유사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2024년 2월 20일 한국골프설계가협회 입장문 일부)

    설계가협회는 우리나라처럼 산악지형의 변화가 많은 공간에서 골프코스를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고도의 설계적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학계 4라운드 
    스크린골프는 필드골프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

    골프코스 저작권 문제는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초기에는 저작권 보호보다는 독점에 따른 공익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5년 2월 국내 최초로 골프코스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나오자 그해 12월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법상 쟁점’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했다. 

    “골프코스의 저작물성을 인정하게 되면 지형 및 기능성에 기반을 둔 골프코스의 창작적인 표현은 후발 주자가 활용할 수 없게 되어 그 저작재산권자가 그 표현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골프코스 설계자에게 이러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저작권자 보호라는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위해 타당한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스크린골프는 필드골프장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이며(스크린골프가 골프장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골프코스를 촬영해 스크린골프에 활용하는 것은 국민 여가 문화와 건강 증진에 공헌하기에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 전공교수도 2016년 8월 발표한 ‘스크린 골프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연구’에서 “골프코스는 기능성 저작물이고, 스크린골프 연습장의 증가로 골프의 이용객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본다면 현재 시장 또는 잠재 시장에 대한 악영향이 아니라 보완 역할을 하므로 공정이용에 해당하며 저작권침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차상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7월 발표한 논문 ‘골프코스 건축디자인의 저작권법상 보호: 이른바 골프존 사건’(계간저작권 제119호)에서 스크린골프는 필드골프의 대체재와 보완재 성격을 모두 가지나 대체재일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골프존이 완승을 거둔 2024년 이후 오히려 설계자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났다. 최상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4년 4월 발표한 ‘골프코스의 창작성과 가상공간에서의 이용’에서 “현실 세계의 골프코스에 지나치게 높은 창작성 수준을 요구해 기존의 골프장과 다른 특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저작물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스크린이나 메타버스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무한한 복제와 부당이득 창출을 방치하게 되는 반면, 창작자의 정신적 노력은 보상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불공평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차상육 교수는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건축저작물성’이라는 글(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문화’ 2024년 2+3월호)에서 “(이번 항소심에서) 우리 법원이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물성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하였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향후 골프코스의 저작물성 여부에 대해서는 일관된 판단 기준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6년 5라운드 
    골프의 재미, 코스의 아름다움이 창조적 개성

    “이용객들로 하여금 각 골프코스에서 티샷과 그 이후의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그린에서의 퍼팅 등 골프공을 쳐야 하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적절한 전략을 세워 코스를 공략하도록 하고 개별 홀들의 순차적인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코스의 변화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인공적인 조경이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이용객들이 골프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의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되는 유기적 조합을 이루고 있다.”

    2026년 2월 26일 대법원의 판결은 골프의 ‘재미’와 코스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골프코스 설계야말로 창조적 개성임을 말해 주고 있다. 3심에서 원고(설계자) 측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 홍승면 변호사는 “저작물의 창작성은 ‘창조적 개성’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고 말한다. 

    “창작성을 말할 때 개성만 있으면 된다. 우수성(수준)은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초등학생이 숙제로 그려낸 그림도 창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골프코스 설계와 같은 기능적 저작물도 보호받아야 할 저작물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졌다. 다만 그동안 골프장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던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설계도면의 저작권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실제로 골프장을 그대로 베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골프장에 대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연 지형 위에 잔디만 깔면 골프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골프장을 조성할 때 산을 깎고 계곡을 메우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만든다. 길도 새로 만든다. 일부러 길을 직선으로 안 내고 빙 돌아가게 하면 위에서 바라볼 때 원근감이 생긴다. 어느 위치에 나무 한 그루 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것을 ‘계획’이라고 한다. 설계자가 완전히 새로운 도화지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같은 도면을 사용해도 똑같은 골프장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스크린골프는 항공 촬영을 해서 2차원 평면에 실제 골프장과 똑같이 구현하는 것이다. ‘똑같다’가 마케팅 포인트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저작권 침해 범위와 배상액을 결정하는 일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왔다. 지금까지 법정이 인정한 저작권료는 스크린골프 영업이익에서 많게는 30%에서 적게는 1%까지로 편차가 너무 커서 정확한 기준과 산정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프렌즈스크린(카카오VX)나 SG골프 등 스크린골프 시장점유율 2, 3위 회사들도 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스크린골프 점주나 이용자들은 당장 요금 인상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헌강 한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 법제상임이사(오렌지골프디자인 대표)는 “언론에서 300억 원대 배상 청구라는 부분이 강조되다 보니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미 스크린골프 가맹점이 골프존 본사에 내고 있는 소프트웨어 사용료 내에서 저작권료가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덧붙여 “골프코스설계가협회 차원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처럼 골프코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업자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아 창작자에게 나눠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 6라운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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