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찰떡공조를 맺은 JP는 YS와의 관계개선에도 적극적이다. JP는 1월5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김영삼 전대통령을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다”며 회동추진의사를 밝혔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1월2일 신년인사차 YS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 YS는 “김명예총재에게 꼭 안부를 전해달라”고 몇 번씩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회동을 위한 여건은 충분히 무르익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JP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DJ와 YS를 화해시키고 반이회창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3김연대는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이 퍼지면 퍼질수록 응집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반이회창 성향을 띠고 있는 이들이 생존을 위한 실리로 3김연합을 선택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1월10일자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3김씨는 16대 대선에서도 여전히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16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에서 압도적인 영향력(68.9%)을 갖고 있고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종필 명예총재는 영남과 충청에서 각각 40.7%, 43.6%의 응답자로부터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3김연대가 가시화되면 대통령 후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인제 최고위원, 노무현 장관 외에 이한동 총리, 김중권 대표 등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고 제3의 후보 출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이인제 최고위원측은 상당히 반기고 있다. 이최고위원은 1월1일 YS를 찾아가 큰절로써 최고의 예의를 표한데 이어 곧바로 JP와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최고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난 4·13총선에서 JP를 ‘지는 해’라고 묘사한 것에 대해 “이겨야 하는 전장에서 어쩔수없는 발언”이라며 “하지만 해는 다시 떠오른다”고 JP를 추켜세웠다.
이최고위원측에서는 3김 연합후보가 가시화될 경우 이최고위원 낙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3김과의 관계개선에 부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최고위원의 측근은 “지난 4·13총선 직전 이최고위원이 청와대를 찾아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민련과 합당을 하고 JP에게 총재 자리를 줘야 한다”고 두 차례나 건의했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한다는 총선전략에 따라 김대통령이 오히려 자민련과의 합당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간의 추정과는 달리 이최고위원과 JP 사이에는 아무런 앙금이 없다는 게 양측 측근들의 주장이다. 이최고위원은 3김연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3김 간의 주도권 다툼
3김연대가 실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3자 간의 신뢰회복이다. 안기부 선거자금 신한국당 유입수사가 DJ와 YS의 해묵은 감정을 다시 건드렸듯이 이들은 언제든 자존심을 건 감정대립에 빠질 수 있다. 3김 간의 주도권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YS의 행보가 워낙 종잡을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의 하나다. 비록 JP가 중재에 나선다 하더라도 3김이 똑같은 정치적 미래를 공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3김연대의 최대 역풍은 구시대로의 역행이라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3김 연합설에 대해 “시대가 바뀌었다. 국민이 새것을 갈구하고 있지 않나. 왜 ‘신3김시대’로 복귀하려고 하겠나. 현실성이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이 같은 3김연대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한 여권의 정계개편론이 이른바 YS가 아닌 영남권 차기주자와의 직접 결합방식이다. 이 중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와 결합하는 방식이 가장 크게 회자되고 있다.
여권이 박근혜 부총재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권은 박정희기념관 건립비용을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고에서 지원키로 하는 등 상호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영남권주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선 박부총재를 지목하는 근본 이유이다. TK지역에서 인기가 두터운 박부총재는 여야가 아닌 제3의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나름의 폭발성을 지닐 것으로 점쳐지며 이회창 총재의 표를 크게 잠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박부총재를 영남권 유력주자로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박부총재 역시 어떤 방식이로든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이 생각할 수 있는 또다른 영남권주자로 정몽준 의원이 거론될 수 있으나 무소속인데다 현대출신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정의원은 여러 가지 긍정적 측면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영남권 주류인사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덕룡도 유력한 정계개편 파트너
강삼재 의원이 PK지역 민주계 일부와 함께 여권과 결합하는 방식도 한때 거론됐으나 안기부 예산유용 수사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요구서가 발부된 이상 물 건너간 상황으로 분석된다.
영남후보는 아니지만 민주계 출신으로 나름의 기반을 갖고 있는 김덕룡 의원이 여권과 결합하는 시나리오도 상정되고 있다. 김덕룡 의원이 틈만 나면 이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 이총재와의 결별 수순을 밟기 위한 것인지, 대권 당권분리요구를 통해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김의원은 여권에게 유력한 정계개편의 파트너로 상정돼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 일부 세력과의 연대에는 반드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명분으로 개헌론을 주목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체로 개헌론에 찬성하고 있다.
개헌론은 김중권 대표가 지난해 말 취임직후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봇물터지듯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다. 지금까지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한 정치권 주요인사는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한나라당 박근혜, 김덕룡 의원,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여야의 주요 정치인이 망라돼 있다.
이 중 김중권 대표는 개헌론을 차기대선때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주장, 개헌시기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며 개헌론을 현실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대 대선공약으로 개헌론을 제기하고 이를 깃발로 자연스럽게 의원들이 이합집산하는 정계개편방안을 염두에 둔 발상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결과 4년중임 정부통령제가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 의원 60%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에 착안, 이들의 세 규합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김대표의 발언 다음날 4년중임제와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대행은 “내각제가 정 안 되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4년중임제와 정부통령제 개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를 당론으로 하는 자민련 지도부가 4년중임제 개헌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이른바 DJP공조 회복의 주요 이면합의내용이 개헌문제일 것이라는 추정마저 낳고 있다. 내각제를 매개로 공동정권이 탄생했듯이 4년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또다시 정권을 탄생시킬 계획을 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회창 총재만이 개헌반대를 외치는 형국이어서 개헌론을 중심으로 반이회창연대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총재측은 이 때문에 개헌론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절대불가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4·13총선 직전만 해도 이총재도 개헌론 주창자였다. 그러나 이총재는 언론사 신년 인터뷰를 통해 “현재 거론중인 개헌론은 다분히 개헌을 빌미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거듭 개헌반대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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