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철소 건설 현장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
포스코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철강생산국으로 도약했다. 포스코가 그동안 생산한 열연코일은 1억7124만t으로 지구 둘레를 289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후판제품은 여의도 63빌딩 2331개를 건설할 수 있는 5376만t, 선재제품은 지구에서 달까지를 218회 왕복할 수 있는 3050만t을 생산했다. 냉연제품의 경우 소형승용차 2억807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억843만t을 생산했다.
회사 설립부터 1986년까지 정부가 출자한 종자돈 2205억원(현재 가치 환산 4조8000억원)에 대해서는 민영화되던 2000년 10월 초까지 배당 2744억원, 주식매각 및 양도 3조6155억원 등 총 3조8899억원(현재 가치 환산 6조9000억원)을 되돌려줬다. 지금까지 납부한 세액만 5조564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의 성장은 끊임없는 공기 단축과 그를 위한 살인적 철야 작업, 신기술 개발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민족의 목숨 값이라 할 수 있는 대일청구권 자금이 바탕인 만큼 실패하면 사표가 아니라 죽음으로 사죄한다”는 각오로 뛴 초기 경영진 및 근로자들의 사명감과 불굴의 의지는, 오늘날 포스코를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규모·품질·가격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케 하는 정신적 밑거름이 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인 이원표(60) 부사장은 “1기 고로의 출선구에서 용암처럼 시뻘건 쇳물이 힘차게 흘러나오던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한여름 에어컨 시설도 안 된 공장에서 더운 숨을 몰아쉬며, 24시간 3교대로 고투를 벌이던 초기 직원들의 노고가 오늘의 포스코를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을 넘어

1973년 6월9일, 첫 출선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높은 수익성은 서구와 일본 철강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일본의 신일본제철이 150억달러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3억7900만달러에 그친 반면, 포스코는 매출액은 99억달러지만 영업이익은 15억4600만달러로 오히려 더 많았다. 1999년 모건스탠리는 세계 철강업체 중 포스코의 생존가능지수를 가장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미래가 꼭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 합의에 따라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이 철폐된다. 이에 따라 2~3년 내 중국의 값싼 철강제품이 몰려나오는 ‘차이나 쇼크’가 예상된다. 세계 주요 철강기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도 우려할 일이다.
1990년대 말 철강 생산량 1위를 차지하던 포스코는 현재 5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외국에 의존해온 친환경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 5월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간 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파이넥스 설비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루 형태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제철소 환경오염의 주범인 덩어리화 과정을 생략해 환경친화적 생산공정 달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기할 수 있는 최첨단공법이다.
포스코는 올해 민영화 3년째를 맞았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과제 또한 떠안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감시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영 환경이다. 자본·기술·환경의 쉼없는 도전. 세계는 포스코의 응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