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카를로스 클라이버 /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4-09-23 1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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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스 클라이버 /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외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 그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으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클라이버는 말 그대로 영웅이다. 독일 음악과 오페라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으면서도 일생 동안 어느 오케스트라에도 묶이지 않았던 이 자유주의자가 올해 7월 세상을 떠났다.

    ‘냉장고가 비어야만 지휘봉을 들었던’(카라얀), 그리고 ‘햇빛이 가득한 정원에서 먹고 마시며 사랑을 하고 늙기만을 원했던’(번스타인) 그는 살아 있을 때에 이미 전설이었고 이제는 진짜 전설이 된 것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지휘자 에리히 클라이버의 아들. 아버지만큼이나 괴짜인 데다 은둔주의자였던 그는 1970년대에 이미 베를린 필, 코벤트 가든, 라 스칼라 등의 일급 무대를 섭렵했으나 특정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했다. 카라얀이 사임한 후 베를린 필을 맡는 것도 사양했다.

    뿐만 아니라 라이브 연주의 현장성을 중시해 레코딩 역시 극도로 기피했다. 다행히도 도이치 그라모폰에 ‘박쥐’‘마탄의 사수’‘라 트라비아타’ 등 몇 곡의 오페라와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의 교향곡 레코딩이 남아 있다. 이 음반들은 한결같이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음원(音源) 가운데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브람스 교향곡 4번,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3막 ‘사랑과 죽음’을 모아 추모 음반이 만들어졌다.



    클라이버는 처음엔 아버지의 반대로 음악을 전공하지 못하고 취리히대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에서는 자의적인 템포와 리듬이 두드러진다. 추모 음반에 수록된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교향곡만 들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그의 아다지오는 훨씬 더 길고 유려하다. 브람스 교향곡 애호가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개성적인 곡 해석이 두드러지며 동시에 클라이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매력이 넘친다. 특히 약동하는 리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클라이버 타계 후 급히 준비한 탓인지, 음반 북클릿의 해설에는 제대로 된 클라이버 연표도 실려 있지 않다. 한글로 번역된 해설은 오자(誤字)투성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아쉬운 것은 이 음반에 베토벤 교향곡, 특히 7번이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연주한 3, 4악장의 야생마처럼 달려가는 리드미컬한 선율은 누구나 한번 들으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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