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호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인천공항에 해답 있다”

허남식 3선 부산시장의 긴급 제언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0-12-21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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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공항, 국가 이익 위해 국제 허브공항으로
    • 국회에 지방분권특위 만들어야
    • 도시 빈민 주거환경 개선에 정부 나서야
    • 4대강 사업 빨리 해야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인천공항에 해답 있다”
    허남식(62) 부산시장은 12월초 중국 충칭(重慶)시를 방문했다. 충칭시와 우호협력관계를 맺기 위한 목적 외에 이 도시에서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와 공동으로 관광설명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색적인 장면이다. 국내 도시 간에도 공동 관광마케팅을 하는 사례가 드문데, 일본의 한 도시와 제3국에 가서 공동 관광설명회를 한 배경이 흥미롭다.

    출장에서 막 돌아온 허 시장을 만나기 위해 12월7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KTX 완전 개통으로 통행 시간도 줄어 2시간40분 만에 부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행시간이 줄어들면서 서울과 부산이 그만큼 공간적으로도 가까워진 느낌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을 빠져나오자 곧바로 부산시청 건물로 이어진다. 부산시청은 시민친화적 공간이다. 지하철역에서 곧바로 시청 로비를 관통해서 건너편 공원으로 걸어갈 수 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대낮 공원에서 막걸리판을 벌이고 입씨름 중인 아저씨들이나 로비의 부산시 일자리종합센터 앞에 놓인 의자에서 한담을 나누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초현대식 시청건물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푸근한 이웃아저씨 같은 웃음으로 기자를 대하는 허 시장과 마주 앉자 각양각색의 시민 얼굴이 겹친다. 허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해 시정을 이끌고 있다.

    후쿠오카에 경제협력사무소 설치

    ▼ 후쿠오카시와 공동 관광마케팅을 벌인 배경은 무엇인지요.



    “부산시는 후쿠오카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체제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지역 간 협력에 의한 초광역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요. 그 일환으로 2008년부터 부산시는 후쿠오카시와 초광역경제권 형성 협력사업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2009년엔 23개 협력사업 과제를 선정했고요. 지난 8월엔 두 도시가 기업의 무역, 투자, 기술, 인재교류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협력사무소도 설치해 운영 중입니다. 투자설명회, 대학생 인턴십 교류, 에어부산 후쿠오카 취항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충칭 공동 관광설명회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허 시장은 민선 5기를 출범하면서 시정 슬로건으로 ‘크고 강한 부산’을 내세웠다. 부산을 경쟁력 강한 세계적인 도시로 이끌겠다는 그의 포부가 반영된 문구다. 후쿠오카와의 초광역경제권 형성은 이런 그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요즘 부산시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신공항 입지 선정문제다. 2011년 3월 국토해양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예정돼 있다. 부산시는 신공항이 가덕도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남 일부와 대구·경북은 밀양을 지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동남권의 새 국제공항 건설은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이 권역의 국제선 연간 이용객 499만명 가운데 49.2%인 246만명은 김해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5년까지 김해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약 9조6496억원이다.

    ▼ 수도권에서 동남권 신공항 무용론이나 김해공항 확장론이 제기됐는데요. 왜 새로운 공항이 필요한지요.

    “사실 우리나라 동남권과 대구·경북지역에는 이미 김해, 대구, 사천 등 7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김해공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김해공항은 북쪽의 신어산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또 항공기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항공기 운항을 못하고 있습니다. 시설도 부족하고요. 그래서 부산시는 1990년대부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온 겁니다.”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인천공항에 해답 있다”

    부산 가덕도 동남권 신국제공항 조감도.

    ▼ 신공항 건설이 국가적 이익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요.

    “신공항은 동남권만의 일은 아닙니다. 국가 전체로 볼 때,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허브공항이 인천공항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대두됐습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허브공항을 가져야 세계도시로 발전할 수 있어요. 기업이 투자결정을 할 때도 인근에 공항이 있는지를 따집니다.”

    허브공항이어야 하는 이유

    허브(hub)는 원래 바퀴의 중심이라는 뜻이므로 허브공항은 그 공항을 중심으로 항공노선이 바큇살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일컫는다. 즉 허브공항은 여러 나라 항공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거나,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부산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부산신항, 국제산업물류도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해서 동남권 최대의 물류거점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컨벤션 산업 등 국제 비즈니스 산업과 관광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겁니다.”

    ▼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지자체 간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지자체는 밀양이 접근성, 항공수요 등에서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가덕도에는 해안공항을 건설할 수 있으므로 우선 안전하고, 소음에서 자유로우며 쉽게 시공할 수 있지요. 산지나 농지 훼손 없이 매립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환경훼손이나 토지보상 등에 따른 민원도 없을 것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용도 훨씬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을 봐도 허브공항은 해안에 위치해 있지 않습니까? 인천공항의 입지선정과정 역시 무엇보다 공항의 기능을 우선한 결과임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밀양은 산봉우리 16개 정도를 깎아내야 합니다. 깎아내야 할 산 중에는 신어산, 무척산, 덕암산 같은 김해·창녕의 명산이 들어 있고요. 무엇보다 산 절취에 따른 토사량만 최소 2억5000만㎥ 이상으로, 15t 덤프트럭이 하루 1000대 이상, 휴일 없이 가동해도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절취공사와 토사운반에 따른 엄청난 진동, 분진, 소음을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공사지요.

    이런 무리한 공사를 했다 하더라도 공항 양 옆의 산봉우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밀양 같은 분지에는 안개가 자주 끼는데, 이럴 때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에 굉장한 위험을 주는 것입니다. 일본의 나리타 공항이 그런 형편입니다. 밀양은 활주로 북측 1Km 안에 하남읍 같은 주거지역이 있어 주민만 6000세대에 이릅니다. 김해공항은 600 세대의 소음피해로 24시간 운영을 못하고 있는데, 밀양은 어떻겠습니까? 공항을 24시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국제관문공항의 결정적 결함일 겁니다.

    물론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밀양보다 거리가 멀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대구에서 고속철도인 KTX를 연결할 경우 40분 거리에 가덕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공항 이용하는 거리나, 대구에서 가덕도 공항 이용하는 거리가 비슷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를 객관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두 지역이 계속 대립하면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입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다면, 부산과 대구 경북에서 추천받은 전문가들이 공개적인 토론을 하면 좋겠어요. 신공항이 과연 어디에 들어서야 하는지.”

    ‘지방세 일본처럼 40%로 올려야’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인천공항에 해답 있다”

    허남식 시장은 새해 도시빈민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 최근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여야 대표들을 만나 국회에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 등 10대 지방분권 과제를 제시했는데, 지방분권은 왜 성취돼야 합니까. 이것이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름발이 지방자치제입니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정부 초기에 지방분권을 제대로 시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게 거의 없어요. 말로만 지방분권입니다. 그래서 자치단체장들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국회에 지방분권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국회 차원에서 이를 해결해달라고 여야 대표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한 거지요.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당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게 큰 문제입니다.”

    ▼ 지방분권과 관련,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요?

    “앞서 언급한 지방분권특별위원회가 국회에 설치돼 2008년 개정된 지방분권촉진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자치 사무입니다.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다보니 선거에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교육공약이 생겨나고, 이것에 재정적 뒷받침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지방소비세를 확대해 자치 재정을 개선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내국세 중 지방세가 20%밖에 되지 않아요. 이것을 국가가 가져가서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으로 지방세화해야 합니다. 일본은 내국세에서 지방세가 40%가량을 차지합니다. 지방재정이 튼실하지 못하니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세입으로 그 지역을 발전시킬 수 없는 겁니다.”

    ▼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가 왜 이렇게 진전되지 않는지요.

    “중앙 정부는 더 큰 권한을 갖고, 재원도 직접 거둬서 나눠주기를 원하고, 지자체는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게 해달라고 하니 서로 충돌할 수밖에요.”

    ▼ 지방분권이 잘 실시되는 해외 도시 가운데 부산시가 벤치마킹하는 곳이 있는지요.

    “한국에서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 권한이 최소한 일본 정도로는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방세와 국세 비율이 40대 60입니다.”

    남해안 시대 연 거가대교

    부산은 또 국제금융도시 건설이라는 구호를 내놓고 있다. 언뜻 상당히 먼 꿈처럼 들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금융산업 가운데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52.6%다. 부산시는 5.7%에 그쳤다. 금융업 사업체와 종사자수도 서울이 각각 24.2%, 36.2%를 차지하고 있고, 부산은 8.4%, 7.7%에 불과하다.

    ▼ 사실상 국내 금융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국제 금융도시 건설이라는 구호는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요?

    “부산은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서울에 비해 금융산업이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산만의 특화된 금융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산은 세계 제5위의 컨테이너 항만도시이고, 동북아 최대 수산물도매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 삼성, 대우, STX 등 세계 10위권의 선박 건조사들이 인근에 있습니다. 장내파생상품 세계 1위인 KRX 본사도 부산에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부산을 해양·파생분야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던 거지요. 지난해 5월 부산국제금융센터 복합개발 사업이 착공돼 금융인프라 구축이 시작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4개 금융관련 공공기관도 부산 문현동 금융중심지로 이전키로 했습니다. 지금도 경남 울산권역을 관할하는 시중은행 본부는 부산에 있습니다.”

    ▼ 거가대교와 KTX의 완전 개통을 계기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요?

    “KTX 완전개통에 대해 일부는 부산이 서울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부산은 서울이 갖지 못한 아름다운 바다를 갖고 있고, 매력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서울사람들을 끌어내리는 효과도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부산은 기·종점이므로 남부권의 중심도시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부산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4.5㎞ 사장교와 3.7㎞ 터널로 이뤄짐)는 부산과 경남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경제 대동맥입니다. 부산과 경남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거지요. 부산에서 거제시내까지 통행시간이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됐습니다.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거제와 통영 등으로 부산의 경제권역이 확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부산 강서지역의 조선기자재 산업이 굴지의 조선소들이 있는 거제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요. 수도권과 대칭할 수 있는 관광권역인 남해안은 관광특수도 누릴 것입니다.”

    부산은 과거에 경제 문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제2의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인천 등 다른 도시들로부터 2위 자리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부산은 1970~80년대 신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소비 위주의 도시가 됐고, 성장세도 크게 둔화됐다.

    “서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격차가 더 커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2도시로서의 위상은 확고히 지키고 있고, 모든 경제지표에서도 그런 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산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과 큰 차별성이 있어요. 바로 한 권역의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부산은 울산 양산 김해 창원 거제 등을 묶는 중심도시입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허브(Hub) 지수’를 보면, 부산은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 경기에 이어 3위입니다. 동남권 중추도시를 넘어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경기가 1, 2위라곤 하지만 사실상 수도권으로 한데 묶이지 않습니까?

    그동안 부산은 제조업 문제를 두고 늘 걱정해왔습니다. 울산 창원처럼 대기업의 큰 공장이 없고, 김해 양산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부산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도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클 수 없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도 있지요. 현재 제조업이 전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 정도이지만, 부산은 항만 물류라는 큰 산업이 있고, 강서지역에 산업용지를 만들고 있어 돌아오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제2도시로서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데 대해선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조업 비중 감소라는 큰 흐름과 달리 부산에는 실제로 2008년부터 빠져나가는 기업보다 시로 들어오는 기업이 훨씬 많아졌다. 2008~10년말 34개 기업이 부산시 밖으로 이전한 반면 92개 기업이 부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 북항 재개발,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개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북항 재개발 사업은 국내 최초의 항만 재개발사업입니다. 그동안 시민의 접근이 차단됐던 닫힌 공간을 재개발 사업을 통해 관광거점으로 조성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합니다. 43만평(약 142만㎡)의 부지를 만들어 77%는 공원 친수공간 터미널 등 공공용지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땅을 팔 겁니다. 그래서 국가 재정이 더 투입돼야 합니다. 앞으로 중앙정부에 그 부분을 요구하고 관철해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사업은 사실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LH공사가 자체 사정으로 이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앞으로 부산도시공사가 맡아서 단계적으로 단지조성 사업을 진행해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였던 그린벨트 문제를 해결했으므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허 시장은 이처럼 기울어가는 부산 경제를 창조적으로 되살리는 데 1차적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다른 하나의 축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확대다.

    ▼ 부산에 도시 빈민층은 얼마나 되는지요? 이들의 복지강화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요?

    “도시빈민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9월 현재 부산에는 14만5000여 명의 도시빈민이 있습니다. 부산시민의 4.1% 정도입니다. 광주(4.5%), 대구(4.4%)에 비해선 적지만, 전국평균이 3.1%이므로 부산의 빈민율은 낮지 않습니다. 이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부산시는 복지예산을 매년 늘리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2010년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생계, 주거, 의료, 교육급여 등의 항목으로 8461억원을 지원했고, 2011년에는 9300억원으로 증액했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점포임차자금 지원, 생업자금 장기저리융자 등 희망디딤돌사업으로 569억원을 책정했다.

    ▼ 도시빈민층의 주거환경 개선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시빈민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큰 과제입니다. 달라진 시대환경에 맞게 정책도 달라져야 하고요. 이제껏 정부는 농어민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의 불안요인인 도시빈민층을 걱정해야 합니다. 도시빈민층의 주거환경은 대단히 열악합니다. 현재의 지방재정 여건으로는 지자체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이전에 농어촌생활환경개선에 국가가 공을 들였듯이 도시빈민층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특별회계도 마련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야 합니다. 저 역시 이번 임기에 자체적으로 영세서민의 주거환경 개선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부산은 특히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중심이 돼 만든 고지대 주거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주거개선, 도로건설, 공원, 편의시설 지원 등을 하나씩 해나갈 계획입니다.”

    경제부시장제 도입

    시장논리에 따른 도시정비 방식은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높은 분양가 등으로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또 사업성이 낮아 공공의 지원 없이는 도시정비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많다. 이에 부산시는 2010년 12월부터 창조도시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총괄지원팀, 부산대 로스쿨의 지원을 받는 법안연구팀, 자문위원단 등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만들어 관련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허 시장이 이처럼 도시빈민의 삶 개선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성장환경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허 시장은 경남 의령의 산골 출신이다.

    “그런 경험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 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겠지요. 무엇보다 실제로 영세 서민의 삶의 현장에 나가보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 재정 여건상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 경제부시장제 마련 등 부산시의 행정조직 개편과 외부 전문 인력 도입 등을 통해 인사에 새 바람을 일으켰는데, 이에 대한 내부 반응은 어떠한지요.

    “부산이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정무부시장제를 없애고, 경제부시장을 둬서 경제관련 국을 전담케 했습니다. 개방형직제입니다. 이번엔 중앙경제부처에 근무했던 이를 데려왔습니다. 투자기획본부도 외부인사에게 맡기고, 도시 재개발과 재생을 담당하는 창조도시본부장도 지역의 전문가 가운데서 발탁했습니다.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입니다. 일부에선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 행정경험이 적고 지역 실정을 잘 모르지 않느냐며 우려했지만, 조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 또 다른 시정 운영의 변화를 구상하고 있는 게 있는지요.

    “행정조직은 무엇보다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인사나 조직관리의 원칙도 여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부산에는 16개 자치구·군이 있는데, 인구가 적은 곳 등은 일부 통폐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저항도 있겠지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인천공항에 해답 있다”
    ▼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인터뷰 3일 뒤인 12월10일 부산지법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적법성을 인정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여러모로 꼭 필요합니다. 부산지역은 가능하면 빨리 이 사업을 해야 해요. 부산권의 사업은 준설 등 둔치를 생태친화적 공간으로 정비하는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도 생태공간을 만듭니다. 에코센터, 철새탐방로, 조망시설 등을 가꾸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하구언은 배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문을 증설해서 강 흐름을 더 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하라’

    ▼ 3선 시장으로서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나 프로젝트 한 가지를 꼽는다면….

    “신공항 유치가 가장 큰 프로젝트죠. 그런데….”

    허 시장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다시 열정적으로 펼쳐놓기 시작했다. 신공항뿐 아니라 광역상수도 문제, 원자력 의·과학 특화단지 조성,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하야리아 미군부대 시민공원 조성,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 지방분권 등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자력 의·과학 특화단지 조성이 부산에 새로운 테마가 된 배경은 부산이 2009년 꿈의 암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가속기’와 2010년 7월 ‘수출용 신형연구로’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또 동남권원자력의학원도 지난 7월 개원하면서 허 시장의 민선5기 10대 핵심공약사업 가운데 하나인 이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돼나가고 있다.

    광역상수도 취수원 확보 문제도 부산시민의 중요 현안이다. 부산시민은 낙동강 하류 물을 끌어다 상수도로 공급하고 있다. 대도시가 강 하류에서 취수하는 매우 드문 상황이라 부산시는 경남 남강물을 대체상수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댐의 안전성과 홍수조절기능의 약화, 용수부족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부산은 여러 가지 매력을 갖고 있는 도시다. 최근 부산시가 도시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벌인 한 조사에서 시민 422명은 대표 브랜드로 해운대, 광안대교, 누리마루하우스, 자갈치시장 등을 꼽았다. 부산의 자랑거리로는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유엔평화공원, 야구도시 등을 들었다. 누리마루하우스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고급회의시설이고,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이런 도시의 행정을 맡는 허 시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주말이 되어야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는다는 그는 최근 자신과 마주하며 읽은 책으로 박세일 교수의 ‘대한민국 국가전략’을 꼽았다. 세계화라는 격랑 속에서 다극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큰 틀을 놓치지 않으면서, 제2의 도시인 부산을 생각하고, 다시 시민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허 시장은 새해 경구로 ‘시원유명(視遠惟明)’을 골랐다.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하라’는 말이다. 명확한 비전을 갖고 ‘크고 강한 부산’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그의 새해 ‘부산 전략’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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