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역발상으로 미국의 허 찌른 미사일 선도국

러시아의 미사일

  • 김대영 /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stormtrooperkim@gmail.com

    입력2012-08-28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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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는 방어적인 전략에 따라 미사일전력을 발전시켜왔다. 이 전략에 맞춰 비밀리에 개발한 S-75 지대공미사일로 자국 영공을 침입한 미국의 고공정찰기 U-2를 격추시켰다. 소련은 강력한 미 해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스틱스 대함미사일도 개발했다. 소련 시절 세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R-7을 개발한 역사가 있는 러시아는 토폴-M이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를 뚫고자 한다.
    역발상으로 미국의 허 찌른 미사일 선도국

    토폴-M ICBM(위). 현무-2와 비슷한 이스칸다르 전술탄도미사일(오른쪽).

    러시아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미사일 운용을 중시 한다. 핵전력도 미사일전력이 뒷받침해주기에 힘을 발휘한다. 전략미사일군은 러시아의 군사 사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전략미사일군은 러시아가 자랑하고 싶지만 깊이 숨겨놓은 ‘강력한 한 방’이다. 8만 명의 병력에 3개 미사일군(15개 사단), 57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군 통수권자의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부대이기도 하다.

    러시아 해군의 전략핵잠수함과 공군의 폭격기도 핵전력을 운용하지만 러시아 핵무기의 절반 이상을 전략미사일군이 운용한다. 1959년 창설된 이 부대는 소련 시절에는 ‘전략로켓군’으로 불렸다. 당시 소련은 세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R-7을 배치하면서 서둘러 전략로켓군을 창설했다.

    막강한 전략미사일군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던 흐루시초프는 전략로켓군 창설을 공개하며, “어느 누구도 대항할 수 없고, 이 부대가 보유한 무기는 지구 어느 곳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은 오래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신형인 토폴-M 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폴-M(Topol-M)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1997년부터 전략로켓군에 배치됐다. 러시아는 미국이 토폴-M 발사 장소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차량에 탑재할 수 있게 했다. 차량에 싣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달려가 발사할 수 있게 한 것.



    토폴-M은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비행 중 방향 전환이 가능한데, 이 기능으로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MD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제3세계 전략무기 (스커드)

    러시아는 전술 탄도미사일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스커드(Scud)는 냉전 시절 소련이 개발해 제3세계 국가에 판매하거나 기술을 전수해준 대표적인 전술탄도미사일이다.

    스커드는 소련이 명명한 이름은 아니다. ‘스커드’란 이름의 정찰작전을 펼쳐 이 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한 나토(NATO)가 붙인 코드네임이다. 소련이 개발한 R-11 전술탄도미사일을 NATO가 SS-1B로 판단하고, ‘스커드 A’(사정거리 180km)라는별명을 붙였다. R-11 탄도미사일은 마카예브 설계국(Makeyev OKE)이 개발해 1957년부터 소련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스커드 B는 1970년대부터 총 7000여 기가 생산돼 소련을 포함해 32개국이 운용하는 미사일이다. 많은 나라가 복제하거나 사정거리를 연장하는 쪽으로 개량해가며 이 미사일을 확산시켰다. 이 때문에 소련과 가깝게 지낸 나라에는 사정거리를 연장한 스커드 B 계열의 탄도미사일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미사일의 대표가 이라크의 ‘알 후세인’과 북한의 ‘화성5/6호(스커드 Mod B/C)’ 그리고 ‘노동’ 탄도미사일이다.

    ■ 5m 이내 명중 (이스칸다르)

    2006년부터 러시아군에 배치된 전술탄도미사일로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한다. 사정거리가 500km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사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전자광학장치가 부착된 유도장치를 장착하면 목표물 5m 이내의 정확도로 명중시킨다.

    이스칸다르는 현무-2 탄에 비교할 수 있다. 현무-2의 정확도는 30m 이내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스칸다르가 현무-2보다 우수할 것 같다. 이스칸다르는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알려진 PAC-3도 회피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가지고 있다.

    ■ 지대공미사일 (S-75)

    냉전이 시작된 뒤 소련은 서방 측의 공군력에 큰 위협을 느껴 지대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개발한 최초의 지대공미사일이 S-25 베르쿠트(Berkut)다. 나토는 이 미사일을 SA-1 길드(Guild)로 명명했다. S-25는 1955년부터 실전 배치되었고, 무려 1만 1000여 기가 생산되었다.

    1957년 소련은 S-75 드비나(Dvina)를 내놓았다. 나토는 이 미사일을 SA-2 가이드라인(Guideline)으로 명명했다. 이 미사일은 미국이 개발한 고공정찰기 U-2를 격추함으로써 유명세를 탔다. 그때까지 U-2는 지대공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고고도를 비행한다고 알려졌기에 미국은 마음놓고 U-2를 소련 상공에 진입시켜 정찰활동을 했다.

    이러한 U-2를 1960년 5월 1일 발사된 S-75 드비나가 격추시켰다. 드비나는 베트남전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그로 인해 지대공미사일을 의식하지 않고 작전하던 미 공군기와 해군기의 작전 방식이 크게 바뀐다. 지대공미사일과 연동된 레이더 기지에서 발사되는 전파를 잡아 레이더 기지를 무력화하는 전자전기를 개발하고,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는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이다.

    ■ 러시아판 MD 핵심 (S-400)

    오늘날 가장 정교한 지대공미사일 체계로 꼽히는 S-400 트라이엄프(Triumf) 지대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S-400 트라이엄프는 PAC-3 이전에 나온 패트리어트 체계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표물에 따라서 최단 40km부터 최장 400km까지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스전투기와 순항미사일도 격추할 수 있으며, 격추가 어렵다고 알려진 중거리 전술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 해전의 양상 바꾼 (스틱스)

    냉전이 시작되던 1950년대 소련은 미국에 비해 해군전력이 약했다. 해군력이 약하면 상대 함대의 접근을 막는 거부전략을 택하게 된다. 대함미사일을 발사해 접근해 오는 상대 함대를 격파하는 것이다. 소련 해군은 거부전략을 위한 카드로 대함미사일의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소련 최초의 대함미사일인 P-1을 개발해, 1958년부터 실전 배치했다. 1960년에는 보다 성능이 우수한 신형 P-15를 개발해 배치했다. P-15를 나토는 SS-N-2 스틱스(Styx)로 명명했다. P-15는 지대함 형식이었는데 곧 함대함 식으로도 개발되었다.

    P-15, 즉 스틱스 지대함미사일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제3차 중동전 때였다. 1967년 10월 이집트의 포트사이드 항 인근 해역에서 이집트 군을 감시하던 이스라엘의 구축함 에일라트(Eilat)함이 4발의 스틱스 지대함미사일에 격침되었다.

    에일라트 구축함 피침으로 세계 해군은 대함미사일의 위력을 절감했다. 소련 역시 대함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러시아는 대함미사일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되었다.

    ■ 초음속 대함미사일 (야혼트)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아음속 대함미사일에 비해 비행속도가 빨라 전투함에 설치한 골키퍼, 팔랑크스 같은 방공미사일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전력화했다. 1999년에 내놓은 야혼트(Yakhont)는 마하 2.5의 비행속도를 자랑한다. 발사 고도에 따라서는 최장 사거리가 300km까지 늘어난다.

    야혼트는 러시아와 인도가 공동 개발한 브라모스(BrahMos)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모체가 되었다. 브라모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함정은 배경이 간단한 바다에 떠 있기에 표적 확인이 쉬우나, 지상 목표물은 유사 표적이 많은 탓에 표적 확인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순항미사일은 표적 확인이 용이하도록 음속보다 늦은 속도로 날아간다.

    그런데 러시아가 야혼트를 만들자 인도는 이 미사일을 토대로 러시아와 함께 지상 공격이 가능한 초음속 대지 순항미사일 ‘브라모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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