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4% vs 38.26%, 明心 박찬대 대패
親文 압박에 차기 주자 조국까지 사면
정권 초, 조국 영향력 크진 않으나
親文 규합해 세력 일구면 권력 갈등 불가피
각종 악재에도 50% 넘긴 국정 지지율
‘탄핵의 강’ 넘지 못하는 野 덕에 반사이익
지지율 현상 유지하면 대통령 與 장악 어렵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 중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제리 필레이 총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동아DB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의 탄생이 상징적이다. 정 대표는 8월 2일 민주당 임시 전국당원대회(전대)에서 압승을 거뒀다. 명심(明心·이재명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국 변수’도 주목할 사안이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다.
향후 행보에 따라 현재·미래 권력의 미묘한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물론 이 대통령의 범(汎)여권 장악력이 굳건하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통령의 파워가 약해지는 나비효과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8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동아DB
명심(明心) 이긴 정청래
집권 여당 전대는 구조적으로 흥행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하는 파트너 역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민주당 전대는 전국적 폭우 피해로 흥행도 어려웠다. 결과는 놀라웠다. 당초 박빙이 예상됐으나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종 득표율은 ‘정청래 61.74% vs 박찬대 38.26%’로 그야말로 정청래 대표의 압승이었다.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약화했다는 지표이기도 했다.민주당 전대는 명심의 대결이었다. 정 대표과 박 의원 모두 이재명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굳이 차이점을 찾아내자면 정 대표는 홀로서기 의지가 강력한 독자형 정치인이었고,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보좌·참모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실용주의와 국민 통합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아무래도 ‘박찬대 체제의 민주당’이 편안한 선택이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했으나 정청래 대표에게 패배했다. 동아DB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 대표는 제1야당의 저격수와 다를 바 없었다. 정치는 악마와도 악수하는 것이지만 정 대표는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으면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며 제1야당을 배제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예로 들며 “국민의힘은 내란을 직접 하려고 했던 만큼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자극했다.
대선 과정은 물론 취임 이후 실용주의와 국민 통합, 협치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정 대표의 마이웨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 국면까지 이어진다면 당정 갈등도 불가피하다. 정 대표의 대야 강경 일변도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절실한 이재명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에서 박 의원보다 정 대표가 껄끄러울 수 있다. 정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자신과 관련해 불교계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 측이 탈당을 권유했다며 폭로한 바 있다. 사실상 이 대통령에게 도전한 것”이라면서 “그런 배경에도 정 대표가 더블스코어 수준의 압승을 한 것은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예상보다 튼튼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2021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경남 합천 해인사의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통행세’라 부르며, 전통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그러고는 이듬해 1월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뒷이야기를 적어 올렸다. 그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대선후보이던 이 대통령은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는 아는 바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역시 “전대 초반부터 명심은 박 의원이라는 소문이 상당했다. 민주당 현역의원 다수가 밀었던 것도 팩트”라면서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그립은 여전히 세지만 내부적으로는 서서히 권력의 이동 현상이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반론도 상당하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전대 과정에서 완벽한 중립을 지켰다”며 “준비된 정 대표가 준비 안 된 박 의원을 이긴 것이다. 정 대표의 당선을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역시 “전대 결과로 이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건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치적 위상은 확고하다”며 “이 대통령은 박 의원이 최적의 파트너였겠지만 정 대표 또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나쁠 건 없다”고 설명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전대 결과는 정청래라는 인물에 대한 당원들의 애정과 정 대표가 당에 헌신해 온 것에 대한 인정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흐름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8월 15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사면 복권’ 조국, 차기 주자 부상하나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무도한 검찰 권력의 정치 보복 희생자라는 점이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철면피와 같은 ‘내로남불’의 범죄자란 것이다. 마지막으로 죄에 비해 처벌이 가혹했다는 동정론이다.조 전 대표는 진보진영의 아픈 손가락이다. 만일 ‘조국 사태’만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 이후 정권교체가 아닌 ‘조국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다. 실제 현실은 가혹했다. 검찰 수사는 ‘멸문지화(滅門之禍)’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였다.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통해 조 전 대표는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선택해 성공했지만 그해 12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나왔다.
‘조국 사면’은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선택지였다. 사실 광복절보다는 성탄절 특사가 정치적 부담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고심 끝에 광복절 특사를 선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조국혁신당의 요구가 거셌다. 어떻게 보면 친문의 거센 요구를 받아 안은 셈이다.
자유의 몸이 된 조 전 대표는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보일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 전 대표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선장 없는 조국혁신당은 현 지도부 임기 단축과 조기 전당대회를 결정했다. 조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조 전 대표가 정치무대에 복귀하면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될 것이다. 여권 내부의 차기 경쟁도 앞당겨진다. 특히 조 전 대표가 친문의 구심점으로 부상하면서 여권 안팎에 40~50명의 현역의원 지지세를 만든다면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과의 갈등과 긴장도 불가피하다. 잔인하지만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김진욱 평론가는 “조 전 대표 사면은 이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한 청구서나 빚잔치가 아니다”라면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 대표를 ‘조 전 대표’라는 카드로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 전 대표가 차기 영향력을 행사해 이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는 없다”며 “조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현실화되는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다. 민주당은 거대한 몸집에도 차기 주자가 없는 만큼 조 전 대표가 호남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드라마틱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른바 ‘조국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은 꽃놀이패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진입을 노릴 수 있다. 만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선거연합을 실시한다면 단일후보 공천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불거지고 있다. 유권자 구성을 고려하면 이변이 없는 한 조 전 대표의 당선은 확정적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도 노려볼 수 있다. 정치적 타임 스케줄도 적당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차기 대선은 2030년 3월에 열린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임기를 마무리한 뒤 대선에 나설 수 있다. 이 대통령도 과거 경기지사(2018~2022) 임기를 마치고 2022년 20대 대선에 나선 바 있다.
차기 대선 직행을 고려한다면 서울시장이 최선의 카드다. 수도 서울의 상징성을 고려해 조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대립과 갈등의 여의도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자리다. 또 부산시장도 주목할 포인트다. 고향인 부산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며 광역단체장으로서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더구나 부산에서 바람이 불면 경남지사와 울산시장 승리도 가시권이다. 국민의힘을 이른바 ‘TK 자민련’으로 묶으면 차기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
정부 지지율 가를 분수령 한미 정상회담
결과적으로 조 전 대표의 부상은 친문의 구심점 역할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의 모든 것을 장악했던 친문 계파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시작으로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을 거치며 완전히 몰락했다. 특히 강성 친명 당원들이 문 전 대통령마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으로 비난한 만큼 정치적 존재감과 영향력을 상실했다. 친명 패권이 확립된 민주당에 대한 도전도, 저항도 어려웠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한때 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사실상의 대선 경선 불복과 22대 총선 직전 민주당 탈당으로 정치권에선 멀어졌다. 조 전 대표의 정치적 부상과 친문의 구심적 역할이 이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불편한 대목 중 하나다.신율 교수는 “조 전 대표는 불공정의 상징이다. 조 전 대표뿐만이 아니라 윤건영·백원우·윤미향 전 의원 등 친문 위주로 사면이 이뤄진 건 이 대통령이 다소 떠밀려서 한 것”이라면서 “조 전 대표 역시 민주당과의 합당과 연대보다는 독자 행보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친문의 구심점으로 세력을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조 대표의 사면으로 정부 국정 수행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8월 11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6.5%로 전주에 비해 6.8%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측은 “주 초에 불거진 주식 양도세 논란과 정 대표의 국민의힘 패싱,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이 겹치며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진 원장은 “야당의 반발을 고려한다면 연말 성탄절 특사가 더 효과적인 선택이었다”면서도 “민심보다는 정치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진보의 영향력을 키워서 지방선거 승리를 다지기 위한 고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차재원 교수는 “조 전 대표 사면은 이 대통령과 조 전 대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면서 “조 전 대표는 독자 노선을 갈 수 없다. 민주당의 지지세를 끌어안지 않으면 차기 대권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대표는 “민주당에서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만일 조 전 대표가 현 정부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불안 요인”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조기 사면 복권을 결정한 만큼 조 전 대표가 과도한 독자 행보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8월 12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李 대통령, 국힘 자중지란에 어부지리
결정적 변수는 어부지리다. 이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흑기사가 존재한다. 바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시대착오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찬탄 vs 반탄’ 대립 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탄계 핵심 인사이자 거리 시위를 이끌었던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입당하자 아직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비판도 불거졌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 강사가 합동연설회 방해 등의 물의를 일으키며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지금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아무리 못해도 지지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지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그 서너 배에 해당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이 누린 야당복(福)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유리한 상황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장악력은 확고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건은 오히려 국내 상황이 아닌 대외변수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리스크가 최대 복병이다. 특히 글로벌 패권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중 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초반 최대 분수령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덧씌워진 친중반미 이미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돌발성도 부담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실패한다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 권위에 대한 도전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공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도전자 없이 탄탄대로를 질주하게 된다.
김진욱 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쥐고 있는 카드는 한둘이 아니다”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호 관세 15% 수준의 성과만 낸다면 대박이다. 국정 수행 지지율 50~60%만 유지해도 여권에 대한 장악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희웅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은 굉장히 긴장되는 이벤트”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스타일과 돌발성 탓에 우리에게 다소 불리한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를 가지고 이 대통령이 흔들리면서 위기 국면으로 빠지는 흐름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원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과 비교해 보면 정청래·조국 변수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한 실용주의로 그동안 줄타기를 잘해 왔지만 자칫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다. 한미 정상회담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또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또한 연동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신율 교수는 “만일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현실화한다면 중도보수가 들고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특히 주한미군은 인계철선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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