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주식·펀드·채권 보유 비율 20 → 40% 급증
고소득 vs 저소득 자산 규모 3.7 → 4.7배 격차
고소득층은 위험자산 투자, 저소득층은 예·적금
혜택 못 받는 ‘애매한’ 중위층, 하위층과 비슷한 패턴
경제적 여유와 정보력 차이…연령대별 맞춤형 교육 절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 불평등 구조로 인한 사회문제를 예방하려면 청년층에게 폭넓은 금융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호영 기자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신규 개설된 증권 계좌 1818만 개 중 40세 미만이 개설한 계좌는 1074만 개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년 금융투자 참여율은 2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는 천차만별. 누군가는 큰 수익을 올렸지만 누군가는 원금을 거의 다 잃다시피 했다.
임나연(33)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층 금융자산의 현황과 격차를 분석하며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노동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24년 자본시장연구원에 합류했다. 그의 관심사는 자본시장 정책이 기업을 거쳐 노동시장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개인 단위의 자산과 소득 불평등이다. 첫 연구 주제를 ‘청년 자산’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연구위원은 6월 30일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년층 금융자산 특징과 실태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2030세대를 가구 단위 소득 기준으로 5분위(20% 단위)로 나눠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주식, 펀드, 채권 보유 비율의 변화를 살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의 주식, 펀드, 채권 보유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에서 이후 40% 안팎으로 급등했다. 금융투자 참여율이 2배 늘었지만 금융자산 격차는 더 심해졌다. 소득 상위 20%(연 소득 약 93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청년 가구와 소득 하위 40%(약 3900만 원 이하)의 금융자산 규모 차이가 2019년 약 3.7배에서 2024년 4.7배로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중간 소득층은 투자와 저축을 병행하지만 하위 소득층처럼 수익이 크지 않았다. 반면에 상위 소득층은 금융투자를 하면 할수록 더 큰 수익을 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투자 참여한 청년 2배↑
2030세대가 청년기에 형성한 금융자산의 크기와 운용 방식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산 불평등 구조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지금처럼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없다면 자산불평등은 세대 전체의 문제로 고착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투자 행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맞춤형 지원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8월 초순 임나연 연구위원을 만나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본시장연구원을 찾은 것도 이 문제의 해법을 듣기 위해서다.임 연구위원이 발표한 청년 자산 관련 리포트는 동시대를 사는 청년으로서 갖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나 또한 30대 청년으로서 또래들의 자산 형성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며 “한국에서는 자본시장 정책과 노동시장 결과를 함께 분석한 연구가 드물어 두 축을 연결해 청년기의 자산 형성 경로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전후로 자산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늘고 자산 증식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분석은 각종 보고서와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직접 자료를 분석해 확인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예상은 했지만 자산 형성 불평등이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졌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하고 놀랐다. 어느 정도 격차 확대를 예상했음에도 이렇게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계기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주제가 요즘 사회적으로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고소득층 ‘공격 투자’ 저소득층 ‘저축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중 집단적으로 자산 증식을 이룬 계층은 ‘투자’와 ‘고소득’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코로나19 당시 갑작스러운 유동성 확대로 주식시장 활황이 이어졌지만, 당시 투자에 뛰어든 일부 청년층은 이전부터 이미 자본이 형성돼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결국 투자를 하려면 원금인 ‘시드머니’가 있어야 한다. 정규직 등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거나 부모로부터 일정한 경제적 지원을 받거나 이미 주거 자산을 확보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2030세대의 주식투자 인식이 시대적 배경이나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나.
“그렇다. 같은 30대라도 IMF 외환위기를 직접 겪었느냐, 그 이후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인식이 다르다. 부모의 경제력과 투자 경험 역시 중요한 변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내 또래도 주식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다. 다만 투자 경험에 따라 시각이 갈린다. 수익을 낸 사람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큰 손실을 경험한 사람은 주식을 멀리한다. 부모가 꾸준히 주식투자를 해온 가정의 자녀는 투자에 친숙하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 가정의 자녀는 주식투자를 위험하고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투자 실패가 강하게 각인된 경우 주식을 아예 금기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 격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연구 과정에서 확인한 현상과 내 주변 사례만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와 주식 관련 대화를 자주 나눠 투자에 친숙하다.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부모 세대부터 투자를 해본 적이 전혀 없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으면서 겁부터 낸다. 이러한 차이가 청년층의 투자 참여 의지와 자산 형성 격차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청년층의 자산 규모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진 데는 돈 불리는 방식이 한몫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청년층의 예·적금 비율은 2019년 49.2%에서 2024년 48.8%로 소폭 줄어든 반면 저소득 청년층의 그것은 같은 기간 48.4%에서 62%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의 주식·채권·펀드 투자 비율은 15.7%에서 28.6%, 저소득층은 7.1%에서 16.6%로 늘었다. 이러한 수치 변화는 상위 소득 청년층이 좀 더 적극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반면, 하위 소득 청년층은 저축 중심의 안전자산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금융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중위 소득층
임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경향이 자산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주식이나 펀드는 위험자산이지만 우량주에 장기 및 분산 투자하는 경우 장기 수익률이 예·적금보다 높다는 데이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투자를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그 능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첫째는 경제적 여유다. 소비를 하고도 남는 돈이 있어야 장기 투자에 투입할 수 있다. 둘째는 정보력이다. 유튜브나 다양한 채널에서 투자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시간과 역량이 필요하다. 반면 소득 하위 청년층은 저축할 여력조차 부족하고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해 장기 투자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결국 안전한 예·적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소득 청년층은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지만 투자 규모나 행태는 상위소득 20%보다는 하위 소득 40%에 가깝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중위소득층은 수치로 보면 상위 20%와 하위 40% 사이, 혹은 40~60% 구간에 해당한다.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층이 얇아 보일 수도, 두꺼워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상위 20%가 시장에서 독보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위소득층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소득 하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나 정책은 많다. 고소득층은 별도의 지원 없이도 자산을 불린다. 그러나 중위소득층은 혜택을 받기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 보여도 자산을 축적하기엔 충분치 않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도 각종 지원 기준에 들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 예금 매칭 지원, 거주지 지원, 장학금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혜택도 이런 이유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청년층의 금웅투자가 활발해졌다. Gettyimage
청년 개인 데이터 부족, 정책 효과 분석 한계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새 정부의 청년 금융지원 정책이 곧 구체적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러나 자산 격차 확대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실효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정책의 실효성 평가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자산 전체를 보느냐, 금융자산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여러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평가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저소득 청년층에 지원금을 주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 실제로 저소득층 자산 증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상품에 저소득층이 얼마나 가입했는지, 혜택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가입 전후로 자산이 실제로 늘었는지 등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해외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자산 관련 설문조사나 통계 대부분이 ‘가구 단위’로 작성돼 있어, 청년 개인 단위로 투자 행태나 소득·수익을 분석하기가 어렵다. 청년 패널 조사가 있긴 하지만, 금융자산이나 금융 행태에 대한 항목이 세밀하게 구성돼 있지 않다. 노동시장 관련 고용·소득 데이터는 비교적 세분화돼 있는 반면 금융투자 양식이나 투자 인식과 같은 항목은 부족하다. 이 때문에 2차 연구로 확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향후 진행하고 싶은 연구 주제는 뭔가.
“금융 정보나 금융 교육의 격차에 관심이 있다. 어릴 때부터 금융 교육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 청년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다. 공교육에서 경제·금융 과목이 내년부터 도입되지만 여전히 선택과목이라 효과가 제한적이다. 고등학교 시절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졸업 직후, 그리고 30대에게도 맞춤형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 유튜브 등에서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지만, 이는 정확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 연령대별로 교육 채널을 다변화하고, 상담 서비스 같은 실질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 청년기에 자본 규모 차이가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보와 경험도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이 알고,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 결국 청년기의 경험과 환경이 장기적 자산 격차로 이어진다. 부모 세대가 금융자산이 많고 투자를 잘하는 경우, 자녀 세대도 그 영향을 받아 자산을 잘 불리는지, 이런 ‘대물림’ 현상을 분석해 보고 싶다. 금융 교육이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처럼 전수되는지도 궁금하다. 또 정부가 청년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있는데, 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중간 점검해 개선할 여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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