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명예직…국민에게 받은 사랑 보은하고파
탁구협회장 시절 ‘법카’ 안 쓰고 후원금 100억 유치
체육회 비위 청산 위해 시스템과 문화 바꿀 것
내 인생 이끈 ‘원모어’ 정신, “넓게 보라”는 가르침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주도적, 능동적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ae/e0/63/67aee06311e9d2738276.jpg)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주도적, 능동적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유 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의 오랜 멘토로 알려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후에는 대한탁구협회를 5년간 이끌었다. 그가 대한체육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대한탁구협회장 임기가 끝나가던 지난해 12월. 당시 그는 대한체육회가 관장하는 68가지 정식 종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직접 체험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뿐인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메시지를 선거인단에 일일이 보내는 정성을 쏟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 출전한 유승민 선수가 금메달 수상을 확정하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ae/e0/b1/67aee0b12229d2738276.jpg)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 출전한 유승민 선수가 금메달 수상을 확정하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동아DB]
68가지 종목 체험과 영상메시지로 마음 움직여
그의 신선한 선거운동 방식에 많은 이의 마음이 움직였고, 이는 결과로 증명됐다. 유 회장은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17표(34.5%)를 얻었다.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까지 후보 6명의 평균치(16.7%)보다 2배 이상 높은 득표율이다. 임기는 2월 28일부터 4년간이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 2028년 LA올림픽이 그의 재임 중 열린다. 본격 활동을 앞둔 그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선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축하 전화도, 축하 인사도 참 많이 받았는데 지금 체육계가 직면한 상황이 축하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여러 현안에 대한 업무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한 책임감이 매우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축하는 축하대로 받고 감사함은 전달했지만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일을 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본인은 당선을 자신했나.
“자신이 있었다기보다 그냥 열심히 했다. 운이 따랐고, 여러 요인이 부가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그 과정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어떤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보나.
“이제는 좀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발로 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바람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68가지 종목 체험과 영상메시지로 선거인단의 마음을 공략했다. 당선 전략이었나.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대한체육회장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태도라고 생각했다. 모든 종목이 각자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종목별로 고민과 과제가 다르다. 직접 체험하고 소통하면서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이를 통해 현실적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츠는 단순한 기록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과정이다. 종목별 협회와 긴밀한 협력을 다지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역할이라고 믿었고, 이러한 노력이 선거인단에도 진정성 있게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특성을 새롭게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노력이 당선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체육인들과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계기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대한체육회는 특정 종목만의 조직이 아니라, 68개 정회원 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 지방체육회, 수많은 체육인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다. 그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 진심으로 다가가려 했다. 단순한 선거운동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할 협력과 신뢰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체험 활동과 영상메시지가 당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대한탁구협회장에 이어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스포츠는 내 인생의 전부다. 선수로서, 행정가로서, 그리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스포츠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중심 기관으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탁구협회장으로 경험을 쌓으며, 스포츠계의 다양한 과제와 해결책을 고민하게 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하게 됐다. 스포츠인이 더욱 존중받고,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무보수의 명예직인데도?
“선수 생활을 할 때도 돈을 보고 한 건 아니다. 어떤 목표를 향해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대표선수답게 선수 생활을 했는데 그 이후 돈과 명예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대한체육회장이 되려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보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체육인으로서 그동안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최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해서 돌려드려야 되겠다는 사명감의 발로다. 물론 보수도 중요하고 기타 부수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에 그런 사명감과 체육에 대한 책임감이 더 앞서지 않았나 싶다.”
다른 회장 후보들과 차별화한 강점이 뭔가.
“체육 구성원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다했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행정가로서 경험뿐만 아니라 IOC 위원으로서 국제 업무까지 경험했다. 내 나이가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여덟 살에 선수 생활을 시작해 35년간 체육계에 있었다. 60대에 체육계에 들어온 분보다 경험치가 높고 연차도 상당한 고참급이다. 그런 점을 어필해 (선거인단의) 인식 전환에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남보다 1분 더, 하나 더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법카, 운전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홍태식 객원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ae/e0/e3/67aee0e30090d2738276.jpg)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법카, 운전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선수로서도 많은 기억이 있지만, 체육 행정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2020년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인터넷 포털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청해 결국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근거 없는 비방과 악성 댓글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정신적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스포츠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결국 스포츠 기사 댓글이 사라지는 변화가 이뤄졌다. 이는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스포츠 문화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기여한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체육인들이 존중받고,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
인생을 이끄는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
“원모어(One More·하나 더) 정신이다. 스승님께서 ‘항상 남보다 1분 더 연습하고, 공 하나를 더 치면 이길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이러한 정신이 없었다면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IOC 선수위원, 대한체육회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목표의 성공과 실패는 작은 차이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항상 한 번 더, 하나 더 하게 된다.”
조양호 전 대한탁구협회장을 각별히 존경한다고 들었다.
“회장님은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셨다. 경기가 끝나면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셨다. ‘눈앞만 보지 말고 넓게 보라. 탁구를 했다고 탁구 선수, 지도자에 만족하지 말고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라’라는 얘기를 자주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 말이 고비 때마다 큰 힘이 됐다.”
탁구협회장 재직 시절 5년간 후원금 100억 원을 유치했다 그 과정이 험난했을 것 같다.
“후원사를 많이 유치했는데 그러기까지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10번 만나면 한 번 후원이 성사될까 말까 했다. 후회가 들진 않았지만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설움도 기꺼이 감내했다. 경기단체장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무기로 후원금을 끌어오지 않으면 우리 종목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 곳곳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뛰어다녔다.”
탁구협회장 시절 법인카드도 안 쓰고 해외 출장 비용도 개인적으로 충당했다던데 사실인가.
“항공권 같은 건 개인적으로 후원해 주는 곳이 있었다. 그런 것으로 비용을 줄여 협회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내가 돈을 보고 협회장이 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물론 해외 출장이 협회장으로서 정당한 활동이기 때문에 활동비로 쓸 순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체육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법인카드, 운전기사를 안 쓰겠다고 했다. 마음이 편해야 일도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웃음)”
체육계 안정화 시급, 내부 문화부터 점검할 것
지난해 8월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체육회 비리’를 폭로한 이후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상급 기관의 감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를 점검한 국무조정실(실장 방기선)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의 비위 혐의가 발견됐다는 결과를 같은 달 10일 발표했다. 관련자에 대한 감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여러 비위 의혹을 바로잡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나.
“무엇보다 관행으로 여기던 시스템이나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회장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한다. 모두가 의견을 내고 이를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펼치는 건강한 시스템, 즉 ‘굿 거버넌스’를 실현해야 한다. 사실 대한체육회가 문제 집단은 아니다. 일부 부족한 부분, 실수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하면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임기가 시작되면 내부 문화부터 잘 점검하려 한다. 지금 체육계 직원들이 많이 지쳐 있다. 감사가 빨리 끝나야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신사업 추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생각인가.
“주도적, 능동적으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려 한다. 체육회 대표로서 관련 기관, 해당 체육인들과 최대한 발 빠르게 소통해 체육회가 좀 더 능동적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이끌겠다. 조직원들도 맡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현재에 ‘올인’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 체육회 정상화,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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