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대통령 누가 되든 부동산 제1과제 ‘서민 주거 안정’ 삼아야

[부동산 인사이드] 尹 부동산정책 표류, ‘부동산 정상화’ 요원해져

  •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입력2025-04-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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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차 2법 논의 첫걸음 떼자 존폐 위기

    •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법안 반쪽 통과

    • 전국 270만 가구 공급 계획 차질 우려

    • “서민 주거 안정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정상화’를 목표로 추진하던 정책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모두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정상화’를 목표로 추진하던 정책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모두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국정 공백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부동산 정상화’를 목표로 추진하던 정책들은 모두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부동산시장의 각종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추진하려 했으나 거대 야당의 반대에 막혀 정책은 더디게 추진됐고, 그사이 시장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6월 3일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수도권에는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민생보다 차기 대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집중하고 있어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기대를 모았던 윤 전 대통령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및 공급 확대 공약은 국민의힘에서 누가 이어갈지 불확실해졌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월 중순 ‘전세 10년 보장’과 같은 현실을 외면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해 국민 불안을 자극했다.

    정치적 혼란은 부동산시장 변동성을 키운다.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넘게 이어진 국정 공백 상황은 주택 공급 차질, 매수·매도 심리 위축, 금융시장 불안,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실수요자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낳았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자칫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은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기 대선 이후에도 여야 대립이 계속될 경우 급한 부동산정책은 후순위로 밀리면서 실질적 대안 마련이 늦어질 수도 있다.

    파면과 동시에 요원해진 ‘부동산 정상화’

    2022년 5월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집값 안정과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주요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책 동력을 상실했고, 대부분 공약이 표류했다. 비상계엄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개혁은 올스톱 상태다.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당초 폐지를 추진했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관련 개편 논의는 겨우 첫발을 뗀 상황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1년여에 걸쳐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고도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가 올해 3월 들어서야 공론화에 나선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폐지보단 유지에 방점을 두고 추가로 전문가와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했고 장기적 영향분석이 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 대부분이 폐지 시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놔서다. 



    더욱이 임대차 3법 중 전세 기간 ‘2+2년’과 임대료 ‘5% 상한’을 보장하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었다. 전월세신고제로 불리는 ‘주택 임대차계약 신고제’는 논의에서도 빠졌다. 2020년 8월 도입 후 2021년 6월 시행했지만 올해 5월까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부작용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6월 신고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아 국민 불안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임대차 3법이 문재인 정권 당시 도입한 제도인 만큼 6월 조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개편 논의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계획) 폐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3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공식화했다. 현실화 추진 과정에서 공시가격이 시장 거래 가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현실화 이전으로 제도를 원복하고, 실거래가 등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내놨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과세 기준에 활용되는 등 조세·복지제도의 근간이 되는 제도다. 2020년 기준 공동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였다. 문재인 정권 당시 이를 시세의 최대 9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고가 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세금 폭탄 반발이 심해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집권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삼았고, 로드맵 추진 3년 만인 2024년 3월 폐지를 선언했다. 현실화율은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5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5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정치권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가 부자 감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도 2023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는 고가 주택 감세안”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1대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폐지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정책은 일시적이나마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부동산 거래 촉진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를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은 문재인 정부 때 시행됐다.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율을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 더 내도록 한 것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징벌적 과세란 지적이 나오자 2022년 5월부터 해당 조치를 매년 유예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역시 부자 감세라고 꼬집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2월 24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 정책 등과 관련해 “가급적 손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주택자는 세금만 열심히 내면 된다”면서 “세율이 좀 높은 편이라 굳이 손대야 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정책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부동산정책 혼선은 여전한 모습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해당 방송에 출연하고 20여 일 만인 3월 12일 사실상 대선공약이라 평가받는 ‘20대 민생의제’를 발표했다. 여기에 ‘전세계약 최장 10년 보장’이라는 주거정책을 담았다가 논란이 커지자 뒷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의제일 뿐 추진 과제는 아니다”라며 “당 공식 의견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발을 뺐다. 전셋값 10년치 상승, 전세의 월세 가속화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 사안임에도 신중하지 못한 접근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윤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파면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건설 경기 악화, 공사비 증가에 따른 갈등 등으로 착공 속도가 더딘데,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기존에 추진하던 각종 개발사업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거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은 2024년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추진돼야 할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촉진법) 제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최대 용적률 추가 허용, 높이 제한 완화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 경기 활성화 계획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공택지 개발 등도 추진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급증, 수도권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며 공급 부족 심화에 따른 서민 주거안정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4월 2일(현지 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발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할지도 미지수다. 이로 인해 시장 위축과 실수요자 주택 구매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촉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서울 및 수도권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전경. 뉴스1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촉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서울 및 수도권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전경. 뉴스1

    정쟁에 빠진 사이 서민 주거 불안 가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야 모두 6월 3일로 예정된 21대 대선 준비에 나서면서 기존 정책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은 앞서 상임위별 유관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정책 공약 발굴에 나섰으나 탄핵 후 내부 정비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실질적 정책 추진 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야당 역시 앞서 ‘전세 10년 보장’ 등 부동산정책 헛발질로 시장의 신뢰보다는 불안을 키워놓은 상태다. 

    정권교체 시 지역 핵심 사업들도 공회전할 수 있다. 광주 인공지능(AI) 실증밸리, 전남 국립의대 유치,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주요 지역개발사업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정책이 정치권 대립 속에 방치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과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부동산시장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여야 정치권 대립으로 추진이 급한 부동산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전체적으로 큰 손해”라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건설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건설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여지가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집권 여당이 바뀔 경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서 상당 부분을 차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3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공공·임대·이익 환수 키워드가 추가되는 등 세부적 정책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정치권이 차기 대선 과정에서 실질적 부동산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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