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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

북한의 체제전환과 남북경협 의미에 대한 포괄적 분석

‘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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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
분단 반세기를 훨씬 넘긴 오늘, 우리 민족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됐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핵 위기의 재연으로 물거품으로 변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과 미국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타협이 쉽게 성사될 것 같지 않다. 이대로 가면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냉철한 이성과 현실적 판단이 절실하다. 선험적인 도덕적·이념적 잣대에 비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핵 위기란 작금의 상황은 왜 발생한 것인가, 이 위기를 넘어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북한경제 연구자인 박순성 동국대 교수(북한학)가 최근 펴낸 책 ‘북한 경제와 한반도 통일’(풀빛)은 바로 이런 과제를 수행하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성장전략은 체제모순의 결과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은 자력으로는 물리적 생존조차 유지할 수 없는 극심한 경제난에 빠져 있으며, 주변국의 원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세대 전의 북한경제가 사회주의권 및 제3세계의 모범사례로 찬양받은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춰보면 오늘날 북한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거의 수수께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먼저 북한의 경제이론과 정책을 검토한다. 북한의 경제이론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계획적·균형적 발전’과 ‘사회주의적 생산의 집약적 발전’을 기본노선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현실적 정책은 중공업 우선 성장노선과 경제·국방 병진 건설 노선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공업 우선 노선은 소비재 생산부문 성장의 지체를 초래하기 때문에 균형적 발전에 대한 표면적 강조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경제의 불균형 발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박교수의 진단이다. 또 중공업 우선 노선의 부정적 영향은 ‘분단체제’라는 외부적 제약에 따른 과중한 군사비 부담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

이 같은 진단은 북한의 경제실적에 대한 상세한 검토에 의해 뒷받침된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초까지는 ‘코리아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나 중공업 및 국방 건설이 본격화된 1960년대 초중반 이후 자원배분구조가 크게 왜곡되면서 성장의 정체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중반 북한은 서방국가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차관을 도입하는 등 1차 개방정책에 의해 비교적 양호한 성장실적을 달성하지만 수출정책의 실패로 외채상환 불능상태가 되면서 장기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90년대 중반 수해 등의 영향으로 더욱 극심한 경제난에 봉착하게 된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다.

이상의 분석은 이제까지의 북한경제 연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준적인 설명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북한경제의 실패는 대체로 경제정책 또는 성장전략의 실패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진단은 박교수 자신이 남북한 경제 비교에서 얻게 되는 결론과는 상치된다. 박교수에 의하면, 중공업 우선 성장, 사회적 동원체제, 국가중심적 발전전략 등은 남북한이 공통으로 채택한 성장전략이다. 이런 “유사한 경제성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경제성과가 장기적으로 차이가 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성장전략이 아니라) 경제체제의 성격이 중장기적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구조적 요인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168쪽)는 것이다.

이런 논리적 모순을 피하려면 남북한의 성장전략이 갖는 유사성이 실은 외견상의 유사성에 불과하다는 점을 좀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한의 경우 국가중심적 발전이라 해도 경제 운영의 실질적 주체는 민간기업이었고 정부의 역할은 발전 초기 단계에서의 선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비해 북한은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모두 국가기구가 갖고 있는 국가주의적 사회주의였는데, 이 두 가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고 그 경제적 결과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요컨대 북한의 성장전략이 갖는 특수성은 북한의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갖는 본질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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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석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sjkim@mail.lge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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