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치적 결합으로 EU의 위상 강화
2009년 12월1일 리스본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EU는 한층 더 통합이 심화된 정치공동체로 탈바꿈할 계기를 마련했다. 리스본조약을 통해 EU 회원국들은 국가주권의 상당 부분을 EU에 이양하는 등 체제를 개편했고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리스본조약은 EU 주요기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직과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직을 신설하는 등 국제외교무대에서 EU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회원국 간 불협화음이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유럽중앙은행과 유로그룹(Eurogroup)의 영향력 확대 등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EU의 감독·관리 권한이 강화됐다. 이는 눈앞의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던 EU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010년 EU의 통합은 심화(Deepening)와 확대(Enlargement)라는 두 축이 맞물려 돌아가며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강대국 위주로 운영되던 체제에서 EU 자체가 중심이 되는 체제로 전환되면서(통합의 심화), 유로 지역 확대나 신규회원국 가입을 통한 양적인 팽창도 시도될(통합의 확대) 전망이다. EU는 리스본체제의 정착을 위해 당분간은 ‘통합 심화’에 주력하고 이후 유로 지역 확대, 신규회원국 가입 순으로 ‘통합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EU는 ‘G3체제(미국-중국-EU)’라는 새로운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전망이다. EU의 정치적 통합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법·제도가 완비되지 못했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리더십도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고 보면, 당장 G3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불안요인이 아직 상존하고 있는 만큼 EU는 당분간 내부통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금융부문의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어 정부의 대응여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회원국과 그렇지 못한 회원국 간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3 경제정상화를 위한 출구전략의 모색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각국의 정책적 관심은 위기대응책이 낳은 부정적인 유산을 처리하고 그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점차 이행될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는 일부 기한이 만료된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종료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출구전략을 실시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9년 10월과 12월에 두 건의 유동성 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이어 2010년 2월에도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들을 예정대로 종료할 방침이다.
재정부문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재정을 건전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세계 각국에서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2012년까지 재정적자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U 회원국들 역시 재정준칙 준수를 위한 세수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출구전략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010년 상반기 동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리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겠지만, 실제 금리인상은 하반기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물가수준이 높지 않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유동성 흡수, 금리인상 등 금융부문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FRB는 2009년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초저금리(제로금리)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그간 공급한 유동성 규모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전량 회수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FRB가 다양한 유동성 회수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수단으로 매입한 장기채권을 모두 매각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2010년까지는 대부분의 국가가 2009년의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출구전략은 201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10년의 중장기 계획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고, 상대적으로 재정적자 문제에 민감한 EU도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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