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40분 만에 넘쳐버린 쓰레기통
서울시, 쓰레기 줄이려 다회용기 도입…효과 미미
규격 맞지 않는 다회용기 수거함 애물단지 전락
“27개 쓰레기통 담당 직원은 한 명뿐”
버릴 곳 없는 쓰레기, 야구장 화단·지하철역에 쌓여
“집으로 가져가도록 차라리 쓰레기 봉투 달라”는 사람도
서울시 “쓰레기 처리 공간 확충이 급선무…잠실돔구장도 신경 쓰겠다”

5월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 관중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뉴스1
4월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이모(42) 씨의 말이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치솟고 있다. 지난해 12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300만 관중이 예측된다. 그러나 뜨거운 인기의 이면에는 불편한 현실이 자리한다. 경기마다 관중이 쏟아내는 쓰레기가 각 구장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구단들이 쓰레기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장 안팎에는 어김없이 쓰레기 산이 들어선다. 그렇다고 관중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려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신동아’가 4월 23일 잠실야구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구장 내외부에 비치된 쓰레기통은 고작 27개에 불과했다. 최다 2만4000명을 수용하는 잠실야구장에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만646명의 관중이 몰렸다. 단순 계산으로, 쓰레기통 한 개가 관중 740명의 쓰레기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도 잠실야구장은 연일 2만3750석 전석이 매진되는 등 전국적으로 야구 열기가 뜨겁다.
“분리수거 하고 싶어도 쓰레기통 항상 가득 차 있어”

4월 23일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의 외야석 쓰레기통이 경기 시작 40분 만에 가득 차 있다. 박승현 인턴기자
이날은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2만3750명으로 6개의 쓰레기통 가운데 일반 쓰레기통은 가장 빠르게 차올랐다. 경기 시작 40분 만에 쓰레기로 넘치기 시작했을 정도. 관중 대부분은 분리수거를 했지만, 일반 쓰레기통이 넘치자 어쩔 수 없이 분리수거통에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늘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이모(35) 씨는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일반 쓰레기통이 항상 가득 차 있어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가 직접 현장 관계자를 찾아 쓰레기통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곧바로 개선되지 않았다. 해당 관계자는 “폐기물 담당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자리를 피했다. 요청한 지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도착했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를 묻자 직원은 “27개 쓰레기통을 담당하는 직원은 한 명뿐”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외야석 근처의 다회용기 수거함 위로 수거함 입구보다 큰 다회용기가 탑처럼 쌓여 있다. 박승현 인턴기자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잠실야구장과 서울 구로구 고척야구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다회용기는 사용 후 다회용기 수거함에 반납하면 된다. 잠실야구장에는 쓰레기통이 설치된 지점마다 다회용기 수거함이 하나씩 있었다. 하지만 이 수거함도 유명무실했다. 용량이 적어 30개 정도 다회용기를 집어넣으면 꽉 찬다. 음식물을 판매하는 매장마다 다회용기의 크기가 다른 것도 문제다. 수거함의 입구 크기보다 큰 다회용기도 많았다. 이 용기들은 수거함 위로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 근처에 산다는 관중 박모(27) 씨는 “다회용기 형태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 색상도 핑크색으로 통일해 수거 대상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관도 관중 30명당 쓰레기통 1개 두는데…”
오후 10시에 경기가 끝나자 관중은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관중이 빠져나간 자리 곳곳에는 흔적처럼 쓰레기가 남아 있었다. 관중석은 물론 통로, 인근 화단에도 쓰레기는 쉽게 발견됐다. 이날 경기를 관람한 정모(27) 씨는 “(넘치지 않은) 쓰레기통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쓰레기를 버릴 곳을 찾아 헤매다 주변 화단이나 통로 한편에 쓰레기를 놓고 가는 관중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쓰레기 문제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관중이 종합운동장역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경기장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고스란히 역사 안으로 흘러들었다. 종합운동장역에는 쓰레기통이 6개 있었다.
그러나 야구장 내부의 것보다도 크기가 작은 데다, 입구가 모두 막혀 있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대신 역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용량 쓰레기통이 하나 놓여 있었지만, 이마저 관중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가득 찼다.
종합운동장역의 미화 업무 담당자는 주·야간 3명씩으로 역사 전체를 청소한다. 역사 미화 업무 관계자는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야구 시즌만 되면 이 인력만으로는 쓰레기통 관리가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경기장에서 생긴 쓰레기는 경기장에 처리해야 하는데 죄다 역까지 쓰레기를 들고 와 버린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관중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에서는 관중 30명당 쓰레기통 하나꼴로 마련해 둔다”며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관람하는 문화가 야구장과 다르지 않은데, 그에 비하면 야구장의 쓰레기통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한 관중은 “티켓 발권 시 쓰레기 봉투를 하나씩 나눠준다면, 봉투에 담아 집까지 가져가는 관중도 많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잠실야구장 운영 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기간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야구장의 특성상 결국 쓰레기 처리 공간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공간 확보에 협조할 계획”이라며 “2027년부터는 올림픽주경기장과 추후 완공될 잠실돔구장에도 쓰레기 처리 공간 확충에 신경 쓸 것”이라 밝혔다. 잠실야구장은 시설 노후화 및 안전 문제로 2026년 시즌이 끝나면 폐쇄 후 잠실돔구장으로 증·개축된다. 그동안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는 올림픽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쓰게 된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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