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이란 내 시위 보고 정권 교체 가능성 낙관
빠르게 지도부 교체한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후 주변국 공격
흔들리는 美의 중동 영향력, “中에 중동 중재국 역할 내줘야 할지도…”
이란 전쟁으로 미국 세계 최고 국방력 증명했다는 의견도
스텔스도 감지한다는 中 레이더, 美 전자전에 속수무책
美·이스라엘 공격에도 절반 남아있는 이란 전략 자산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2월 28일 발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이란 전쟁 종전 협상의 키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약 40년(1979년 2월 이란 혁명 이후) 동안 미국의 침공에 대비해 호르무즈해협 봉쇄, 주변 중동 국가 타격 등 작전을 세워왔다”며 “이란 정권에 대한 내부 지지율이 높은 상태라 민심 이반 가능성이 낮다. 미국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중동전쟁 및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월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워리어라운지에서 열린 ‘제14회 KWO 나지포럼’에서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김낙진 전쟁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권한대행, 오성대 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예비역 준장), 금철영 KBS 보도시사본부 국제부 CP. 홍태식 객원기자
나지포럼은 ‘나라를 지키는 포럼’의 약칭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쟁기념사업회(KWO)가 개최하는 공론의 장이다.
포럼에는 박 교수를 비롯해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오성대 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예비역 준장), 금철영 KBS 보도시사본부 국제부 CP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수뇌부 제거 성공, 반정부 시위까지 벌어졌던 이란
미-이란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 일대를 폭격하며 시작됐다. 이 폭격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수뇌부가 목숨을 잃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뇌부 사망으로 전쟁이 이른 시일 내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일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종전에는) 4주, 혹은 그보다 더 짧게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양국의 종전 조건에 대한 입장차로 협상은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빠졌다. 박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뇌부만 암살하면 이란 정권이 바뀔 것이라 낙관했지만 이란은 빠르게 수뇌부를 교체하며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14회 KWO 나지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홍태식 객원기자
박 교수는 “이란 수뇌부는 여러 차례 외교, 언론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 및 주변 국가 내 미국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오판해 호르무즈해협 봉쇄까지 이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보고 현 수뇌부만 제거하면 이란에 새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간 이란에서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있었지만, 최근의 시위는 상황이 달랐다. 학생이나 반정부 운동가 외에도 이란의 경제를 지탱하는 상단이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단마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이란의 악화한 경제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이란 경제는 파탄 상태였다. 2025년 10월 이란을 대표하는 민영 은행인 ‘아엔데 은행’이 50억 달러의 손실을 버티지 못해 파산했고, 이란 정부가 이 은행을 국영은행으로 통합하고 화폐를 대량 발행해 적자를 만회하려 했다. 그러나 화폐를 갑자기 대량 발행한 탓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민생경제는 무너졌다.
박 교수는 “당시 이란 경기가 얼마나 나빴냐면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이란 몰’이 텅텅 비었을 정도”라며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니 이란 상단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선 것은 1979년 이란 혁명(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혁명)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이슬람 공화국 종식할 수 있다” 낙관
시위가 격화되자 이스라엘은 미국을 설득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월 11일(현지 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정권 교체에 적합한 시기”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이 이슬람 공화국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미국의 타격도 크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4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군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의 전쟁에 지금까지 250억 달러(약 37조 원)를 썼다”고 설명했다. 제이 허스트 국방부 회계감사관은 이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전쟁에서 쓴 250억 달러 대부분이 수만 발의 순항미사일과 지상 정밀타격 미사일 등 무기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피해도 컸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 분쟁이 한국에 미친 영향:수치로 보는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은 다양한 핵심 자원에서 호르무즈해협의 의존도가 높다”며 “코스피 지수가 43년 역사상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하고, 원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결국 이스라엘과 미국의 오판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며 피해는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보는 모양새”라며 “이란은 예비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해 놓은 상태인 데다가 이란 내 정부 지지율도 올라가 앞으로도 미국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가 ‘제14회 KWO 나지포럼’에서 이란 전쟁 후 벌어질 중동의 정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강석 교수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던 중동 국가들의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버텨내는 이란을 보며) 이란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미국이 맡고 있던 중동 분쟁의 중재국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철영 KBS 보도시사본부 국제부 CP는 ‘제14회 KWO 나지포럼’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가 이란 전쟁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금 CP는 “러시아, 이란 두 나라 모두 국제 제재를 받는 고립된 국가라 사실상 ‘고립 동맹’이라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며 러시아의 다른 동맹국인 북한도 이란 전쟁을 간접경험 하며 (국방 분야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게 될 걸로 보인다. 한국은 이란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 교수 역시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미군 주둔 등 안보를 사는 대가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으나 그 결과가 이란의 공격이었다”며 “이란부터가 중국과 러시아에 안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일 전쟁에서 이란이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를 사용해 미사일 공격에 나섰으나 대부분 이스라엘에 해킹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는 중국의 ‘베이더우(북두항법시스템)’와 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미사일 공격 적중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美, 군사력 1위 증명했으나…이란 붕괴는 사실상 어려워

‘제14회 KWO 나지포럼’의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 오성대 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예비역 준장)이 이란 전쟁을 군사적 측면에서 분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오 전 소장은 “이란은 최신형 레이더 탐지 장비를 동원해 미국의 공격을 사전에 막으려 애썼으나 수포로 돌아갔다”며 “첫 공습 직전 미국의 전자전 공격에 이란이 도입한 대부분의 레이더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도입한 최신형 레이더는 중국의 YLC-8B로 알려졌다. 2016년 처음 공개된 레이더로 중국은 이 레이더로 미국의 5세대 스텔스기 F-22나 F-35를 250㎞ 내에서 감지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 이 레이더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소장은 “(이란 전쟁 최초 전투에서) 미국의 전투기가 200대 이상 이란의 상공을 침범했지만, 이란 측 방공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전자전에 이란의 레이더는 물론 방공망까지 무력화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무인기(드론) 역량도 한층 더 발전했다. 오 전 소장은 “이란이 저가형 드론과 미사일을 쏠 때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 발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방공미사일을 쏴야 한다지만 이란 전쟁에서는 미국도 저가형 드론으로 이란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오 전 소장이 언급한 드론은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 ‘스펙터워크’의 저가형 자폭 드론 ‘LUCAS’다. 이 드론은 이란의 저가형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역설계 및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소장은 “LUCAS는 ‘스타링크’와 연동해 저가형 자폭 드론으로도 대규모 작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통신망이 없는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드론은 전파 방해에 취약한데 스타링크와 연동하면 전파 방해 지역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LUCAS는 여기에 실시간으로 LUCAS 군집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했다.
오 전 소장은 또 “같은 장비로도 미군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무기의 성능을 끌어 올렸다”며 “앞으로의 전장은 병력과 무장이 얼마나 AI, 및 통신장비와 잘 연동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드론 전을 직접 경험한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만큼 한국도 드론 및 AI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오 전 소장 역시 이란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전략자산이 대부분 파괴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의 전략자산은 대부분 지하에 숨겨져 있는데 이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인 ‘벙커버스터’의 양이 한정돼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금도 이란의 전략 자산이 절반가량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한국도 미국 외에 다양한 국가와 동맹 및 협력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캐나다 등 전통적 미국의 우방 내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모여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의 친미 국가가 공격받는데도 미국이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도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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