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겸손·소탈한 성격…공개 석상에서 위상 드러내며 사업 재편 주도”

[재계 ‘영 리더’ 탐구] ‘사원 출신’ 35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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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5-0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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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시절부터 경영 수업…2013년 사원 입사

    • 2016년 제일제당 맡아 해외시장 개척

    • 2019년 대마 밀반입으로 ‘정직’ 처분…경영 일선 떠나기도

    • NBA 팀 후원 파트너십 계약, 비비고 비건 제품 출시

    • 한식 글로벌화 위해 퀴진케이 등 사회 공헌 활동

    • 공개 석상에서 그룹 내 역할 드러내는 승계 전략 전환 분석도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이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윈호텔에 마련된 ‘CES 2026 삼성전자 단독 전시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이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윈호텔에 마련된 ‘CES 2026 삼성전자 단독 전시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근 CJ그룹의 효자 자회사는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74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50% 늘었다. 같은 기간 CJ그룹 계열사 중 최고 수익을 기록하는 CJ제일제당(이하 제일제당)은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86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줄어들었다.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제일제당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다면 그룹 관계사 중 최고 수익을 내는 회사가 바뀔 수도 있다. 

    이 ‘알짜’ 자회사의 개인 최대주주(11.04%)는 이선호(35) CJ 미래기획실장이다. 이 실장은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이자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손이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증손이다. 재계에서는 CJ가 올리브영을 통해 이 실장으로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 실장이 쥐고 있는 CJ그룹 지주사 ㈜CJ(이하 CJ) 지분은 3.2%. 하지만 올리브영을 상장해 지분을 살 재원을 마련하거나, CJ와 올리브영이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3월 26일 이 실장과 함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타운을 방문하는 등 오너 일가의 관심이 모이는 것도 승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J 측은 “올리브영과 CJ 합병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학 시절부터 경영 수업…사원으로 입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 실장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순까지 이 실장이 경영에 관여했던 제일제당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그가 주로 맡았던 해외식품사업은 지난해 매출 5억9247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국내 소비 부진, 원가 상승 부담으로 식품 사업 전반의 영업이익(5255억 원)은 15.3%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417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설탕 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50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재무 부담이 더 커졌다. 이외에도 대체당·밀가루 담합 의혹에 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신동아’의 질의에 “최근의 수익성 둔화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나 경기둔화, 제일제당의 새 먹거리였던 바이오산업의 업황 악화 등 부정적 요인 때문”이라며 “이 실장은 당시 글로벌 사업을 주로 맡아 국내시장 및 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일제당은 CJ그룹의 모태이자 1953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회사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휘청거리던 IMF 외환위기(1997~99)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한 회사로, 2024년까지는 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했다. 제일제당이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이어가던 중 지난해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윤석환 제일제당 대표는 지난 2월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면을 통해 “회사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며 “사업 모델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2023년 미국 캔자스주의 슈완스 냉동식품 공장에서 CJ제일제당의 냉동 피자가 생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2023년 미국 캔자스주의 슈완스 냉동식품 공장에서 CJ제일제당의 냉동 피자가 생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시장의 관심은 이 실장에게 쏠린다. 그가 맡은 미래기획실이 CJ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신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윤 대표가 제일제당 내부 효율화에 집중하고, 이 실장이 미래기획실을 통해 제일제당의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과연 이 실장은 제일제당이라는 ‘대마’를 살리고 CJ그룹의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1990년생인 이 실장은 이 회장과 김희재 CJ 부사장의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다섯 살 위 누나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와 같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CJ그룹 주요 계열사인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방학마다 한국에 들어와 CJ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영리더는 입사 이후 내내 CJ ENM 등 콘텐츠 사업에 집중해 왔다. 재계에서는 추후 이 실장이 식품, 이 경영리더가 문화콘텐츠 사업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리더는 2022년 CJ그룹이 신설한 임원 직급으로, 기존의 6단계 임원 직급인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를 단일화한 직급이다. 직급 개편 이유에 대해 CJ그룹은 “최고 인재의 조기 발탁과 경영자로서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대학 시절부터 경영 수업을 받은 만큼 졸업 후에는 작은 계열사라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CJ그룹 공채로 입사해 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누나인 이 경영리더가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이 실장처럼) 공채로 입사해 사원부터 경험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며 “낮은 직급부터 경험하며 회사 경영은 물론 임직원들의 생활상도 익히라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입사 5년 만인 2016년 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부문 관리팀장을 맡았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CJ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실장은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제당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이 실장이) 제일제당 입사 초기에도 오너 일가라는 티를 내지 않아 이 사실을 모르는 동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실장과 초등학교 동기생인 김모 씨의 설명도 비슷하다.

    “초등학생 때에도 이 실장은 예의 바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이 실장 집에 놀러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잔디가 깔린 마당이 나와 모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친한 친구들에게도 자신과 집안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았고 젠체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는 2018년 다시 제일제당으로 복귀해 바이오사업관리팀장으로 일하다 2019년 미국의 냉동식품 제조회사 슈완스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참여했다. 제일제당은 2019년 2월 슈완스를 약 2조 원에 인수했는데, 미국 전역에 걸친 유통망을 가진 회사다. 슈완스 인수 전까지 제일제당은 코스트코 등 일부 창고형 할인점에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슈완스 인수 후 미국 전역의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에 비비고 만두 등 제일제당의 냉동 가공식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LA레이커스 파트너십, 비건 제품 출시

    2019년 하반기부터 1년여간, 이 실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입하고 다량의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돼 유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 제일제당은 이 실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정직 처분은 해고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회사에 누를 끼쳤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 실장은 2021년 1월 제일제당으로 돌아가 업무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에는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을 맡으며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팀 LA레이커스의 파트너십을 성사시켰다. 이 계약으로 2021~26년 LA레이커스 유니폼 왼쪽 상단에 ‘비비고’ 로고가 들어가게 됐다. 한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NBA 구단 유니폼에 로고를 넣은 것. 이 계약을 통해 비비고라는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당시 NBA 최고 스타였던 르브론 제임스가 2018년부터 LA레이커스로 이적해 부진하던 팀을 이듬해 우승으로 이끌었다”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구단인 만큼 후원사 선정에 까다로운데 (후원) 계약을 따낸 것은 이례적”이라 평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 실장이 출시를 주도한 신제품군 ‘비비고 플랜테이블’이 세상 빛을 봤다. 비비고 제품을 식물성 원료로 재탄생시킨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식물성 음식만 먹는 채식주의) 제품이다. 

    비비고 플랜테이블은 출시 10개월 만에 300만 개 누적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과 호주, 싱가포르에서 첫선을 보였고 빠른 판매량 성장으로 지금은 세계 30여 국가에 수출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비비고 플랜테이블 제품은 CJ그룹의 단체 급식 사업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에 의해 CJ그룹 계열사의 단체 급식 메뉴로도 제공되고 있다. 이듬해에는 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으로 승진한다. 

    공개 석상에서 위상 드러내는 승계 전략

    경영리더 승진과 함께 이 실장은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한 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맡았다. 그간 해왔던 일의 연장선에 있어서인지 이 실장은 이번에도 성과를 냈다. 이 실장이 경영리더를 맡은 해인 2022년 제일제당의 북미 매출 규모는 약 4조356억 원. 지난해 말에는 이 매출 규모가 약 5조5800억 원을 기록했다. 제일제당 측은 “주력 상품이었던 만두는 물론 K-푸드의 유행으로 치킨·가공밥·떡볶이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경영 외에도 2023년 5월부터 한식 셰프 육성 프로젝트인 ‘퀴진 케이’를 추진하고 있다. 신진 한식 셰프를 발굴, 육성해 K-푸드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제일제당이 2021~26년 LA레이커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니폼 로고 노출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유니폼을 입은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왼쪽)와 ‘비비고’ 로고. LA레이커스 트위터

    CJ제일제당이 2021~26년 LA레이커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니폼 로고 노출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유니폼을 입은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왼쪽)와 ‘비비고’ 로고. LA레이커스 트위터

    지난해 중순 CJ로 자리를 옮겨 미래기획실을 맡은 그는 이제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등 중장기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6’에 참가해 글로벌 산업 트렌드 변화, 미래혁신기술의 산업 적용 사례 등을 살폈다. 이 실장은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박람회에 참석한 국내외 주요 기업 관계자를 만나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 실장의 공개 행보를 이례적이라 보고 있다. 제일제당에서 일할 때까지만 해도 그룹 내에서 이 실장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알려졌지만, 그가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CJ의 승계 전략이 바뀌었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는 과거에는 노출을 줄이고 실무 성과를 중심으로 후계 수업 및 승계 구도를 공고히 했지만 최근에는 이 실장을 공개 석상에서 그룹 내 역할과 위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승계 전략을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그룹과 이 실장을 잘 아는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6~7년 전까지만 해도 (식품업계에서는) 이 실장이 그룹을 잘 이끌지 못할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는 하지만 혼자 만들어낸 실적이라 보기 어려웠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도 않아 그룹 내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사회공헌사업(퀴진 케이 등)에도 적극 참여해 그룹 내에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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