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입구를 경찰 및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법정에 가면 권위적이며 정적인 느낌이 든다. 검찰청 검사실에 가면 법원보다 더 권위적인 냄새가 풍긴다. 반면 경찰서에 가면 역동적인 활기가 느껴진다. 적당히 부산하고 적당히 시끄럽다. 판사들은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고, 속 모를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찰관들은 비교적 젊고 활기차다.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경찰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형성하는 부분이 크다.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인 마석도(마동석)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형사들이 실제로 그렇게 덩치도 크고 힘이 세면서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믿는다. 형사는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경찰을 말한다. 경찰관은 형사 파트, 수사 파트로 나뉘는데 흔히 형사 파트는 밖으로 돌아다닐 때가 많고, 수사 파트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판사에 비해 역할이 능동적인 경찰은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 쉽다. 경찰과 범인의 대결 구도 자체가 손쉽게 긴장과 흥미를 조성한다.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 중 필자가 제일 재미있게 본 작품은 갱스터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다. 중국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200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는 보스턴의 갱단 단원인 콜린(맷 데이먼)이 경찰 조직에 잠입하고, 반대로 경찰인 빌리(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갱단에 잠입하는 이야기다. 이후 주인공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한 명은 경찰이지만 시민들에게 폭력을 써야 하고, 한 명은 경찰인 척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공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갱단 두목 프랭크(잭 니컬슨)는 경찰이 되려고 하는 콜린에게 갱단의 비밀 단원이 될 것을 제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나 갱단이나 총질하는 건 똑같지. 뭐가 다르냐?” 그러나 많이 다르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서 총을 쏘지만 갱단은 두목을 위해서 총을 쏜다.
경찰의 두 얼굴
지금이야 경찰을 만나면 편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어린 시절 경찰은 무서운 존재였다. 어릴 적 살던 집 맞은편에 파출소가 있었다. 그곳은 동네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었다. 정문에는 제5공화국(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의 구호 ‘정의 사회 구현’이 적힌 현판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유리문을 들여다보면 황금색 액자 안에서 비스듬히 고개를 돌린 채 웃는 것도 안 웃는 것도 아닌 표정을 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눈이 마주쳤다. 검정 쇠창살이 삐죽삐죽 솟아난 울타리 밖 게시판에는 살인, 강도 살인, 폭력 등 무시무시한 죄명이 빨간색 꼬리표로 붙은 현상 수배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 사람들도 무서운데 그런 무서운 사람들을 잡는 경찰관들은 얼마나 더 무서울까 싶었다.어느 날 그 게시판에 ‘북괴 무장 공비의 이모저모’라는 제목 아래 강원도 동해 앞바다로 침투하다가 사살돼 가마니 위에 놓인 무장 공비들의 시신 사진이 전시됐다. 나는 경찰관들이 허리춤에 찬 권총으로 그런 무장 공비까지 사살하는 줄 알고 더 큰 경외심을 가졌다.
필자 역시 어릴 적부터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셜록 홈스’ ‘뤼팽’ 같은 추리소설을 좋아해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한국에는 탐정이 없다고 해서 경찰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파출소 뜰에 세워진 두 대의 경찰 오토바이도 경찰이 되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1970년대 인기 미국 드라마 ‘기동순찰대’ 주인공들이 타고 다닌 것보다는 작았지만 짜장면 배달부가 타던 오토바이보다는 훨씬 컸다. 은색 사이드미러도 반짝반짝 윤이 났고, 굵직한 철제 머플러(소음기)가 내뱉는 배기음도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듯 우렁찼다. 나도 그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범죄자를 잡아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인공인 마석도(배우 마동석) 형사. IMDB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시장 안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 경찰 아저씨가 뒤에서 달려들어 팔뚝으로 내 목을 감싸 조른 것이다. 쫓아오다가 포기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찾아다닌 것이었다. 그는 입을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오후 3시까지 아까 그 초소 앞으로 친구들이랑 나와라. 한 명이라도 빠지거나 부모님한테 이 사실을 말하면 나중에 온 가족을 가만두지 않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우리를 꾸짖는 일장 훈계를 늘어놓은 뒤 한 명씩 따귀를 때렸다. 이어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는 늦게 돌아온 사람에게 머리를 땅에 박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는 ‘원산폭격’을 시켰다. 선착순 달리기가 끝나자 둘씩 짝을 지어서 가위바위보를 하게 했다. 그리고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뺨을 때리도록 했다. 찰싹, 찰싹, 우리는 서로의 뺨이 붉게 물들 때까지 때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당했다. 이 사건은 수영장 물속을 서서히 내려가 ‘딸깍’ 소리를 내며 바닥에 가라앉는 돌처럼, 권력 남용에 대한 혐오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선명하고도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힘으로 횡포를 부리며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면 그 경찰관을 떠올리곤 했다.
경찰보다 강했던 검찰의 무기 ‘수사권’
언젠가부터는 검사가 경찰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지방에는 방송이 되지 않아서 대학생이 돼 서울에 와서야 네 개짜리 비디오테이프로 본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강우석 검사(박상원)가 자신을 둘러싼 깡패들에게 “서울지검 강우석 검사다. 나를 건드리려면 아예 죽여놓는 게 좋을걸?”이라고 말하자 깡패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이 장면이 검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옛날에도 품위 있고 예의 바른 검사가 많았지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검사들도 꽤 있었다. 그런 무례함 내지 무도함을 검사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검사라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곤조’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내가 시보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조사받는 사람의 나이가 많든 적든 기본적으로 반말을 하는 검사가 많았다.
판사를 그만두고 방위사업청에서 원가검증팀장으로 일할 때였다. 방위사업수사부의 하 모 검사에게 전화가 와서는 “자료 분석을 위해 직원들을 며칠 써야 하니 보내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우리 직원들은 우리 팀 업무로 바빠 “검찰이 일손이 달린다고 방사청이 직원을 보내야 할 의무는 없다(우리가 일손이 부족할 때도 검찰이 인력을 보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자기가 지금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일손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한데 어쩌란 말이냐며 마치 깡패가 시장에서 돈을 빼앗듯이 언성을 높였다. 결국 검사를 화나게 해 보복성 수사를 받을까 봐 불안해하던 직원들이 스스로 가겠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다. 검사가 다른 공무원이나 수사 대상에게 얼마나 갑질을 하는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과거에 일부 검사들이 그런 오만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사권이 2021년부터 대폭 경찰로 이전됐고, 2026년부터는 아예 검찰청이 폐지된다. 수사권은 대부분 경찰로 넘어간다.
바야흐로 경찰이 수사권 휘두르는 시대
수사권을 세부적으로 쪼개 보면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직접수사개시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2021년 폐지됐다.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자연히 수사종결권도 갖게 됐다. 수사종결권은 수사를 언제까지 할지와 수사를 끝낸 뒤 검찰에 송치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흔히 수사기관의 힘이 누군가를 수사해서 처벌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죄가 있는 사람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권한도 매우 강하다. 명백히 죄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몇 가지만 수사하면 범죄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데도 그 직전에 멈추고 무혐의, 불기소 결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는 쉽지 않다. 증거를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무고한 사람을 기소해 봤자 판사가 무죄판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 있는 사람을 덮어주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수사를 적당히 하다가 종결하면 된다. 이런 권한이 기존에는 검찰에 있었지만 이제는 경찰로 간 것이다.
직접수사개시권은 누구에 대해서 수사를 할지 말지, 어느 범위에서 수사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서 실행하는 권한이다. 누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사(이를 ‘인지 수사’라 한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수사를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로지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인생이 어느 정도로 망가질지가 결정된다.
수사지휘권은 주로 검찰의 일반 형사부가 행사하고, 직접수사권은 특수부가 행사했다. 그 때문에 특수부 검사를 ‘칼잡이’라고도 불렀다. 특수부 검사가 휘두르는 직접수사권이라는 칼끝은 유력 정치인도, 대기업 총수도, 힘이 빠진 현직 대통령도 가리킬 수 있었다.
그런데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검찰의 수사 권한은 대폭 줄어들었다. 경제나 부패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접수사권을 잃었고, 뒤이은 2025년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검찰의 공소 권한은 공소청에, 수사 권한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겨졌다. 2026년 3월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검찰은 수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잃게 됐다.
검찰의 수사권은 대부분 경찰이 갖게 됐다. 바야흐로 경찰이 전면적으로 수사권을 휘두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검찰도 그동안 잘하지 못했지만,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경찰이 이렇게 큰 권한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누가 수사권을 갖든 부디 잘했으면 좋겠다. 피해자 편에 서서 나쁜 사람을 제대로 잡아주길 바란다.

●1977년 경북 경주 출생
●現 JM파트너스 대표변호사
●前 법무부 법무/송무 심의관
●前 판사





















![[지상중계]“美, 이란서 발 빼야 호르무즈해협 봉쇄 끝난다”](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fc/25/47/69fc254726f9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