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아무다리오강을 경계로 국경을 마주한다. 아무다리오강은 파미르고원과 톈산산맥이 만나는 곳에서 발원, 아알해로 들어가는 긴 강이다. 이 강의 양안을 잇는 철교의 중앙엔 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때 군대를 이동시켰던 단선 철도가 깔려 있다.
취재기자는 우즈벡군이 촬영금지구역으로 정해 놓은 강변지역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일행을 방패 삼아 강변의 곳곳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우리는 우즈벡 초병이 촬영 모습을 망원경을 통해 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이곳을 경비하던 군인들이 몰려와 비디오 카메라를 조사한 후 기자를 연행해 갔다. 다행히 필름만 압수당하고 기자는 무사히 풀려났지만, 이 사건으로 아프간 입국이 1시간 가량 지연됐다. 약을 담은 큰 짐은 차편으로 보내고 수하물은 각자 끌거나 메고 2km 가량의 다리를 도보로 건너기 시작했다.
다리의 남단엔 영어로 ‘웰컴 투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세관 앞에 이르렀을 때 반가움과 두려움이 함께 교차했다. 아프간 외무성에서 나왔다는 관리는, 영어로 “당신들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친절하게 입국절차를 설명해줬다. 우즈벡 세관의 까다로움과 비교하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아프간 관리 덕택에 긴장했던 마음도 다소 가라앉았다. 군복을 입은 관리들이 입국자의 이름과 여권번호를 기재하는 것만으로 입국 통관절차가 끝났다.
마침내 아프간 최북단 국경도시 아이랏돈에 들어온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대기중인 차에 짐을 옮겨 싣고 우즈벡에서 사온 물과 빵, 삶은 계란으로 점심을 때운 뒤 아프가니스탄의 3대도시로 알려진 마자르이샤리프로 향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북쪽 지방의 풍경은 조금 전에 지나온 우즈벡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아름다운 ‘봄 초원’은 온데간데 없고 황량한 사막과 지평선이 눈에 들어오는 것의 전부다. 이날엔 사납기로 유명한 사막의 모래바람까지 거세게 불어와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이곳에서 우리를 맞으러 나온 홍성집 목사(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 파송된 재미교포 목사로 IACD의 책임자다)와 고세중씨가 운전하는 두 대의 차에 나눠 타고 마자르이샤리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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