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호

한·중 관계 회복으로 북한 비핵화? 과도한 낙관!

[Special Report | 이재명 시대, 한국의 길] ‘이재명식 실용 외교’ 국민 공감 이끌어내야 가능

  • 주재우 경희대 교수 jwc@khu.ac.kr

    입력2025-06-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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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러 통해 北 설득해 비핵화 노리고 있으나

    • 2023년부터 공고해진 북·중·러 협력 관계

    • 북·러동맹 회복에 中 소외됐다는 것은 착각

    • 北, 러시아는 경제제재로 美와 나쁜 관계

    • 미·중 패권 경쟁 장기화하며 북·중·러 더 가까워져

    • 북·중·러 3국은 모두 미국과 관계 회복 불필요

    • 반중 감정 높은 한국 국민도 실용 외교 원치 않아

    6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대통령실

    6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정부는 외교 분야에서 ‘실용 외교’ 표방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국익 우선 원칙과 실용적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외교를 공약했다. 주변 4국(미·일·중·러)과의 관계도 실용에 기반할 것이고, 이들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며 외교·통상의 다변화를 모색해 외교 영역을 다변화한다는 전략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대북 관계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기반 위에서 남북 간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포부를 밝혔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도 1기 때와 같이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적 인센티브 카드로 북한과 대화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며,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방위적 무력 충돌 억제 능력 확보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남북 관계의 복원 및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 핵 위협의 단계적 감축 및 비핵화·평화 체제를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또한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역설했다. 

    문제는 지금 북·중·러 3국 관계에 그럴 틈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중 관계가 악화 일로에 접어든 이상, 북·중·러는 한미동맹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펼칠 우리 정부를 우호적인 눈으로 보질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실용 외교의 개념이 국민의 의사에 역행할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실용 외교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반영하고, 범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개진이 가능하다. 국민의 의사와 역행하는 외교는 실용적일 수 없다.

    한국에 “미국 배제하라”는 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관계가 격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반년 가까운 권력 공백 기간에 우리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오는 오락가락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에 우리 국민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 정부의 출범을 더욱 반기는 정서가 만연하다. 더군다나 계엄 세력의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용 외교를 추진하겠다니 국민 대다수가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취임 직후인 6월 6일에 미국 대통령, 9일 일본 총리, 그리고 10일 중국의 국가주석과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한 모습은 국민에게 위안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는 북·러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예정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러 군사협력에 단호히 반대하고 한러 관계 악화 방지 및 우리 기업의 권익 보호 입장을 공약집에 표명함으로써 국민은 이해하는 모양새다. 6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최전방에서 가동 중이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도 이튿날 대남 방송을 중단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6월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통화에서 그는 올해 9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어 경주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긴밀한 의견 교환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이 서로에게 가진 반감 정서를 개선해 협력에 자양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도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 “중요성이 더욱 증대하는 한일 관계” 등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의 외교 기조를 부연한 대목이다. 그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의 기조에 부합한 언사였다.

    이에 시 주석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격상, 교류 강화를 통한 이익 제고와 신뢰 증진 등의 바람을 전했다. 특히 양국이 양자 협력과 다자간 조율을 강화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 수호하길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더 나아가 그는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고 큰 방향에서 양국 관계를 올바른 궤도에 올리기 위한 노력도 당부했다. 

    중국 측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수호, 그리고 핵심 이익의 존중을 주문한 점에 우리 언론은 주목했다. 그러나 이 점들을 우리의 실용 외교의 기회로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국의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는 우리의 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유무역은 상호 시장개방을 전제하나 자국의 높은 비관세장벽 조치들을 묵인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을 용인하는 데 방점이 있다. 다자주의는 철저하게 미국과 우방을 배제한 가운데 주변 국가나 제3세계 국가 중심으로 이뤄진다. 핵심 이익에 대한 존중 요청은 우리의 것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것을 일방적으로 존중해 달라는 주문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이 대통령의 당선 소식만 보도했을 뿐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북한은 2023년 12월 30일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지정한 터라 유화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북한의 두 국가론은 장기적인 전략 포석을 가진 대남 공작의 도구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취득할 수 있는 이득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여당 및 지지자들이 오랫동안 시도됐으나 실패했던 국가보안법의 폐기를 재점화할 수 있는 정치적 근거를 제공한다. 북한이 국가로 인정된 순간 북한을 ‘반국가단체 세력’으로 정의한 국가보안법 존재의 정당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의 개헌 논란마저 불러올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북한까지 포함한 사실을 재정의하자는 요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관계 회복 나섰던 북·러

     문제는 이런 오해가 3국 관계의 본질과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 있다. 북·중·러 3국 관계는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다. 냉전 시기의 북·중·소련 관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북·러 간의 동맹관계의 복원은 중국이 인지하는 가운데 이뤄질 수밖에 없다. 

    북·러 관계 회복은 몇 년 전부터 그 정지 작업이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실패에 대한 보장성 보험과 같은 발언을 한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나선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조선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로 포장됐던 이 발언은 북·미 회담이 결실 없이 종결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2023년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정책 기조를 재조율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두고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두고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당시 북한이 제기한 ‘새로운 길’의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지만 문맥상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당시 정황에 대입해 풀이할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은 ‘벼랑끝 외교’ 전술이나 군사적 도발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않았다. 대신 이의 진정한 의미를 ‘새로운 길’을 언급한 이후 그다음 단락에서 유추할 수 있다.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주·평화·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회주의 나라는 중국이고, 북한에 우호적인 나라는 러시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2023년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2023년 3월 모스크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2017년부터 견지한 ‘쌍중단(한미연합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사라졌다. 이듬해 5월에 베이징에서 발표된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체제와 평화 체제 구축 프로세스의 동시 시행)’을 폐기했다. 대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당사국인 미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미국과 관계 개선 포기한 북·중·러 3국

    중·러 양국은 이때부터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1차 북핵 위기(1993~1994) 때 주장한 이들의 ‘당사국 원칙’을 재소환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군사 분야에서 북한과의 대립을 조장하고 무력 충돌을 유발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대한다. (중·러) 양측은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며, 위협·제재·압박 수단을 버리고 북한 및 관련 국가들이 상호 존중과 상호 안보 우려를 고려하는 원칙에 따라 협상 과정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책임이 있으니 미국이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의미다. 대북제재의 폐기도 주문했다.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함으로써 중·러 양국은 북핵 문제에서 한발 빼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 변화를 예고했다.

    이런 인식의 공유가 일찍이 이뤄진 정황이 현실 정치에서 포착됐다. 지난해 3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 투표가 중국이 기권하고,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중국은 2023년부터 북한에 대한 ‘특수한 위치’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라는 미국의 주문을 줄곧 받아온 상황에서 기권표로 최소한의 입장을 표명했다. 자국의 입장을 공식화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5월 8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5월 8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AP뉴시스

    같은 해 5월 중·러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특이점이 발견됐다. 이는 대북제재에 대한 반박 입장을 대러제재의 불만 연장선상에서 동일시한 점이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 및 서구의 제재 문제와 관련해 중·러 양국은 “‘신식민주의와 패권주의’의 일환”이라며 비판했다. 대북제재에 관해서는 “정치 외교적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가 중·러의 건설적인 공동 제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즉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취한 제재 조치 대신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중·러 3국 간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진 배경에는 국제정치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3각 관계의 기본 논리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이고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북한뿐 아니라 ‘친구’인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굳이 개선하려들 가능성이 낮다. 이는 남북 관계와 한·중 관계에도 똑같은 영향을 미친다. 시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격상’하자는 의도를 이 대목에서 읽을 수 있다. 우리를 껴안고 미국과 거리를 두게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감언이설이다. 우리 국민은 이에 현혹되지 않는 인식을 2007년부터 일관되게 보였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매년 주변국 관계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해왔다. 중국에 대한 친밀감은 두 해(2007, 2014)만을 제외하고 줄곧 10%를 넘지 못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이 한국을 지원할 것으로 보는 국민은 5%를 넘은 적이 없다. 한·중 관계가 좋았던 2014~2016년을 제외하곤 말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과 양자 관계에서도 남북, 한미, 한·중 간의 협력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중 관계의 중요도는 7%를 넘은 적이 없다. 2016년 이후 매년 응답자의 70% 이상은 중국을 경쟁 대상, 경계 대상 또는 적대 대상으로 인식한다. 

    실용 외교보다 먼저 국민 의사 수렴해야

    이처럼 중국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상당히 저조하다. 실용 외교의 첫 번째 도전 과제가 대두되는 대목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설득력을 가져야 실용 외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 정당과 정치인은 실용 외교가 그네들만의 초당적 합의에서 이루어지면 추진 가능하다고 믿었다.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역행하는 처사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조용한 외교’ ‘저자세 외교’ ‘눈치 보기 외교’, 심지어 ‘굴욕 외교’였다. 이런 국민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 외교의 전개는 국민의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 따라서 실용 외교에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 확보는 필연적이다.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면 대외적 레버리지 또한 강화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국민의 확고한 지지가 외교에서 최고의 무기가 되는 이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6월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6월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노동신문

    북·중·러 3국의 동행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세 나라 최고지도자가 우리 대통령의 임기를 초월해 장기간 군림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중 경쟁 시대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한미동맹을 기반으로하는 실용 외교는 자칫 어불성설로 들릴 수 있다. 공고한 북·중·러 3각 관계와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정책 기조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

    우선 북·미 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선뜻 나설 이유가 없다. 북한은 얻어낼 것이 없다. 미국에서 취할 이득을 지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7차 핵실험이나 북·미 대화, 남북대화에 관심이 없는 이유다. 남북경협이 더는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실용 외교를 빙자해 열리지 않는 문을 먼저 열려고 먼저 진을 뺄 필요가 없다. 

    대신 새 정부는 실용 외교의 기초를 다지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외교를 잘해야 잘살 수 있다는 말을 현실화하는 정지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실용 외교의 기초를 닦아놓지 못했다. 국민의 초당적 합의로 미래 국가상이나 국가적 목표마저 설정하지 못했다. 이런 지향점 없이 우리 외교의 마지노선, 즉 우리의 대응과 반응을 요구하는 우리만의 외교의 규칙을 수립한 적도 없다. 

    중국이나 북한이 우리 영토주권을 위협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이유다. 원칙의 공백을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칙이 없으면 정책도 세울 수 없다. 정책이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전략은 정책 관철을 추진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이다. 이런 국가의 대전략을 세우는 것이 이번 정부의 몫이고, 이런 작업 없이 추진하는 실용 외교의 결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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