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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형 소신파 박종웅 vs 햄릿형 소신파 유시민

돈키호테형 소신파 박종웅 vs 햄릿형 소신파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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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웅 한나라당 의원과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소신(所信)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박종웅의원은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소신이 남다르며 유시민씨는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남다르다.

소신이란 말 그대로 ‘자기가’ 확실하다고 굳게 믿는 바다. 지극히 주관적인 말이다. 옳고 그르고의 개념을 함부로 적용하기 어렵다. 유시민씨의 소신에 별 한 개짜리 평가를 한 사람이 박종웅의원의 소신에는 별 다섯개 만점을 줄 수도 있고, 박종웅의원의 소신에는 별점을 하나밖에 주지 않은 사람이 유시민씨의 소신에는 네개의 별점을 줄 수도 있다.

별점매기기의 단순성을 감안해도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편차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흔쾌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명화가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만점을 줄 수 있는 ‘소신’이란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 개인의 소신이 보편타당성을 획득할 때 그렇다. 상식에 근거하지 못하거나 대중의 공동감각과 지나치게 유리된 믿음은 독선이나 망상으로 발전한다. 종말론에 심취한 사람의 믿음이 아무리 확고해도 ‘현실 검증력(Reality Testing)’을 갖지 못하면 종교망상으로 취급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들의 생각은 당대에는 마녀사냥의 대상이었지만 후대에는 정당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던 예수도 당시의 로마인들에겐 지금의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로밖엔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의 소신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일은 참 어렵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있다. 그들은 일제시대에는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한 몇 안 되는 종교집단 중 하나로 의롭게 인식되었지만, 군사정권시절에는 이적행위 의혹까지 받았다. 똑같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징병을 거부했을 뿐데도 시대상황에 따라 독립투사가 되기도 하고, 범죄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소신이란 것이 부질없다는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자기가 믿는 바’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일은 때론 소름이 끼칠 만큼 아름답고 숭고하다.

문제는 ‘자기가 믿는 바’에 대한 지나친 자기몰입이다. 무리한 자기몰입은 끓는 물을 보고서 ‘저 물이 끓는 것은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기 때문’이라는 식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한다. 물이 끓는 것은 섭씨100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꼴통을 자처하는 정치인

필자는 박종웅의원과 유시민씨의 소신을 ‘돈키호테형 소신’과 ‘햄릿형 소신’이라 별칭해본다.

‘돈키호테형 소신’이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최면을 걸듯 자기강화를 공고히 하는 믿음이다. 저돌적이고 전투적이며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이다. 반면 ‘햄릿형 소신’이란 공동의 선을 위한 것이라는 소신이 있어도 혹시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닌지 늘 따져보는 ‘의심(?)’을 동반한 믿음이다. 부드럽고 철학적이며 무엇보다 신중하다.

두 유형의 소신 중 어느 것이 더 우등하고 열등하다는 식의 물리적 비교는 잠깐 보류하고, 그 사람들의 소신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에서 생각해보자. 먼저 박종웅의원에 대해서 살펴보자.

“흔히들 그를 일컬어 ‘또라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박종웅을 인터뷰한 한 시사주간지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왜 ‘꼴통’을 자처하는 것일까.”

이건 비슷한 시기에 또다른 잡지에 실린 그에 관한 기사의 일부다.

박종웅은 현재 3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그런 사람에게 권위있는 시사주간지들이 ‘또라이’니 ‘꼴통’이니 하는 표현을 쓰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런 표현은 일반사람에게도 대단한 결례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박종웅 같은 중견 정치인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그런 기사를 쓰는 쪽이나 거론된 당사자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덤덤하다.

박종웅은 자신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틀림없이 대학도 안 나왔을 거라고 손가락질한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물론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수재다.

그가 사람들에게서 ‘또라이’나 ‘꼴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순전히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98년 9월 김영삼 전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도동으로 초청하는 ‘만찬정치’를 시작한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박종웅은 ‘상도동 대변인’이라는 비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해왔다. 지금은 ‘대변인’격이라는 공식명칭(?)으로 통일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 언론에서도 “YS의 ‘입’” “YS의 ‘대변인’처럼 활동하고 있는” “YS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YS의 비서출신” 등 표현이 제각각이었다.

박종웅은 이제 동전의 양면처럼 YS와 분리해서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대중의 인식도 그렇지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김영삼 전대통령’이며, 그의 취미는 ‘등산과 조깅’이다. 우선 명쾌하게 답을 내면서 설명하는 어법마저 YS와 흡사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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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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