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일도·김연수 목사 부부, 마가스님, 권도갑·양경희 교무 부부.
이러한 통계는 우리 국민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부지런히 일해 압축성장으로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개인과 가정은 해체되고 술이나 담배나 인터넷, 외모에서 위로를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마음을 달래려 수련 프로그램을 찾는 이가 늘어나지만 특이한 체험만을 강조하거나 폐쇄적인 단체들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수도자나 성직자를 중심으로 수행을 하던 각 종교에도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을 개척한 사람들이 있다. 권도갑(60) 원불교 교무, 충남 천안 만일사 주지 마가(50) 스님,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53) 목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을 만나 영성수련과 마음공부의 프로그램을 체험해보았다.
▶▷ 권도갑 원불교 교무 - 출가 후 재회한 아버지를 통해 깨친 마음공부

권도갑 교무.
행복가족캠프 프로그램은 부모와의 만남, 배우자와의 만남, 감정의 주인 되기, 나와의 만남 등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며 프로그램 사이에 노래와 가벼운 율동을 섞어 마치 레크리에이션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프로그램 진행 중에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첫 화두는 ‘나를 가장 괴롭힌 사람이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왜 그럴까’다. 이 화두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가장 괴롭힌 것은 부모나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든 생각임을 깨닫게 한다.
1월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하이원빌리지 지하 2층 강의실에서는 행복가족캠프에 참가한 40여 명이 노트를 펴놓고 왼쪽에는 ‘부모님의 문제점’을 쓰고 오른쪽에는 ‘나의 문제점’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상당수가 부모의 문제점은 쉽게 쓰지만 그 문제점이 바로 자신의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조별 대화 시간이 되자 돌아가면서 부모에 대한 아픈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매 맞은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