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 30만 vs 구인난 30만, 근로가능빈민 30만 vs 조선족 30만 매칭시킬 것”
- 연간 근로시간 10% 이상 줄여야 선진국 수준
- ‘일벌레는 오명’인식 확산시키겠다
- 1급 실장 6명 일괄사표… 박재완식 인사개혁 가동
- 모닝에서 아반떼 하이브리드로 업그레이드
● 1955년 경남 마산 生<br>● 부산고<br>● 서울대 경제학과<br>●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ㆍ박사<br>● 행정고시 23회<br>●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br>● 경실련 정책위원장<br>●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br>●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ㆍ대표 비서실장<br>● 이명박 정부 초대 정무수석ㆍ국정기획수석
길거리에는 아직도 홈리스가 넘쳐나고, 청년실업자는 30만명에 육박하며, 얼마 전까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조는 벼랑 끝 농성을 25일이나 했고, 번듯한 정규직 사원들도 만성적으로 과로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게 대한민국 현주소다. 만족스러운 주 5일 근무를 하고,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과 함께 여행 떠날 준비에 마음이 들뜬 외국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 수는 없을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며,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희망적인 사회는 기대 난망일까.
장관 한 명이 바뀐다고 새 세상이 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기대를 적었다가 지면 낭비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박재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을 맡으며 한국 사회의 방향을 조율해왔던 이다. 이제 국민의 일자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로 옮겼으니 그에 맞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12월10일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사무실로 박 장관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래서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 전도사’
박재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여러 가지다. ‘일자리 창출 전도사’‘청와대 순장 3인방’, 선생님(일부 고용부 직원들의 호칭), 교수님(실제 성균관대 교수 출신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광팬…. ‘일중독자’라는 표현은 그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밤늦게까지 일하다 임시 숙소나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잠자곤 해 붙은 별명이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세종시 수정안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났다가 불과 한 달 만에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다시 대통령 곁에 섰다. 흥미롭게도 이번엔 상대적으로 그의 전문 분야(경제학, 행정 정책, 조세, 복지)가 아닌 쪽을 맡았다. 그럼에도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집중해 상황 악화를 막았고,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며, 2020년까지의 국가고용전략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의 서울사무소에서 만나자마자 박 장관은 먼저 고용노동부 일의 복잡함을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일이 정말 복잡해요. 그러니 공인노무사 같은 분들이 필요하지요. 고용이나 노동과 관련된 용어들도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사람을 부린다는 뜻의 사용자(使用者)라는 이름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LG 같은 회사에선 노사가 아니라 노경(노동자와 경영자) 관계라고 합니다.”
용어의 복잡함에 대한 얘기를 듣자 기자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실업률이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실업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 11월 한국의 실업률은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8.7%, 미국은 9.8%였다. 일할 능력과 취업할 의사가 있는 사람 가운데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눠서 구한다. 능력이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은 여기서 빠지기 때문에 이 수치가 실업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우리나라에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구직 포기자나 주부 학생 군인 등을 실업률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 실업률 계산도 현실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실업률 계산은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따른 거니까, 문제는 없어요. 선진국도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산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용률에 있습니다. 이것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실제 취업한 이의 수치를 말한다. 실업률보다 더 체감하기 쉬운 수치다. 2010년 10월 한국의 고용률은 59.4%, 선진국 평균 70%보다 10% 정도 낮다. 실업률은 낮은데 왜 고용률은 올라가지 않는 걸까. 이것은 일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OECD 회원국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11월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563만2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의 38.6%, OECD 회원국 평균은 30%대였다. 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박 장관의 2011년 큰 그림에 들어 있다.
일 통한 공정사회 만들기
2010년 10월25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맨 오른쪽) 등 노사정 대표자들이 청와대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예컨대 빈곤층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그 첫 테마다.
“복지제도가 잘돼 있는 선진국을 보면 일하지 않고 그 혜택만 받으려는 이가 많아서 사회적 문제가 돼왔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법정급여말고도 전기요금 할인, 자녀학자금, 휴대전화요금 할인 등 많게는 32개 급여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모두 합하면 월 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에서도 초과근로 포함해서 월 150만원 받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일하는 것보다 복지혜택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고 있는 이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는 이가 30만명 정도 됩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온 그의 셈법이 독특하다. 예컨대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보다는 근무환경이 나은 곳에 취업해 있는 동포 방문취업자만 해도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를 줄일 경우 기초수급자들의 일자리 수요 일부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청년실업자 30만명과 만성적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일자리 수요 30만개를 치환할 경우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8년 대외 경제위기로 인해 갑자기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나고 있는 일자리 30만개가 있다. 박 장관은 “이 ‘마(魔)의 30만’ 5개 수치가 서로 잘 어울리게 연결하는 일을 고용노동부의 향후 핵심 정책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간 단순 치환이 아니라 각각의 수요와 공급 등 복잡한 함수를 생각한 ‘매칭(matching·어울리게 연결)’업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전을 수주하거나,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기본적 일거리가 늘어나야 고용률이 높아집니다. 이 분야 업무는 경제부처가 해야 할 일이고요. 고용부는 서로 엇박자가 나 있는 일과 인력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컨대 빈 일자리를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채우게 되면 정부 재정도 줄일 수 있고, 빈곤층도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용부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선별한 다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립지원 상담사’ 48명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또 지방고용센터에 취업전담팀을 두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맞춤형 훈련과 수급자 자녀에 대한 무료 직업훈련도 펼 계획이다. 자활대상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그 자녀들을 인턴이나 직업 중심 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 등에서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취업할 경우 교육·의료·주거 급여도 연장해줄 계획이다. 또 영세사업자가 실업급여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하고 택배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등 특수형태의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과로에 지친 사회
고용노동부의 새해 두 번째 테마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 이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근로자 대부분이 직면한 장시간 근로와 이로 인한 피로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해요. 상습적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요. ‘월화수목, 금금금’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 투입량이 많으니 노동생산성이 떨어져요. 따로 여유가 없으니 근로시간 중에 은행에도 가고, 집안일도 합니다. 늘 피곤에 절어 있다 보니 산업재해가 많아요.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6배나 더 큰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노사갈등으로 인한 손실보다 16배나 더 큽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가족 가치가 훼손됐어요.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학교에선 교육열이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자기계발은 현실과는 먼 꿈입니다. 일자리가 적으니 서로 나눌 필요가 있지만, 여기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소수 정예가 과로에 지친 사회입니다.”
2009년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한국은 25.1달러다. 룩셈부르크 74달러, 미국 57.4달러, 영국 47.6달러에 비하면 크게 뒤진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선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게 박 장관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2000시간이 넘어요.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2300시간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독일은 1300시간이고 선진국 평균은 1700시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10%만 줄여서 우리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끌어내린다면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어요. 근로시간 정상화는 1석6조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고용률 제고, 생산성 증가, 산재 감소, 직업능력개발 투자 확대, 가족가치 복원, 삶의 질 향상….”
박 장관은 기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이끌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것이 얼마나 실현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정 차장이 하고 있는 기자 업무를 다른 사람이 교대해서 대신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연구개발직도 그럴 겁니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많은 부문, 심지어 일반적인 제조업에서는 교대제, 요일제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감을 더 만들어내지 않아도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률을 높일 수 있어요.”
‘틀을 깨겠다’
▼ 이제까지 그런 해법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근로자들이 초과근로를 할 경우 급여를 더 받을 수 있으니 일을 더해서 소득을 올리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젊은이들은 생각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 근로자 대부분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쉽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업주도 인원을 늘릴 경우 노무관리 등 인건비에 주름살이 생긴다고 여깁니다. 당연히 소수 정예를 더 원해요.”
▼ 그런 틀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근로시간 단축이 일견 쾌도난마식 해법으로 보이지만, 사회 전체에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소득 감소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요.
“틀을 깨는 게 결국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하겠습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교대제 도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거든요. 당장 인건비는 더 들어가지만 매출과 수익이 늘고 생산성이 향상된 기업들이 있습니다. 근로자들도 소득이 줄기는 하지만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심신의 건강도 향상됐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어요. 초과근로니 일벌레니 하는 말들이 이젠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오명이 될 수 있어요. 제도도 바꾸고 캠페인도 벌이려 합니다.
기업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대제 도입 등 근로시간을 줄여서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근무하는 일자리를 얻어야 제대로 된 취직이라 여기는 관념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여성들의 경우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 몇 시간만 일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도 많습니다. 기업으로선 관록 있는 50대 중·후반 사람들을 정년퇴직이라고 무조건 내보내기 아까울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줄이고 경쟁력 향상
박재완 장관이 2010년 12월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90%가 넘습니다. 무역을 하지 않고 북한처럼 고립된 자주경제를 외치는 것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개발 등도 중요하지만 인력운용에서도 효율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글로벌 경쟁력에 비춰보면 일감이 없을 때는 사람을 좀 줄여야 하고, 많을 때는 늘려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지요. 대기업이나 공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곳은 정규직이 과보호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한 기업의 부담은 다시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 등 중소기업으로, 또 비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란 말도 파트너십을 확립해서 함께 발전해가자는 취지 아닙니까. 전향적인 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 등의 거대 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는 법·제도적 문제라기보다는 대기업 노사 양측이 서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행태와 관행 탓에 심화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고용·임금체계·근로시간제도의 경직성이 문제입니다. 대기업 거대 노조는 자기 이익을 위해 기업의 책임 이행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노사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과도한 근로조건 보호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체제가 노사대결 구도에 입각해 있었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체제는 노동력의 외주화와 불안한 노사타협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근로의 유연·안정화와 함께 노사책임 구도로 바뀌어야 합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의 근무제도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인력관리 노하우를 지원하는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청회사(대기업) 근로자는 과도한 근로조건 보호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원청회사는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회사발전을 위한 투자로 생각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대기업의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공정한 하도급 관계가 정립돼 대·중·소기업의 상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새해 주 40시간제 도입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교대조를 확대해서 성공한 사례로 대명화학을 꼽았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하루 12시간 2조 2교대로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직원들에게 피로가 쌓여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교대조를 늘리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 근로자는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 저하를, 경영자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했다. 그러나 2004년 10월 3조 2교대제를 도입한 뒤 1년 동안 매출액과 직원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전해 120억원이던 매출이 그해 183억원으로 52.5%가 늘었고, 58명이던 직원이 94명으로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도 10.5%에서 9.9%로 하락했다. 주당 근로시간은 72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었고, 1인당 연간 교육시간이 연간 7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늘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대신 회사는 급여보전수당을 지급해 기존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드문 사례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건 분명하다.
고용부는 새해 7월1일부터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차휴가를 활성화하고, 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로가 가능한 업종(운수업, 통신업 등 12개)인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할 예정이다. 또 근로시간저축휴가제(초과근로 시간을 모아 휴가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 탄력적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도 도입하게 된다. 일터의 학습조직이나 체계적 현장훈련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대학의 주말·야간과정, 시간제 등록도 확대된다.
▼ 시간제 근무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명확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지 않을까요.
“시간제 일자리는 대체로 상용직보다 급여기준이 낮습니다.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부가적 급여에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그래서 새해에 시간제근로자 고용촉진법을 만들어 시간 비례의 원칙, 차별금지의 원칙 등을 정할 예정입니다. 시간제 일자리도 4대 보험을 인정받고,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장기간 일할 수 있다는 보장만 생기면 부정적 인식이 바뀔 거예요. 고용을 보장받고 임금과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일자리를 뜻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겁니다.
더욱이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늘리면 고용률이 크게 올라갈 거예요. 선진국 수준인 70%대로 올리려면 2020년까지 매년 2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부처가 외국투자 유치, 신규 일감 창출 등으로 일감을 늘려가고 고용부는 시간제, 교대제 확대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와 마(魔)의 30만 숫자를 조정한다면 이것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독일 네덜란드의 고용률을 따져보면 반일제 일자리도 취업자수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예컨대 반일제 2명을 전일제 1명과 같이 취급하는 ‘FTE(Full-time equivalent·정규직 등가)’ 방식을 사용합니다. 우리도 시간제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이고 그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고용률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해 고용정책의 방향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로 정했습니다.”
▼ 고용률 높이자고 계산법을 바꾸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아닌지요.
“눈가림이 아닙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세끼 중에 저녁만 과식해서 지금 성인병 6가지(고용률 하락, 생산성 감소, 산재 증가, 직업능력 미개발, 가족가치 소홀, 삶의 질 하락)에 걸려 있으므로 이걸 고치기 위해 저녁을 좀 적게 먹고 아침도 먹는 식으로 균형을 잡자는 겁니다.”
청년실업 대책의 어려움
▼ 청년실업이 여전한 숙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청년 친화적 일자리라고 제시한 사회적 기업가 육성, 소방·치안분야 공무원 증원, 인턴 후 취업 등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이 관심을 가질까요.
“인구통계학상 2014년까지는 청년 구직자가 퇴직자 숫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동안은 일자리 자체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이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퇴직하기 때문에 상황이 역전됩니다. 그래서 2014년까지는 청년실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후에는 퇴직자들이 점진적으로 은퇴하도록 붙잡아두는 정책을 펴야 하고요. ‘청년 내 일 만들기’ 대책은 이런 맥락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거지요. 현 시점에서 청년층에게 분야별로 7만1000개의 구체적인 일자리 규모와 일정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하는 겁니다. 곧 구체적인 공모 날짜가 발표될 겁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청년들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하는 그룹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박재완 장관이 2010년 12월14일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두 번째 대책은 눈높이 차이 등을 완화하기 위한 청년 인턴 프로그램입니다. 예컨대 대기업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알짜배기 중소기업에선 더 크고 넓게 직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우리 부에선 고용정보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고요. 전국의 유명 공단 가운데 환경이 좋지 않은 곳 5군데를 우선적으로 신세대에 맞는 곳으로 리노베이션하려고 합니다. 배움터와 쉼터도 갖춘 첨단 환경으로 바꾸려 합니다.”
▼ 공정사회라는 국가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우선 일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많은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겠지요. 일감을 만들고, 어긋나 있는 수요공급을 맞춰주는 역할 외에도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지킬 수 있도록 공정일터 만들기에 노력하겠습니다. 임금체불이 매년 1조원 이상 발생합니다. 1000여 명의 근로감독관으로 이를 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서면근로계약, 최저임금 준수, 임금체불 예방 등 3대 고용질서를 강화하는 방안을 2020 국가고용전략에 포함시켰습니다. 2012년 1월1일부터는 서면근로계약 체결과 교부가 의무화됩니다. 상습 체불 사업주는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새해에 주 40시간 근로, 실업 등에 대한 ILO 협약 5개도 추가로 비준할 예정입니다.”
▼ 새해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단결권이 제한 없이 허용됩니다. 이는 ILO 등의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서 노동후진국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다만 제도가 처음 시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혼란은 예상됩니다. 노조 설립은 지금보다 10%가량 증가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초기에 일부 과열될 수 있지만 차츰 안정되도록 힘쓰겠습니다.”
▼ 지난 국정감사에서 “직을 걸고 산재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실천방안은 무엇인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선설을 믿는 문화적 원류가 있어선지 지나치게 낙관적입니다. 그 정도면 무너지겠어? 작업장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인데도 ‘군대 갔다 온 친구가 그것도 못해’ 하며 밀어붙입니다. 그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많이 나요. 우리나라 산재율(산재보험 가입자 가운데 재해를 입어 급여를 지급한 비율)은 평균 0.7%입니다. 선진국은 0.5% 수준인데요. 2010년 3월 제3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계획을 이미 발표했습니다만, 미진한 부분이 있어 수정·보완한 5개년계획 플러스를 곧 발표합니다. 새해엔 단기 성과보다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추진하려 합니다. 산업별 맞춤 예방대책을 세우고, 중소기업이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 기반을 구축하도록 지원할 겁니다. 또 새로운 직업병의 유발요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산업안전 보건의식을 높이기 위해 우수사례를 알리는 등 안심일터를 만들 예정입니다. 산업안전을 위한 제도는 완성돼 있는데 사업주들이 까다로운 기준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서 예방을 위한 투자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합니다.”
박재완식 인사개혁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전문가가 아니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 장관은 4개월 만에 이처럼 현안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고용노동부 업무 자체에 대한 개혁 외에 그는 요즘 조직 내부도 바꾸고 있다. 그는 그동안 온정적이고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로 퇴출 우려가 없어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공직사회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인사개혁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직무능력이나 리더십이 부족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장교육 등을 운영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퇴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연말 평가위원회에선 대상자 44명 가운데 13명을 ‘보직 부여 불가’로 분류했다.
▼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무능 공무원 13명을 퇴출시키기로 했고, 인사혁신을 위해 원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잡호스팅(4~5급 대상), 파격승진 정례화, 사무관 승진 역량평가 등을 도입키로 했습니다. 내부 반응은 어떠한지요 (박 장관은 인터뷰 뒤인 14일 고용부의 1급 실장 6명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했다. 정기 인사를 앞둔 조치라고는 해도 고용부의 긴장감은 부쩍 높아졌다).
“직원 퇴출 등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직원 대표들과 간담회도 했는데, 이것을 정례화할 경우 직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이 직무수행 자세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긴장감을 높이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은 예상됐던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다른 기업에 공정한 인사운영, 노무관리의 유연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읍참마속 정도의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했습니다.”
▼ 또 다른 ‘박재완식 개혁’이 예정돼 있는지요.
“새해 화두가 ‘장시간 근로 줄이기’니까 그와 관련해서 우리도 모범을 보이려 합니다. 현재 직제의 기준은 인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 기준에 시간기준을 더할 생각입니다. 장관을 시간제로 바꿔서 두 명이 교대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고용부에는 직업상담사 등 교대제 반일제 적용이 가능한 직제가 있어요. 고용부 직원의 유연근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떤 방식의 유연근무를 말씀하시는지요.
“업무의 성격이나 직원의 환경에 따라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다른 산업부문에선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공무원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법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재량이 주어진 부문은 앞선 인사시스템으로 바꿔가겠습니다. 외부에는 변화를 요구하면서 우리 스스로는 바뀌지 않으면 누가 따라오겠어요.”
모닝에서 아반떼 하이브리드로
조직의 인사개혁이나 고용노동정책의 개혁은 박 장관 개인의 개혁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는 청와대 시절 2년반 동안 줄곧 소형차 모닝을 타며 관료로서 직접 모범을 보였다. 경차를 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녹색성장의 주무 수석비서관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자원빈국에 산다는 것을 잊고 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튄다며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모범은 일회성에 그친 게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모닝보다 차량 크기가 좀 커졌지만 역시 친환경 차종인 아반떼 하이브리드 1600cc를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2010년 4월 공직자재산공개 때 그의 재산은 6억9000만원이었다. 전해보다 1억6000만원이 줄었다.
▼ 청와대 수석 업무와 장관 업무는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청와대에선 참모로서 기획단계의 일을 많이 했지요. 조타수 노릇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선 일선 기관장으로서 기획과 집행을 같이 합니다. 특히 우리 부는 지역단위에 조직을 다 갖고 있어서 국민의 숨소리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요. 현장감이 더 있다고 볼 수 있죠. 장관으로서 직접 국회나 언론, 노사 관련 단체, 이해관계자 등과 대면접촉을 해야 하니 행사도 참 많습니다. 또 정책을 집행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어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 어느 쪽이 더 만족감이 큰가요.
“둘 다 중요하지요. 고용노동부에 온 지는 4개월밖에 안됐지만 청와대에선 2년 반이나 있었어요. 그곳에선 국정 초기의 큰 그림이나 중요한 핵심정책을 수립하고, 조율했기 때문에 자긍심이나 보람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어떤 일보다 컸어요. 고용부에서도 청와대 시절보다 더 열심히 해서 그에 못지않은 보람을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박 장관은 새해 노동시장 전망에 대해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일자리 증가 규모도 2010년보다 둔화되고, 임시직이나 일용직, 자영업자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부는 새해 주요 고용지표인 실업률은 3.5%, 취업자는 연평균 28만명, 고용률은 58.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계획대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반듯하게’ 바뀌고, 장시간 근로 문화가 크게 개선된다면 우리 사회는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사는 사회로 갈 것이 분명하다. 박 장관도 좀 더 일찍 퇴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