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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출마요? 대처 수상 본받고 싶어요”

“대권출마요? 대처 수상 본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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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최근 차기 대선 구도와 관련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부총재가 여야 정치권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희 전대통령의 맏딸이라는 후광을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인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박 부총재를 만나 대권도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헌법이 4년 중임 정부통령제로 바뀌면 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유력할까. 신동아가 실시한 국회의원 긴급설문조사(60 쪽 참조)에 의하면 박근혜(朴槿惠·48) 한나라당 부총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흥미로운 것은 박 부총재가 여야 의원 양측으로부터 부통령감으로 거론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재선 의원(대구 달성)인 박근혜 부총재가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박 부총재를 이미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이념이나 노선보다는 지역정서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 박 부총재는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박 부총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번 인터뷰에서 박 부총재는 개헌문제와 관련, 4년 중임 정부통령제보다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통령제는 정계개편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개헌 의도에 대해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박 부총재는 대통령이나 부통령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속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민이 지지한다면’ ‘큰 뜻’을 펼칠 의지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1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내 사무실에서 박근혜 의원을 만났다. 파스텔톤의 짙은 초록색 상의와 긴 치마를 입은 박의원은 다소곳한 자세로 소파에 앉았다. 인터뷰의 첫 화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이었다.

“국민은 없고 당리만 있어”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하는 것 보셨죠?

“예. 다 봤습니다.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당의 ‘의원 꿔주기’와 구 여당의 안기부 예산 불법 전용 의혹사건, 영수회담의 결렬 등으로 여야가 극렬한 원색 용어로 상대편을 공격하는 아수라장에서 야당의 부총재가 ‘아쉽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이색적으로 들렸다. 아쉽다라는 표현에는 뭔가 기대를 했는데 실망했다는 안타까움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김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는 박의원은 그 실망의 이유를 하나씩 열거하기 시작했다.

“집권당이 일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나 잘못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건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하게 인정하고 계획을 바꿔서 잘해 나가겠다고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위기를 야당과 언론의 잘못 때문이라는 식으로 많이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은 곤란하지 않나 싶어요.”

―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작심하고 한 기자회견인데 잘못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겠습니까.

“경제 문제도 4대 개혁만 잘 되면 다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4대 개혁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거든요. 금융 부문에 그렇게 엄청난 공적 자금을 넣었는데도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흑자 도산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공공부문도 낙하산식으로 비전문가들을 인사하는 바람에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경제 개혁이 잘되려면 노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노사 부문의 개혁은 손도 못 대고 있거든요. 그리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언론이 보도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믿음을 갖기 보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혹을 일으키게 되거든요.

또 대북문제도 끌려다닌 적이 없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저자세로 일관했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렇게 엄청난 시각 차이에 대해서 좀 생각해봐야 되는 것 아니에요? 국정의 총책임자는 대통령이거든요.”

박의원은 ‘야당대변인’을 맡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조근조근 말했다.

―최근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습니다. ‘의원 꿔주기’를 하지 않나, 국고 예산을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나 등의 문제로 정국이 시끄러운데요. 15대와 16대에 양대 국회를 거치면서 정치인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정치라는 게 그럴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들어와서 더 느끼게 됐어요.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이 국민을 위한 것이거든요. 편안하게 더 잘살게 하는 것이 최고의 목적인데 정당 정치의 중심에 국민은 빠지고 당리가 중심이 되다 보니까 자꾸 당리당략으로 흘러서 신뢰까지 잃고 불신을 받게 됐다고 봅니다. 정당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국민을 중심에 둬야 정책 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당리당략 정도면 괜찮은데 1인 중심의 보스 정치에 명색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줄 서는 풍경 아닙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태생적으로 잘 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정치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 공천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투명하지가 않아요. 밀실 공천이란 얘기가 많잖아요. 공천 때부터 그런 식으로 되기 때문에 당에 들어와서도 국민을 중심에 놓기 보다는 보스를 중심에 놓게 되죠. 이처럼 사당화가 되다 보니까 당리당략으로 가게 되고요.”

―3김 정치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3김 정치 척결을 외쳤던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비판하는 소리가 있는데 박의원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당화의 정치 행태에서 벗어난 정당이 없죠.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부총재로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회의 때도 하고… . 물론 정당에는 당직자들이 있죠. 그러나 당직자들만의 정당이 아니거든요. 그 밑에는 많은 당원들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당원들 바깥에 이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당이 아니라 공당이라고 부르잖아요. 공당이기 때문에 그런 의견들을 다 수용해서 이끌어나가야 될 의무가 있거든요. 그런데 몇 사람이 주물럭 주물럭해서 정당을 이끌어가면 안되죠. 그래서 민주적인 정당으로 의견수렴을 해서 나가야 된다는 얘기를 부총재로서 많이 해왔는데 지금 그걸 고쳐나가는 중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헌법이나 정당 구도가 국민들의 욕구를 반영하기에는 상당히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헌이나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와 관련해서 박의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4년 중임 개헌 문제가 이슈가 되다 보니까 제 얘기가 자꾸만 언론에 실리는데, 몇 달 전에도 그런 질문이 있었어요. 그때도 저는 4년 중임제 얘기를 했거든요. 우리가 단임제를 몇차례 해봤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어요? 단임제는 한번에 끝나니까 책임 정치가 안되고, 몇 년 후에 레임덕이 오니까 속수무책이거든요. 대통령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되는데 그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나라의 경쟁력이 자꾸 떨어진다고 하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들이 입게 되는 거니까 그런 차원에서 개헌을 하자는 거지요.”

―그러나 정가에서 개헌은 정계개편을 위한 음모라는 시각도 있잖아요. 이회창 총재부터 개헌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

“이런 문제가 나오면 꼭 정계개편이라는 이야기가 끼어 들어와서 개헌논의와 맞물려서 돌아가는 바람에 순수성이 흐려지죠. 그러니까 정치권에서 발목을 잡는 거예요. 지금 단임제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 5년을 또 그런 식으로 보낸다는 건 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정계개편 문제가 나오는 것은 4년 중임제보다는 정부통령제 때문에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번에는 4년 중임제만 하고 정부통령제는 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4년 중임제만 하면 야당이 여당 갈 이유도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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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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