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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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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이 어수선하다. 김영완 비자금에 이은 굿모닝시티 파문, 북핵 위기감 고조, 신특검법 여야대치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간에 물고 물리는 게 다반사가 돼버렸다. 요즘 정치권은 ‘카오스(chaos, 혼돈)’ 그 자체다. 그러나 새로운 모든 질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 한나라당 탈당파 5인, 범개혁세력추진운동본부,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개혁당 등 정치권과 그 언저리에 수많은 집단들이 산재돼 있는 게 현재의 정국 모습이다. 집단의 성격에 따라 정당형태와 비정당형태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정치적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들 집단이 7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기존 정당들은 내부로부터의 분열이 본격화됐고, 외곽 집단들은 핵융합을 시작한 모습이다. 정치권에 정계재편의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이 정치판의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 기세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맹렬한 게 사실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먼저 행동이 개시된 곳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 5명이 7일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탈당한 의원은 이부영(李富榮) 이우재(李佑宰) 김부겸(金富謙) 안영근(安泳根)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치의 전면적인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 정책정당 건설에 온몸을 던지겠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인원보다는 적었지만 이들의 탈당은 정치권의 변화에 불씨를 당겼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탈당 5인방의 거사를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탈당한 의원들 자신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거품은 물길을 바꾸지 못한다

이부영 의원측 한 관계자는 “분명 무모한 도전이다. 민주당 내 신당 추진세력들이 그냥 주저앉는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주당이 저렇게 흐지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나서서 외곽 개혁세력을 추스르고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며 탈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탈당 이후 이부영 의원의 솔직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의원이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며 대답을 대신했다.

“물은 흘러간다. 흐르다 보면 거품도 여기저기서 생긴다. 그러나 물길은 바꿀 수 없다. 물길의 방향은 대세다. 지역주의 극복, 정치개혁은 국민의 요구이자 거대한 흐름이다.”

5인방의 탈당 여파는 이어서 돌발한 한나라당 내부의 파열음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된다. 홍사덕(洪思德) 신임 원내총무가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수정, ‘150억+α’에 한정하는 수정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게 발단이 됐다.

이 일은 즉각 지난 6·26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서청원파와 기존 민정계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홍총무의 ‘개인플레이’에 대한 비난은 곧바로 최대표에게 옮겨갔다. 그렇지 않아도 비주류로 밀려난 게 못마땅할 뿐 아니라 최대표가 당내 개혁을 위해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대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있었던 터에 호기를 잡은 셈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제왕적 대표론’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서청원(徐淸源) 후보를 지지했던 김용수 운영위원은 7월10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최대표를 향해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나 행사 때 대표의 언행을 보면 제왕적 대표처럼 말하는 게 많다. 탈당한 의원들에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정체성으로 남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민정계 이해구(李海龜) 의원은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당론을 마음대로 무시한 것은 독선적인 국회운영이다. 이런 총무를 믿고 어떻게 원내대책을 맡기겠느냐”며 총무직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최대표의 지도력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신임 지도부 전체를 향해 공세를 취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내부 갈등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불쑥 앞당겨진 한나라당의 계파전쟁

현재 한나라당은 최병렬 중심의 신주류와 서청원계, 김덕룡계, 쇄신연대, 극우 보수파로 분류되는 민정계 등 크게 5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서로간에 불만이 많았던 이들은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감정이 더욱 악화된 상태. 하지만 비주류측은 새로운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지켜오던 2개월 정도의 ‘허니문 기간’을 최대표와 홍총무에게도 허용할 참이었다.

이에 따라 7∼8월은 조용히 지나고 오는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제도 및 의원정수 문제 등 극히 민감한 선거법 개정협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사실 그때쯤 되면 각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파열음이 일 것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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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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