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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발 ‘인적청산’ 카운트다운

‘親 이회창 소장파’ 급부상, ‘영남권 물갈이론’ 물밑 확산

한나라발 ‘인적청산’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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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 개혁’을 내세운 새 대표 취임과 함께 한나라당 내에서 ‘정치개혁’과 ‘인적청산’의 여론이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 당 일각에선 이를 위한 구체적 구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영남권 물갈이론’의 확산, ‘親 이회창 소장파’의 부상은 주목할 만한 상황 변화다.
한나라발 ‘인적청산’ 카운트다운

한나라당 의원총회. 대표 경선 이후 당 개혁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2003년 7월7일 한나라당을 나가고 들어온 두 의원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판의 타깃이 됐다.

우선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개혁성향 의원 5명의 대표인 이우재 의원.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탈당의원들에게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지만, 그의 경우엔 분위기가 달랐다.

이의원은 대선레이스가 본격 점화된 2002년 8월8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금천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총선 때 국회의원이 된 다른 4명과 달리 이의원은 한나라당 간판으로 11개월 전 당선된 것.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의원이 출마해 당선된 2002년 8월 무렵, 이미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신주류는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을 주창하고 있었다. 물론 ‘한나라당은 수구보수당, 경상도당’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의원은 그때는 침묵하면서 한나라당의 힘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11개월 만에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당, 경상도당이라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이의원이 탈당 후 민주당 신주류에 ‘같이 정치하자’고 제의하는 것을 보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재야 출신 이우재 의원이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장성민 후보에게 지자 한나라당은 그를 ‘부총재’로 전격 발탁하며 위로했다. 2002년 8·8 재보궐선거에서도 이우재 후보가 민주당으로부터 ‘안기부 자금 수수설’로 파상공세를 받을 때 ‘육탄전’에 가까운 논평전을 벌이면서 공세를 막아준 사람은 남경필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다. 충남 동향으로 이우재 후보를 아꼈다는 이회창 후보는 2002년 7월27일 금천으로 달려가 이우재 후보 지원유세를 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높은 정당지지도도 이우재 후보 당선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에서 홀대받고 무시당한 개혁파’라고 주장하기엔 최근까지도 한나라당에 신세진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A씨는 “개혁파가 절대선은 아니며, 자기모순적 철새 행태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 물갈이로 수도권에서 이기자”

7월7일 이우재 의원을 포함한 탈당파가 기자회견을 한 직후 무소속 송광호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입당은 한나라당 내 일부 개혁성향 인사들에겐 거의 ‘재앙’으로 받아들여졌다.

충북 제천·단양 출신 송광호 의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을 비롯해 민국당, 신한국당, 자민련 등 뿌리가 다른 여러 당을 옮겨다닌 전력을 갖고 있다. 자민련 소속이던 지난 대선 당시 송의원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그 무렵 한나라당 입당을 시도했으나 한나라당 지구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송의원은 2003년 6월10일 자민련을 탈당했다. 13일 뒤인 6월23일 제천시에선 자민련 당원 100여 명이 참석한 ‘송광호 의원 탈당 규탄대회’가 벌어졌다. “또 당을 옮기는 송광호는 자결하라” “제천 의병 앞세워 탈당 명분 삼은 송광호는 각성하라”는 험악한 구호들이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선 송의원이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보냈다는 편지도 배포됐는데, 거기에는 “JP에게 충성을 서약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민련측 예상대로 송의원은 7월7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냈다. 그는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시간 한나라당 충북 제천·단양지구당 당직자들은 서울로 올라와 “왜 개혁의 반대 쪽에 서왔던 인사를 입당시키느냐”며 박주천 사무총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송의원 입당은 7월7일 하루 동안의 단발사안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7월10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김용수 경기 고양·덕양을 지구당위원장은 “송의원 입당은 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 비공개된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김위원장은 “신경식 의원, 사과하세요. 박주천 사무총장, 사과하세요”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고 한다.

김위원장측 주장에 따르면 충북 지역 한나라당 실세인 신경식 의원과 충청 출신 박주천 신임 사무총장이 송의원 입당의 막후 주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개혁파 이우재 의원의 탈당과 송광호 의원의 입당.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은 이 두 사건으로 ‘자괴감’과 ‘좌절’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거꾸로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자극하는 반작용도 일으켰다. ‘제천에서의 반란 조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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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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