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지난 1년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에는 명암이 교차한다. 먼저 2008년과 비교할 때 지난 1년은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 2008년 연초와 비교해 국정운영 지지율은 50%를 넘나들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지지율을 떠올리면 이명박 정부로서는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1월1일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2008년의 성과가 너무 초라한 탓에 2009년 성적표가 돋보이는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50%를 상회하는 국정운영 지지율은 2007년 대선에서 받은 지지율을 다시 찾은 것이지, 지지율이 더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운영 지지율은 정치적 상황 및 국면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집권 중반을 돌아서는 시점에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지난해 ‘신동아’ 2월호에서 이명박 정부의 1년을 평가하고 2년째를 전망한 바 있다. 이제 다시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을 평가하고 3년째를 전망하고자 한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 하나라면 국가 정책의 기조 및 방향에 관한 것이 다른 하나다. 마지막으로 살펴보려는 것은 집권 3년째의 전망과 이와 관련해 부여되는 이명박 정부의 과제다.
성취 지향적 리더십의 명암
먼저 2009년을 돌아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특유의 추진력이 있는 리더십을 나름대로 발휘해온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보여줬던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 4대강 정비 사업 추진,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세종시 건설 수정 등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온 리더십은 마치 산업화 시대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집권 1년째인 2008년의 이명박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성공한 서울시장으로 평가받은 이명박 대통령이었지만, 시정(市政)의 리더십과 국정(國政)의 리더십은 사뭇 다르다. 시정과 달리 국정의 경우 정책들 간에 직접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시정보다 더욱 세심한 정책적 조율과 정치적 포용력을 중시하게 된다. 시장이 기본적으로 행정가라면 대통령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가라고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행정가이자 정치가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양 축으로 하는 전형적인 ‘성취 지향적 리더십’이었다. 기업 운영과 시장 경험에 터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때로 반대에 직면했더라도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했으며, 경제위기 탈출에서 4대강 사업 추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연말에 이뤄진 아랍에미리트 원전공사 수주는, 비록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이 대통령 본래의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이 사례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이들에게는 그를 선택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준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취 지향적 리더십’에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리더십은 일의 절차와 과정보다는 결과와 효율을 중시한다. 문제는 주어진 목표를 도달하는 데에 다른 행위 주체들과 의사결정을 공유하려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 어느 사회이건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것은, 그것이 단기적으로 비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국정의 또 다른 목표인 사회통합의 제고에 적절한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명박 정부가 사회통합에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사회통합위원회는 이를 입증한다.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통합위원회는 이념·계층·지역·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집행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인 만큼 사회통합위원회의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공론장과 여론형성에서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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