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9일 한글날 즈음해 세종대왕 동상과 지하의 세종이야기 전시관이 함께 일반에 공개됐다.
이 사장은 오세훈 시장의 측근으로 통했다. ‘오 시장이 이 사장을 특별히 신임하며 이 사장이 부시장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사장은 직원들과의 회의 도중에 ‘류우익 실장 좀 연결해봐요’라고 하는 등 류우익 주중대사(전 대통령실장),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현 정부 실세와의 친분을 드러냈다.
이 사장의 화장품 사업에 참여한 후배는 공기청정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에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면서 이 후배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지시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5700만원어치를 사줬다.
이 사장은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던 K씨(58)를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의 총괄지배인으로 채용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의 나이제한 내규를 고쳐 K씨를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으로 승격시키려 했으나 말썽이 나자 포기했다.
이 사장은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자신의 친구 아들을 세종문화회관이 발행하는 잡지 ‘문화공간’의 베이징통신원에 임명해 월 수당을 지급했다. 또 다른 친구 아들도 7월1일 삼청각 개소식 때까지 삼청각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문화회관 직원들이 ‘그때까지는 채용명분이 없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자 대노(大怒)했다. 이후 해당 직원 한 명은 이 사장에 의해 다른 건으로 직위해제돼 재택근무 조치를 받았다. 나중에 이 사장이 물러난 뒤 이 직원은 업무에 정상 복귀했다.
세종문화회관 행정 및 광화문광장 조성과 관련해 이처럼 ‘복마전’ 논란이 일었으나 내부고발이 있기 이전에 서울시는 제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의혹제기와 관련해 세종문화회관 측은 최근 ‘신동아’에 “정모(45·여)씨가 관계한 두 회사에 4건의 공사를 준 것은 맞다. 이 중 3건은 수의계약, 1건은 공개입찰이었다”고 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지하 세종이야기 공사에는 128억7300만원이 들었다. 이 중 구조물 공사는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콘텐츠 인테리어 조성공사는 세종문화회관이 각각 맡았다.
‘세종이야기’ 씁쓸한 비화
J건축의 사장은 ‘신동아’에 “광화문광장 지하 세종이야기는 불투명한 업체선정방식, 과다한 예산규모, 즉흥적 행정 등 많은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내용이다.
▼ 정씨에게 1500만원을 준 사실이 있나.
“정씨가 ‘세종문화회관 이 사장 일행의 중국여행 경비가 필요하니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와 이 사장이 꽤 친한 사이로 알고 있었고 당시 우리 회사는 세종문화회관 일을 하고 있어서 돈을 줬다.”
▼ 투자금 조로 3억원을 더 요구받았나.
“그 요구는 이상하다고 생각해 거부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처음에는 ‘광화문광장 지하를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상업 공간으로 꾸미는 건 좋다’며 우리 회사의 계획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투자요청을 거절한 후 세종문화회관과의 일도 끊겼다. 광화문광장 지하공간은 세종이야기 전시장으로 콘셉트가 바뀌었고….”
▼ 세종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광화문광장 지하공간은 총 3000평쯤 된다. 그 공간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서울시민에게 좋다. 그런데 서울시는 거기서 1000평쯤 떼어내 세종이야기 전시장을 만들었다. 향후 또 일부를 떼어내 충무공이야기 전시장도 만든다고 한다. 공간을 조각 내어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