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사가 7월 19일 안철수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쌓아놓고 기사작성용으로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와는 별개로, ‘안철수의 대선 출마’ 그 자체가 ‘버라이어티 이벤트’일 수 있다. 안 원장 측으로선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흥미 있고 감동적인 쇼로 만들어 대선가도의 기폭제로 삼으려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안 원장 측이 대선 출마 전략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공개 금지’ 약정
이와 관련해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이 수개월 전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기관 A사와 B사 두 곳에 각 9000여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컨설팅 용역을 의뢰해 최근 보고서를 전달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로 대선 전략에 관한 내용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 본인은 물론이고 안 원장 측근들에게도 언론이 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만약 안 원장 측이 컨설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 내용이 밖으로 유출됐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 원장 측 인사가 친분이 있는 외부 인사에게 컨설팅 결과를 요약한 내용을 일러주었다. 이로 인해 안 원장의 컨설팅 의뢰 사실과 컨설팅 보고서 주요 내용이 정치권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으로부터 주요 내용을 전해 들은 외부 인사는 이를 컴퓨터로 타이핑해 A4지 3장 분량의 보고서로 만들었다.
‘신동아’는 이런 이야기가 사실인지 여부를 취재했다. 이 용역 컨설팅 보고서 생산과 전달 선상에 있는 관계자는 “안 원장이 수개월 전 여론조사기관 A사와 대선 전략 관련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A사가 선택된 이유에 대해선 A사가 지명도 높은 여론조사기관인 데다 A사 고위관계자의 일간지 인터뷰 내용이 안 원장 측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7월경 A사가 두꺼운 용역 보고서를 제작해 안 원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 외부에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약정이 있었다”고 했다.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는 대선운동 방법으로 스티브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을 제안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신동아’에 “네? 저희가 돈을 내고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했다고요?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컨설팅 용역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유 대변인의 답변과 ‘신동아’ 취재원의 증언이 상반됐다. ‘신동아’는 안 원장 측의 공식 입장인 유 대변인의 말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유 대변인에 비해 ‘신동아’ 취재원의 공신력이 결코 떨어진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실명이 공개되는 경우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에 익명으로 증언한 것이었다. 취재원은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 관련 일을 직접 주도한 자기체험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새 정치’의 아이콘인 안 원장이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 비밀리에 유료 컨설팅을 받았다는 증언은 흥미 있고 중요한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복수의 정치권 인사도 이미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유사하게 말하고 있었다.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이공계 출신답게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한 과학적인 기법으로 자신의 대선 출마 적정성 여부를 검증해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람이 컨설팅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정치적 파장은 따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