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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한중일 정상회담 제안 구상중”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한중일 정상회담 제안 구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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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경우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미국이 이라크에서 얻은 교훈은 간단합니다. 전쟁과 같은 강압적 수단에 의한 체제전환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럴 경우 침략받는 국가는 물론 미국 내부에도 큰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쟁은 가장 최후에 선택해야 할 수단입니다. 다른 방법들과 동일선상에서 검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현재로선 미국 입장의 변화 조짐은 보이질 않는데요.

“미국 대선 기간 동안은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유지해왔던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일관된 방침을 보여주기 위해 강경한 목소리가 지배하겠지만 집권 2기에 들어가면 상당히 누그러질 것으로 봅니다. 북한도 협상에 있어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야 할 것이고요. 우리도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부시 집권해도 누그러질 것



-결국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큰 매듭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군요.

“동북아위원회가 주변 4강과의 협력외교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당시를 생각해보세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만한 상황이었던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평화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해주었고요. 김선일씨 피살사건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뭡니까? 미군 재배치나 감축 문제만 해도 물론 우리가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결국 자기들의 전략 구상에 따라서 그대로 움직였어요. 동맹이 존재하는 이유가 뭡니까. 서로가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작년 10월20일 방콕에서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다자간 틀 안에서 북한의 안전을 서면으로 보장해 줄 용의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나온 게 뭐죠? 바로 리비아식 모델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가 튀어나오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약속을 안 지킨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섭섭하겠죠.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정작 우리한테 돌아온 것은 약했거든요.”

-상대적으로 우리가 받은 게 적다는 이야기는 한미간 협조체제에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그것은 노무현 정부라는 특정 정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9·11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화되는 바람에 한국에도 예외없이 적용된 거라고 봐야죠. 국무부 같은 경우는 우리 입장을 잘 아는데, 다른 쪽에서는 일방주의적 성향을 보이니까 그게 우리를 어렵게 하는 거죠.”

-미국은 국내 정치적인 변수를 먼저 내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한미관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점입니다. 미국은 늘 외교정책을 결정할 때 국내 정치변수를 중요시하거든요. 그러나(동맹국인) 한국의 정치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층도 없습니까. 난 그런 것이 바로 미국의 일방주의라고 봅니다. 동맹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리 힘의 비대칭 관계가 있더라도 협력하고 이해하면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미국은 우리측 요구를 수용하려고 들지 않고, 국내 보수집단은 그들대로 미국 편만 들면서 우리 대통령이 미국 편 안 든다고 몰아붙입니다. 이건 문제가 있어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시급성이 있는 것인지 또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6자회담이라는 틀이 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어떻습니까.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하겠죠. 6자 회담이 잘 진행돼 북한이 핵문제에서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이미 밝힌대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북한을 지원할 것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그런 방안이 다 준비돼 있어요. 그런 것들을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이 필요하겠죠. 반대로 정말로 북핵 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아서 남북의 번영과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면 그때도 역시 두 정상이 만나야 되겠죠.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최선이거나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조건이 아닌데도 우리가 섣불리 만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원 모임인 ‘주암회’총무 자격으로 방북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 그 사실이 보도된 이후 북한측과의 채널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9월2일 방북 목표는 물건너 갔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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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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