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여론조사기관에 비밀리 용역 의뢰”
- “박근혜 지지도 9월엔 40%대 무너진다”
- “출마 때 스티브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 구상”
- “국민펀드로 선거자금 모을 수 있다”
- 안철수 측 “컨설팅 받은 사실 없다”
김영사가 7월 19일 안철수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쌓아놓고 기사작성용으로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와는 별개로, ‘안철수의 대선 출마’ 그 자체가 ‘버라이어티 이벤트’일 수 있다. 안 원장 측으로선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흥미 있고 감동적인 쇼로 만들어 대선가도의 기폭제로 삼으려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안 원장 측이 대선 출마 전략을 세심하게 가다듬어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외부공개 금지’ 약정
이와 관련해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이 수개월 전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기관 A사와 B사 두 곳에 각 9000여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컨설팅 용역을 의뢰해 최근 보고서를 전달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로 대선 전략에 관한 내용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 본인은 물론이고 안 원장 측근들에게도 언론이 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만약 안 원장 측이 컨설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 내용이 밖으로 유출됐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 원장 측 인사가 친분이 있는 외부 인사에게 컨설팅 결과를 요약한 내용을 일러주었다. 이로 인해 안 원장의 컨설팅 의뢰 사실과 컨설팅 보고서 주요 내용이 정치권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으로부터 주요 내용을 전해 들은 외부 인사는 이를 컴퓨터로 타이핑해 A4지 3장 분량의 보고서로 만들었다.
‘신동아’는 이런 이야기가 사실인지 여부를 취재했다. 이 용역 컨설팅 보고서 생산과 전달 선상에 있는 관계자는 “안 원장이 수개월 전 여론조사기관 A사와 대선 전략 관련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A사가 선택된 이유에 대해선 A사가 지명도 높은 여론조사기관인 데다 A사 고위관계자의 일간지 인터뷰 내용이 안 원장 측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7월경 A사가 두꺼운 용역 보고서를 제작해 안 원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 외부에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약정이 있었다”고 했다.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는 대선운동 방법으로 스티브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을 제안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신동아’에 “네? 저희가 돈을 내고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했다고요?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컨설팅 용역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유 대변인의 답변과 ‘신동아’ 취재원의 증언이 상반됐다. ‘신동아’는 안 원장 측의 공식 입장인 유 대변인의 말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유 대변인에 비해 ‘신동아’ 취재원의 공신력이 결코 떨어진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실명이 공개되는 경우 불이익을 입을 수 있기에 익명으로 증언한 것이었다. 취재원은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 관련 일을 직접 주도한 자기체험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새 정치’의 아이콘인 안 원장이 대선 출마 문제와 관련해 비밀리에 유료 컨설팅을 받았다는 증언은 흥미 있고 중요한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복수의 정치권 인사도 이미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유사하게 말하고 있었다.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이공계 출신답게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한 과학적인 기법으로 자신의 대선 출마 적정성 여부를 검증해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람이 컨설팅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정치적 파장은 따를 수밖에 없다.
포커스그룹인터뷰 방식 제작
4·11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안철수의 앵그리버드 동영상.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철수 컨설팅 보고서는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통상적인 여론조사 방식뿐만 아니라 포커스그룹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방식을 동원했다. 포커스그룹인터뷰는 기존 여론조사로는 파악되지 않는 유권자 집단의 감춰진 태도, 속성,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됐다. 이를 통해 연령대별, 계층별, 지역별로 유권자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이를 바탕으로 안철수 원장의 대선 전략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포커스그룹인터뷰의 표본 수를 늘려 보고서의 질적 수준을 높였지만 대신 용역비용이 올라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돈에 별로 구애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면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보고서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서는 안 원장의 출마 시기와 관련해 안 원장의 기반인 20~40대를 최대한 묶어두기 위해선 올림픽 폐막 전후 8월 중반 이후가 적당하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상 출마를 늦추는 경우 지지기반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곧바로 지지율에서 안 원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10% 이상 앞서 9월이 되면 박근혜 지지도가 37%까지 빠질 것이란 예측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안 원장 출마 시 안 원장이 고향인 부산에서 박 의원을 근소하게 앞설 것이라는 예측도 담겨 있다고 한다. 보고서 관계자는 “대선 출마 선언 직후의 초기 이미지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마 이벤트와 관련해선 대선자금 국민펀드 조성안(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율을 0.5%로 쳐서 대선 후 돌려주는 방식으로 해 3일 만에 필요한 선거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으며 안철수 지지세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자금관리 담당을 전국 3400여 개 읍면동 단위까지 임명해 전국적 조직망을 갖춘다는 복안도 구상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관계자는 “내부에서 실제로 대선자금 국민펀드 구상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블랙홀 전략’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포커스그룹인터뷰를 통해 국민이 지도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구체화된 전략이라고 한다. 보고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념적으로는 중도실용이다. 현재 국민은 기존 대선 후보들의 공허한 공약에 싫증을 내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보나 보수가 아니다. 일종의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이다. 서민에 중심을 두자는 것이다. 각 연령대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기 삶에서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주겠다는 콘셉트다. 2008년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략이 이러했다. 사회적 약자는 선거에 무관심한데 이들을 끌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각 연령대 서민이 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20대는 취업이고 40대는 주택이나 보육일 것이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는데(값이) 내리면 난리가 나는 거지. 50대는 벌써 실버를 생각한다. 국민은 자신의 삶에 한 푼이라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후보인지 아닌지를 염두에 두고 판단한다. 취업, 일자리, 주택, 노인복지 등 각 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비전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제시해 이슈들을 흡수해야 한다.”
‘철수 생각’ 동영상 SNS 유포 계획
보고서는 구체적인 정책공약 홍보 방법으로 3분 동영상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각 정책 이슈별 안철수의 비전을 저학력층, 학생층, 고령자층도 한눈에 알 수 있게 3분 동영상으로 비주얼화해 카카오톡, 유튜브, UCC 등을 통해 유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해와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 식 프레젠테이션도 구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3분 동영상은 ‘철수 생각’으로 불리는 안이 구상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보고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철수 생각 동영상들은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 현상을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공약 내지 치유방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주로 주류의 이야기가 영화의 소재였다.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나 ‘라디오 스타’와 같은 영화에서 비주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비주류의 생활 속에 주류가 들어오게끔 했다. 이런 방식을 선거 동영상에 활용할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정치를 하나의 축제로 여겨 같이 참여하면서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하고,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말싸움만 하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나 김문수 경기지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안 원장의 대선 행보와 관련해 연립정부 구상을 언급하고 있으며 일부 국정 분야에 대해선 권력 균점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전달 계통에 있던 관계자는 “(야권연대 등을 통해) 민주당 등 외부세력에 강점일 수 있는 국방, 외교, 교육 분야 등은 권력을 나눈다는 전략”이라며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을 수렴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모든 결정은 안 원장 본인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역 컨설팅 내막을 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컨설팅 보고서가 안 원장 측에게 전달된 7월 중·하순 이후 안철수재단이 직격탄을 맞는 등 대선 국면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안 원장 측이 컨설팅 내용을 달라진 정치지형에 적용해나갈 역량을 보여주는지가 향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