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4대 민심 지표’ 보면 6·3대선 향배 보인다

[초점 | 6·3대선, ‘탄핵 후폭풍’이냐 ‘이재명 비토론’이냐] 무당층 지지율·30대 표심·샤이 보수·보수 단일화…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입력2025-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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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당층 지지 유보에 갇힌 이재명 지지율

    • 스윙보터 30대 지지 쏠림 현상이 6·3대선 최대 변수

    • 탄핵 사태로 대거 양산된 ‘샤이 보수’ 투표 참여 주목

    • 국민의힘 후보 VS 이준석 후보단일화도 최종 변수

    4월 11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4월 11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6·3대선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과거 대선이라면 이 정도 시간이면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대선은 투표율이 매우 높아 선거일 한두 달 전 여론조사 결과가 곧 당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기에는 다소 불충분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선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우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경합 중인 조사 결과도 종종 발표되고 있다.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던 30대 표심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12·3 계엄 사태 이후 4·4 대통령 파면까지 탄핵 국면에서 양산된 ‘샤이 보수’도 막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또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3자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한 대행)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출마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이준석 의원 간의 단일화를 통한 양자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가 최종 변수이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전국지표조사(NBS)·한국갤럽·한국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재명 지지율 37%, 적수 없어 더 불안

    한국갤럽 여론조사 ‘장래 정치지도자’ 질문은 자유 응답, 즉 주관식으로 이뤄진다. 보기를 주지 않고 응답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2022년 6월 이전엔 ‘차기 정치지도자’란 표제를 사용했다. 따라서 지명도나 대중적 인기, 조사 시기 이슈가 반영되고 자유 응답 특성으로 새로운 인물이나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이 포함될 수도 있다. 실제 2021년 11월 3주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10월 10일)에서 탈락했지만 2%의 지지율을 획득하기도 했다. 2021년 당시 한국갤럽 ‘차기 정치지도자’ 문항은 11월 3주까지 주관식으로, 12월 4주부터는 선출된 대선후보를 보기에서 제시하는 객관식으로 바뀌었다.

    2021년 10월 10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 지사는 10월 25일 경기지사를 사퇴했다. 10월 12일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을 후보로 선출한다. 국민의힘에선 11월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이 전 지사의 지지율은 11월 3주 27%에서 12월 3주 36%로 급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무당층 8%에서 20%로, 중도층 26%에서 37%로 각각 상승했다. 이 전 지사 지지율 상승 원인은 주관식 대신 객관식 질문, 주요 정당의 후보 확정, 선거일(3·9) 임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전 지사 지지율은 2022년 1월 2주엔 소폭 상승했다. 정부와 여당에서 긍정적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 대형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이 1월 16일 해제됐다. 18일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와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부정적 뉴스가 확산했다. MBC는 16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를 방송했다. 윤 전 총장은 무속인 의혹이 확산하자 18일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중도층에선 1%포인트 떨어졌지만, 무당층이 3%포인트 올라가면서 이 전 지사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2월 2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 전 지사의 지지율은 전 달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36%였다. 무당층, 중도층 등에서 고전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강화되면서 지지율을 방어했다. 선거일을 이틀 남겨둔 한국갤럽 3월 7일 여론조사(대선 후 공개)에서 이 전 지사 지지율은 43%까지 상승했다. 이는 무당층(18→ 27%)과 중도층(33→ 41%)의 결집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3월 2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고 이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하루 뒤인 3일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고 윤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김 전 대표, 안 전 대표의 후보 사퇴와 단일화 효과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특히 안 전 대표 지지율은 사퇴 직전까지 10% 안팎을 오갔지만, 이 전 지사와 윤 전 총장 등으로 골고루 분산됐다. 그 결과 0.78%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린 것이다.

    대선주자 지지율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소속 정당 지지층의 지지율, 다른 정당 지지층의 지지율, 무당층의 지지율로 이뤄진다. 소속 정당이나 우호적인 정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시간문제일 뿐 선거일이 임박하면 최대 90% 안팎까지 결집하게 마련이다. 최근 무당층은 대략 한국갤럽 기준으로 20% 남짓이다. 무당층은 선거가 임박하면 20% 안팎까지 줄어들곤 한다. 무당층의 성격은 다소 복잡하다. 기존 정당을 싫어하면서도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시적으로 기존 정당에서 이탈해서 잠시 머무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다. 간접적으론 중도층 지지율이 종종 강조된다. 대선주자는 정치 성향 또는 이념 성향으로 볼 때 보수, 진보에 기반하면서 각각 중도 확장을 꾀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37% 한계 못 깨는 이유는 무당층 지지 유보 때문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12월 3주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지율은 37%를 찍었다. 이는 지난 대선(2022년 3월) 한국갤럽 자체 조사 기준 최고 지지율(비공개 제외)이자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중도층 지지율도 39%로 지난 대선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무당층 지지율은 6%에 머물렀다. 1월 3주 이 전 대표 지지율은 31%로 떨어졌다. 이는 당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압박에 대한 반사효과로 분석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월 15일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부됐다.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버티다 2025년 1월 15일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표 지지율 하락은 중도층 이탈(39→28%)이 주도했다. 이와 반대로 무당층에선 4%포인트 올랐다.

    이 전 대표 지지율은 2월 3주 34%, 3월 3주 36% 등으로 횡보했다. 이 시간 동안 헌법재판소(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루하게 계속됐다. 무당층, 중도층의 지지율 변화도 미미했다. 4월 4일 탄핵 선고가 반영된 4월 2주 이 전 대표 지지율은 다시 37%를 회복했다. 중도층 지지율이 3월 3주보다 7%포인트 오른 42%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지난 대선 직전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무당층 지지율은 여전히 7%에 머물렀다. 당내 역학 구도로 볼 때 이 전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나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이 전 대표 37%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이 전 대표는 중도층 결집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무당층 공략엔 더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하면 이 전 대표의 무당층 지지율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무당층엔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역(逆)결집을 우려해 전략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잠재적 지지층도 있기 때문이다. 무당층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확정,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선전 여부, 주요 정당의 공약과 선거운동 향배 등에 따라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한국갤럽 4월 2주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거의 최대치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다. 헌재 탄핵 선고 이후 실망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해 무당층으로 일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무당층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 성향이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지난 대선 직전의 무당층 지지율 27%를 뛰어넘어야 한다. 

    30대 선택, 대선 승패 가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30대의 득표율 차이가 결정적 승부처였다. 60대 이상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가 뚜렷했다. 40∼50대에선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강세였다. 20대(18·19세 포함)에선 남성은 윤 후보, 여성은 이 후보 지지로 갈렸다. 모든 세대 중에서 30대가 유일하게 남녀 차이, 특정 후보 쏠림이 나타나지 않았다. 20대와 40대 이상의 특성이 모두 섞여 있었던 셈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30대 남성은 윤 후보가 52.8%로 이 후보(42.6%)에 앞섰지만 20대처럼 남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여성은 이 후보가 49.7%로 윤 후보(43.8%)와의 격차가 더욱 줄어들었다. 30대 전체로 보면 윤 후보가 48.1%로 이 후보(46.3%)에 소폭 앞섰다. 30대 전체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감소한 것은 남녀의 투표율 차이 때문이다. 윤 후보 지지가 조금 앞섰던 남성의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결국 30대 윤 후보 우세는 최종 대선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대선에선 30대가 캐스팅보트였다.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30대는 2024년 4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30대 남성의 비례정당 지지는 민주연합(민주당 위성정당) 28.8%,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29.3%였다. 개혁신당은 9.5%, 조국혁신당(혁신당)은 23.6%였다. 개혁신당, 혁신당 등 비례정당을 지지한 남성이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를 모두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는 민주당 지역구 후보로 분산됐을 개연성이 있다. 30대 남성의 투표율도 매우 낮았다. 30대 전반은 49.3%에 그쳤는데 이는 여성(58.5%)보다 9.2%포인트 낮았다. 30대 후반 투표율은 54.5%로 여성(59.0%)보다 5.5%포인트 부족했다. 이와 반대로 30대 여성의 민주당 쏠림은 더욱 심해졌다. 여성의 민주연합 지지는 38.2%였지만, 국민의미래는 20.3%였다. 개혁신당과 혁신당은 각각 4.1%, 23.2%로 나타났다. 혁신당을 지지한 23.2%는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30대에서 민주당 우세는 확연했다.

    세대는 단절적 개념은 아니다. 특정한 시기 세대 분석은 찰나적으로만 가능하다. 시간에 따라 세대는 늘 변한다. 세대는 연속성 위에 존재한다. 지난 대선처럼 60대 이상에선 국민의힘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40∼50대 역시 민주당 우세가 지속하고 있다. 20대도 마찬가지로 남성은 국민의힘, 여성은 민주당 지지로 나누어져 있다. 30대는 여전히 캐스팅보트다. 30대는 20대처럼 남녀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또 30대 전체로 보면 40∼50대나 60대 이상처럼 지나치게 어느 정당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30대는 어제의 20대다. 2017년, 2018년 전후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30대의 일부는 아직 30대이지만 또 다른 일부는 40대가 됐다. 7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보수성향의 20대가, 나이가 들어 채우고 있다. 이제 30대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2017년, 2018년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60% 안팎에 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10%를 넘지 못했다.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대선을 2개월 앞둔 2022년 1월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36%로 민주당(32%)에 앞섰다. 22대 총선 이후 7월엔 국민의힘 지지율 27%로 민주당(22%)과 격차가 좁혀졌다. 지난 3월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38%로 민주당(27%)과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3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대 총선 참패, 12·3 ‘계엄 사태’ 이후에도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30대 남성의 무당층 비중 추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7년 20%이던 무당층은 올 3월 28%까지 늘어났다.

    30대 여성의 정당 지지율도 남성과 대체로 방향이 일치한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 무당층 증가세 측면에서 그렇다. 다만 3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크게 훼손되지 않고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17년, 2018년엔 30대 남녀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 3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2019∼2021년까지 40%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대선 무렵부터 30%대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1년 10%대로 올라선 이후 2022년부터 20%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이 시기 무당층은 최고 40% 안팎까지 치솟았다. 12·3 계엄 사태 직후엔 민주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지만 늘어났던 무당층이 다시 민주당 지지로 유입된 것이다.

    30대 정당 지지율은 남녀의 분화를 예고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남성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고, 여성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데이터로 보면 30대에선 민주당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율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 다만 두껍게 형성돼 있는 남성의 무당층이 최종적으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할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여성의 민주당 결집은 종종 남성의 국민의힘 결집을 불러오기도 했다. 또 12·3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으로 결집한 여성의 지지율이 대선까지 지속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탄핵 사태가 ‘샤이 보수’ 대거 양산했다

    숨은 표 논란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보수 쪽에서 숨은 표는 ‘샤이 보수’ 진보 쪽에선 ‘샤이 진보’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숨은 표 논란이 불리한 정당이나 후보 진영의 꼼수로 폄훼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헌재 탄핵 선고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중에서 정당 지지도, ‘대선 인식’ 등의 차이가 매우 크다. NBS 여론조사는 민주당, 국민의힘 지지율이 1%포인트 안팎에서 경합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한국리서치에선 오차범위 밖엔 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한국갤럽에선 양당의 격차가 무려 1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대선 인식도 NBS는 ‘정권교체’가 48%로 ‘정권 재창출’(37%)과 11%포인트 차이였지만 한국리서치는 정권교체가 51%로 정권재창출(36%)과의 차이가 15%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의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응답률 차이 때문이다. 응답률이 낮으면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 중심으로 표본이 확보된다. 반대로 응답률이 높으면 정치에 관심이 낮은 사람들도 포함된다. 헌재 탄핵 선고 이후 탄핵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이었던 보수성향은 여론조사 응답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속내와 다르게 응답할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탄핵 관련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다. 헌재 탄핵 선고에 실망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응답률이 14.9%인 한국갤럽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는 바로 이러한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응답률이 24.9% NBS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탄핵에 반대했거나 유보적인 보수성향의 표본이 골고루 확보됐을 가능성이 있다. 응답률이 18.2%인 한국리서치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는 5%포인트로 한국갤럽과 NBS 중간값으로 볼 수 있다.

    헌재 탄핵 선고 이후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잘된 판결’이란 의견이 ‘잘못된 판결’보다 주장보다 훨씬 많아졌다. 실제로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주변 여론의 눈치 때문에 ‘침묵하거나 바뀐 척’ 할 수도 있다. 후자를 ‘샤이 보수’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변 여건이 바뀌면 자신의 속내를 떳떳이 공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통령 파면의 충격은 우리 사회 곳곳,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 깊이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놓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는 5월 초순을 지나면서 제대로 된 민심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개혁신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준석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갤럽 ‘대선 3자 대결 지지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어느 대결에서도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vs 김문수 vs 이준석 3자 대결에서 이 의원의 지지율은 14%로 가장 높았다. △이재명 vs 홍준표 vs 이준석, △이재명 vs 한동훈 vs 이준석 3자 대결에서도 이 의원의 지지율은 11%를 나타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3자 대결에서 이 의원의 선전은 국민의힘 후보와 이 의원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최종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왼쪽부터). 동아DB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왼쪽부터). 동아DB

    ‘확장성’ 오세훈·유승민 불출마, 이준석 탄력 가능성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튿날 유승민 전 의원도 당내 경선 불출마를 밝혔다. 오 시장,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에서 중도 확장과 개혁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오 시장, 유 전 의원이 중도 하차하면서 탄핵 찬성을 명확히 밝혔던 대선주자는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만 남게 됐다. 당내 경선 흥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초 기대하던 대선후보 선출 이벤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우려는 이 의원에겐 곧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안 의원,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이 의원은 범보수 진영에서 대체 불가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민주당 vs 국민의힘 vs 개혁신당 3자 구도에서 승리한 ‘동탄 모델’을 고수하며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국민의힘 후보로든, 이 의원으로든 이재명 전 대표와 맞서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선다면 이번 대선 최종 변수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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