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권력자만 쫓는 국회, 민생은 없다

[Special Report | 대한민국, 이대론 안 된다] ‘민생 입법’ 외면하고 ‘탄핵 또 탄핵’

  • 이종훈 정치평론가

    입력2025-04-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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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정부 들어서만 29차례 탄핵소추안 통과

    • 탄핵안 발의 후 증거 찾는 ‘이상한’ 탄핵

    • 헌재 “국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결론 도출하려 노력해야”

    • 민주당 탄핵에 열심인 까닭? 이재명 방탄 필요성 때문

    4월 9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추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4월 9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추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의 대(對)정부 탄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 4일 파면된 이후에도 민주당은 탄핵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4월 9일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 “만일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한덕수 총리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더민초’는 3월 28일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며 한 권한대행을 위협한 터였다. 이는 그가 한 차례 탄핵을 당한 뒤 헌법재판소 기각 판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국회는 탄핵 또 탄핵을 거듭한 결과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29차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더해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과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30번째, 31번째 탄핵소추안도 발의해 본회의 처리를 앞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4월 1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벌써 10번째다. 그동안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경우는 윤석열 전 대통령 뿐이다. 나머지 탄핵 모두 기각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고유 권한이라도 남용은 금물

    거부권과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듯이 탄핵소추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 점에서 금지할 헌법적 법률적 근거는 없지만, 남용은 금물이다. 위헌적 비상계엄에 따른 헌정 질서 유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부의 국정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장관을 비롯한 고위직 공직자가 탄핵을 당하면 일단 직무에서 배제되는데, 이 경우 해당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헌재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이 점에 우려를 표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은 4월 4일 선고 요지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하여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되었습니다 …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합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변론 과정에서 민주당의 과도한 탄핵소추를 비상계엄 선포의 한 근거로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부분적이나마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헌재는 4월 1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선고 때에도 국회가 법률상 허용된 별도 조사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소추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그만큼 부실 탄핵이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사 70년 동안 누적 탄핵소추안 발의 50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를 윤석열 정권 2년 반 사이에 쏟아냈다. 비상계엄 관련자에 대해서도 발의가 이뤄졌지만, 비상계엄과 무관하게 발의한 건수도 1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본회를 통과한 것이 모두 13건이다. 민주당은 도대체 왜 이렇게 탄핵에 열심일까.

    첫째, 이재명 전 대표 방탄 필요성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탄핵소추안 13건 가운데 6건의 소추 대상이 검사다. 발의는 했지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계류 상태로 남겨둔 검사 대상 탄핵소추안도 4건이다. 이 중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 관련 검사도 있지만, 이 전 대표 수사 관련 검사도 있다. 첫 대상은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였다. 민주당은 2023년 9월 21일 본회의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했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12월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적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 탄핵소추가 실행에 옮겨지면서 당시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검사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바로 그날 이재명 전 대표 체포동의안도 상정이 이루어진 데 있다. 누가 보더라도 내부 표 단속과 시선 분산 성격이 강했던 상정이다.

    이후에도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는 마치 봇물 터지듯이 줄줄이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위법성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도 막무가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판은 이재명 전 대표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대전고등검찰청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사유로 개인 비리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방탄 성격이 강한 탄핵이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 줄탄핵

    민주당의 검사 탄핵 전략은 이랬다. ①일단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②이후 청문회를 개최해 제보 등을 받아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다. ③증거가 부족하면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계류 상태로 남겨둔다. ④증거가 충분하면 본회의 상정 후 처리한다. ⑤계류 상태로 남겨둔 탄핵소추안도 이후 증거가 확보되면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 사유가 불충분해도 일단 탄핵을 발의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경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검찰과 검사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 줄탄핵은 결국 ‘표적 지향형 탄핵’이었던 셈이다.

    둘째, 조기 대선 관련 내란죄 프레임 강화 필요성이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관련자들을 줄줄이 탄핵 명단에 올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이다. 이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 중이거나 수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권한대행들을 탄핵한 이면에는 윤석열 정권 전체의 무용함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권한대행에게도,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도, 그리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도 민주당이 탄핵 사유로 적용한 논리는 내란 동조 혐의였다. 헌재는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며 증거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비상계엄 관련 탄핵 소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검사 탄핵 때와 동일한 전략을 구사했다. 일단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보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그 배경 역시 동일하다. 이런 판단에서다. 탄핵소추안의 증거가 부족해 본회의 상정조차 못 하더라도 심리적 압박, 내지 경고 효과는 충분하다. 설령 헌재가 기각하더라도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탄핵 남발이 추후 헌정사에 어떤 기록으로 남을지, 어떤 후과(後果)를 남길지는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에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정치적 목표, 곧 내란 동조 세력 척결과 빠른 정권 접수를 이뤄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셋째, 친명계의 충성 경쟁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무시하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직에 올랐다.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사퇴론이 제기되는 속에서도 대표직을 연임하기까지 했다. 그사이 이 전 대표의 1인 체제는 날이 갈수록 공고해졌다. 이에 따라 친명계 내부 충성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잇따른 탄핵소추 추진에는 이런 충성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이 전 대표 측근이 되기 위해 그가 불편해하는 대상을 눈앞에서 치우는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집단이 바로 줄탄핵을 예고한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대대적 물갈이를 한 결과 초선의원이 6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친명계 강성 원외 인사 모임이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출신이 31명이다. 이런 구조적 조건하에서 ‘더민초’는 현재 이재명 전 대표의 사실상 친위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민초’는 이미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에 ‘이재명 대표와 함께 어떠한 난관도 끝까지 돌파해 나간다’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재선 이상, 심지어 3선 이상 중진급 사이에서도 이 전 대표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떤 집단에서나 충성 경쟁은 벌어진다. 그런데 정당에서 충성 경쟁이 과도하면 언제나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폭주를 막지 못해 위기에 몰린 과정을 보더라도 그렇다. 문재인 정권 시절 부동산정책 등 국정 실패 대부분도 원팀 정신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청와대 여의도출장소 역할만 한 탓이 컸다.

    줄탄핵 앞장선 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이유 모두 근원을 따져보면 이재명 전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줄탄핵 이면에는 이 전 대표를 지키자는 심리와 빨리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는 심리, 그리고 사법 처리 이전에 이 전 대표를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 자리에 올리려는 심리가 작동해 온 것이다. 이것은 곧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줄탄핵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추진한 탄핵의 성과는 초라하다. 10전 1승 9패의 전적인데, 이 정도면 산술적으로는 완패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정치적 성적은 달리 산출해야 한다. 일련의 탄핵 캠페인으로 윤 전 대통령을 분노하게 했고, 그것이 적지 않게 작용해 비상계엄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파면까지 이끌어내 불과 3년 만에 대통령이 될 기회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정치적으로는 ‘대박’이 났다고 봐야 한다.

    거대 야당의 이재명 개인을 위한 줄탄핵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정 공백이나 줄기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일어날 일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 1인 체제가 강화된 민주당은 국회 곧 입법부 내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대통령직에 올라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행정부와 입법부 쌍날개를 단 격이 된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는 헌법재판소 구성은 물론 대법원 구성에도 지분을 갖는다.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마저 장악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결국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 3권을 모두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전망이다. 이것은 역대급으로 권력이 강한 대통령의 탄생을 예고한다. 굳이 비상계엄 선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권은 임기 초반부터 사실상 준계엄 상태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권력 환경하에서 이 전 대표는 어떻게 행동할까. 자중할까? 소수 야당들과 진심 어린 협치를 할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포비아’의 근저를 형성하는 심리다. 이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온 언행으로 볼 때 정적을 제거하고 전횡을 일삼고 야당하고 협치하기보다는 굴복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을 둔 심리다.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닌, 오랜 경험칙에 기반을 둔 심리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최근에도 말실수를 해서 논란을 유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명계 검찰 내통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3월 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다. 당내 일부하고… 거의 비슷하게 맞춰져 있더라.” 2023년 9월 21일 본회의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때 동시에 가결 처리된 본인 체포동의안이 검찰과 당내 비명계가 공모해 이뤄진 것 같다는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비명계가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지만 이 전 대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외에도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연평도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는 발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던진 몸조심하라는 발언, 뜬금없이 자신은 중도보수라고 주장한 발언, 엔비디아 같은 회사의 주식 30%를 국민이 나눠 가지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온다는 발언 등이 최근 당 내외에서 논란을 유발했다. 물론 이러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표는 사과하지 않았고, 친명계 중진 의원들이 충성 경쟁 차원에서 옹호 발언을 내놓은 것이 전부일 뿐이다.

    ‘탄핵부’ 너머 ‘대서부(代書府)’ 전락, 민주화 역행

    이 가운데 중도보수를 자처한 것과 관련해서는 20대 대선 당시 내놓아 논란을 불렀던 발언까지 소환하고 있다. “존경하는 박근혜라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발언이다. 지금은 당선에 필요하니까 갑자기 중도보수라면서 성장을 강조하는 등 온갖 약속을 쏟아내지만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진짜 그렇게 할 줄 알더라’는 식으로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또한 추정일 수 있지만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돼 3권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전횡을 일삼는다면 우리 국민은 윤석열 정권보다 더 지독한 권력 폭주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정 운영은 또 어떨까. 입법부의 견제가 전무한 가운데 본인이 원하는 법률안과 예산안 또는 추경안을 민주당이 앞장서 처리해 주면서 일사천리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할 이유도 없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다. 그런 점에서 깨끗한 이력서를 자랑하는 정권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정책 오류다. 대통령의 오판에 따른 참사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일이 속전속결로 실행까지 이뤄지는 효율성과 실행력이 거의 군사정권 급일 것이기 때문에 참사 위험성은 더 높다. 반면에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우리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바는 오직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 비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선처만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즈음 국회는 ‘탄핵부’가 아닌 ‘대서부(代書府)’로 변해 있을지 모른다.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서 쓰거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행정부가 제안한 법률안을 베껴서 써주는 일만 하는 곳 말이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그런 방식으로 움직였지만 여소야대 상황이다 보니 교정이 가능했는데, 이재명 정권에서는 그조차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시행령 통치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당당하게 법률로 처리해서 통치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외견상 법률상 하자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뭔가 합법적이고 일 처리가 깔끔해 보이기는 할 텐데, 속이 뻥 뚫리지는 않는 묘한 기분을 온 국민이 맛보게 될 수도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과거 별명처럼 ‘사이다’스럽긴 한데 탄산이 부족한 느낌 같은 것이다.

    과도한 예단과 추정도 건강을 해친다. 그런 점에서 미리 우려해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은 필요하다. 앞서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탄핵부’가 ‘대서부’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국회는 ‘통법부(通法府)’라는 비판을 받곤 했다. 여대야소인 경우에 여당이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일만 했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서부’라는 표현을 쓴 것은 ‘통법부’ 이상으로 대통령 앞에서 무기력한 국회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탄핵부’라는 기록에 이어 ‘대서부’라는 기록까지 헌정사에 남긴다면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까. 잘했다고 할까? 그것이 유일한 길이었다고 불가피성을 인정해 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최대한 후하게 값을 쳐주더라도 이번에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탄핵선고 결정문에 남긴 이상의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냉정하게 지적하자면, 이것은 명백하게 민주화를 후진시키는 길이다. 민주당이 자신의 성과로 자랑해 마지않는 바로 그 민주화 말이다. 

    민주당이 소수 여당이 됐을 때, 여소야대가 됐을 때, 보복당할 우려 따위는 오히려 중요하지 않다. 국정 장기 파행 운영이나 대통령 독단으로 발생한 국정 실패에 따른 국가적 손실도 민주화의 가치를 지키는 일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점은 이재명 1인 체제가 가능했던 당내 기득권 추구 문화와 민주화 전통의 상실이다. 설령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 점을 절대 잊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하나다. 그때는 민주당이 지금과 달랐다. 오히려 너무 탈권위주의적이고 당내 민주주의가 펄펄 살아 있어서 문제였던 시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그 시절의 민주당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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